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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월호 | 작가 리뷰 ]

젊은작가 이규혁
  • 편집부
  • 등록 2020-12-29 16:56:16
  • 수정 2021-01-04 12: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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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ARTIST

2020월간도예가 주목한 도예가 ⑪
´소’의 형상으로 말하다
이규혁
글. 이소현
미술사·예술학 연구자

국립강원대학교 외래교수이자 현대도예교육원 대표 이규혁 작가는 7번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다수의 전시 경험과 2015년 아시아현대미술청년작가공모전 대상 수상의 경력이 증명하듯 신중하지만 예리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빚는다. 「Be Born Again」 (2013) 과 「Ghost Bull」 (2014) 은 익살스럽지만 인간사회의 권력구조에 대한 작가의 매서운 시선이 배어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우직하게 ‘소’라는 대상에 날카로운 시각을 담아낸 이규혁의 작품 속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

소, 인간을 은유하다
이규혁은 소의 전체 이미지를 재현한 것부터 두상만 제작한 것에 이르기까지 ‘소’에 대한 애착을 집요하게 드러낸다. 그의 ‘소’는 제작 시기에 따라 작가의 내적 질서를 표현하는 소재일 뿐 그것이 전하는 내용은 각각 차이를 보인다. 흙을 조형하기 위한 모든 기술적 과정의 작업에 매료되었던 그는 유년 시절의 기억을 기반으로 ‘소’라는 형태에 어떠한 내용을 담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재의 선택이 자신의 성장배경에 근거하고 있었기에 초기 이규혁의 작품은 온순한 소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했다. 소를 재현한 회화와 유사하게 목가적인 성격이 두드러진다.
「Be Born Again」 2012 은 근육과 골격에서 전달되는 힘과 더불어 거친 소의 가죽이 주는 촉각적 질감이 더해져 강한 에너지가 충돌하는 듯 표현되었다. 다양한 질감 표현을 위해 많은 고민과 더불어 실험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의 작업 과정은 독창적이다. 작가는 감각적인 질감을 살리기 위해 대략적 형태를 잡은 후 흙을 과감하게 깎아냈다. 손끝의 도구를 통해 전해진 작가의 내면은 즉시적, 즉흥적으로 살아나 소의 근육으로 표현되었다. 조형 후 두터운 흙이 가마 내에서 터질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수개월 동안 건조하는 시간을 거친다고 한다.
각각의 소는 자신이 지닌 힘보다 강하고 더 많은 것들을 과시하려는 듯 숨을 들이켜 몸집을 한껏 부풀린 모양새이다. 당시 작가는 매우 단단한 자세로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해 애썼다고 한다. 아마 대부분의 청년들은 이 같은 마음가짐일 것이다. 따라서 제목과 같이 ‘다시 태어난’ 거칠고 강한 이미지의 소는 당시의 작가 개인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청년들의 메타포로 볼 수 있다. 또한, 작가가 일일이 손으로 찍어 거칠게 표현한 소의 가죽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소의 습성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공동체를 이루는 인간 사회를 은유한다. 인간과 소 모두 생존을 위해 무리를 이루지만 그 사회 내에서 또 다른 질서를 위한 전략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바로 소에게는 과장된 몸짓일 것이며 우리에게는 포장된 얼굴, 바로 가면일 것이다.

소, 얼굴 없는 존재의 가면이 되다
2013년 제작한 사진작품 「Be Born Again」에 담긴 하얀 소의 두상은 도살장에서 가죽이 벗겨진 채 작업실로 배송되었던 작가의 충격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시기부터 제작된 핏기 없는 소의 흰 머리는 생명을 상실한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신체는 수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의미 없는 살덩어리’, 욕망을 순순히 이행하는 존재로 논의되었다. 인간 사회를 은유하는 ‘소’의 맥락에서 이규혁의 작품도 이러한 담론의 범주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성을 상징 하는 인간의 머리는 제거되고 동물의 탈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게다가 흰 소의 머리는 전서했듯이 ‘영혼’이 없는 덩어리로 이미지 속 인간-소는 비이성적 존재, 욕망만을 이행하는 영혼 없는 몸으로 전락한다.

또한 사진 속 공간은 사회적 신분과 계급을 드러내는데, 권력과 지식이 작동하는 지점으로 존재하는 ‘몸’의 개념 을 뒷받침한다. 이규혁은 이성을 상실하고 욕망을 쫒는 인간-소를 해당 공간에 위치시켜 몸의 능력치가 만드는 사회적 권력과 경제적 차이를 폭로한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각인된 욕망이 마치 자신의 내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착각하며 살아가는 수동적인 인간을 희화한다.
이와 대비되는 작품이 2015년에 선보인 「Ghost Bull」 (2014)이다. 마치 미완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개체의 특징을 집약적으로 드러내는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어떠한 변화 과정의 순간을 고착된 상태에서도 담아내고 있다. 마치 특정 대상의 영속성, 영혼, 기氣를 담은 것 같은 이 작품은 「Ghost Bull」로 명명되었다.
어떠한 대상의 형상은 ‘머리’로 축소될 수 있으며, 또한 머리는 신체에 종속된 것으로 대상의 기운을 담고 있다. 이규혁은 기존에 소의 전체를 구현하던 직설화법에서 탈피하여 집약적인 성질을 담아내고자 ‘머리’에 보다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작업 역시 인간사회를 은유하던 작품과 맥이 이어져 얼굴을 상실한 누군가의 기운, 소의 가면을 쓴 사람을 형상화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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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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