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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6월호 | 전시리뷰 ]

손내옹기의 물그릇전 2002. 5. 8 ~ 2002. 5. 14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8:09:41
  • 수정 2018-02-19 09:3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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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내옹기의 물그릇전 2002. 5. 8 ~ 2002. 5. 14 통인화랑

물처럼 흐르는 기물을 위하여

글/장계현 통인화랑 수석큐레이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은 모든 만물의 근원이라고 하여 우주의 근원과 자연의 이치를 물로써 이해하려 하였다. 물은 사람 사는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할 수 있다. 심지어는 인체의 구성요소의 70%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지 않는가. 그만큼 물의 중요성은 말로 한다는 것이 구차해 질 정도이다. 이러한 물이 물(水)그릇으로, 또한 쓸만한 물건이 되는 물(物)그릇으로 변화시키는 작가의 노력은 꽤 오래 전부터 그 단초를 찾아 볼 수 있다.

 이미 옹기에 매료되어 작업을 시작한지도 어언 13년째인 옹기장이 이현배는 징광옹기의 故 박나섭옹으로부터 옹기를 배운 후 10년 전부터 자신의 작업장에서 자신의 생각이 담긴 옹기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전북 진안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옹기굴로써 알려진 곳이라 작가의 작업장 부근에도 지금은 비어 있는 옹기작업장이 여러 곳이 남아있다. 우리의 가까이에서 삶을 함께 한 옹기에 대한 요즈음의 모양새를 보자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몇 해전만 해도 노인이 있는 집에서는 볼 수 있었던 옹기 항아리들이 그나마도 보기가 어려워졌다. 이러한 정황으로 보자면 앞으로 전통적인 쓰임새와 모양을 가진 옹기는 다 사라져 버리고 말 지경이다. 이러한 참에 손내옹기의 물그릇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작가는 옹기의 조형성을 간직한 그릇들을 일상 속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끈질기게 보여주고 있다. 일상성을 지니지 못한 그릇은 장식적인 인테리어용품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찜기를 비롯한 내열그릇들과 양식기의 상차림으로 그 대안을 찾고 있다. 또한 옛 가마 요강의 형태를 꽃항아리로 보여준 것이나 기와조형을 응용한 화분에서는 작가의 재치가 느껴진다. 작가의 옹기 조형작업은 정구호 물확 이라는 작품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작가가 만난 사람 정구호에 대한 이미지를 옹기로 표현해 보고자 했던 점이 새로운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준 물그릇들은 다도에서의 물항아리에서 비롯해 다관과 탕관, 그리고 질화로에 이르기까지 옛 옹기의 조형에서 이어온 선들이 오롯이 살아 있는 작업들을 보여주고 있다. 물은 잎차와 함께하면 차(茶)가 될 수 있고, 곡차도 될 수 있는 과정들을 담는 그릇들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만들기 쉽지 않은 소주고리를 보여주었고 술을 마시면 좋을 법한 주병셋트도 선보였다. 3년 전쯤 작가 이현배를 만났을 때 그는 술 만드는 공부를 하는 중이라서 일주일에 한번씩 서울나들이를 한다고 하였다.

 자신의 작업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해 그는 배움에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그래서 술과 그릇에 대한 공부를 위해 방통대 가정과에 편입하기도 하였다. 오래 전 호텔에서 쵸쿄렛을 만들던 이현배와 회화를 전공한 최봉희의 이번 전시는 단순히 옹기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는 아니다. 두 사람의 옹기에 대한 사상과 애정을 보여 주고 싶었음이 틀림없다. 옹기는 우리네의 오랜 음식문화와 그 궤적을 같이 한다고 할 때 향후 우리에게 옹기장이의 정체성을 가진 작업으로 우리 곁에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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