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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월호 | 작가 리뷰 ]

김정석의 색
  • 편집부
  • 등록 2020-12-29 16:26:18
  • 수정 2021-01-04 12:5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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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REVIEWS

물질적인 존재와 실체없음의 존재
김정석 <색色-공空>
글. 오가영
KCDF 갤러리 큐레이터

유리 작가 김정석은 색色에 관심을 둔다. 작가에게 색은 빛의 파장에 따른 눈의 감각 반응으로 색상·명도·채도 등의 속성을 가지는 색色/Color의 의미와 철학적으로 물질적 존재를 총칭하는 색色, R Pa의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작가가 선택한 유리琉璃/Glass는 착색着 色/Coloring과 성형이 비교적 자유로운 공예 재료다. 이산화 규소Sio2를 주성분 으로 하는 원료를 용융시켰다가 냉각하면 서 얻어진 결과물은 단단하며, 빛을 전송· 반사·굴절시키는 특징을 가져서 색의 구현과 전달에 효과적이다. 김정석 작가는 약 600~850℃의 온도에서 작업하는 웜글라스Warm Glass 작업을 통해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
작품에는 퓨징Fusing 기법과 슬럼핑 Slumping 기법을 사용한다. 퓨징은 높은 온도에서 서로 다른 색이나 두께를 가진 판 유리를 녹여 붙이는 방식으로, 다양한 색을 하나의 개체 속에 표현하는데 적합하다. 작가는 선명한 색의 유리 조각을 흩뿌리고 가마 속에서 흐르는 방향을 조절하여 빠른 필치의 붓 자국이 지나간 듯 한 표현을 완성한다. 수차례의 반복작업을 통해 투명한 유리판 속에 다양한 색의 층위를 획득한 다음에는 벤딩Bending이라고도 부르는 슬럼핑 기법을 통해 일정한 모습으로 형태를 변형한다. 슬럼핑 단계를 거친 작품은 하나의 개체 속에 크기가 점점 작아지는 액자 구조를 반복하여 깊이감을 획득한다. 마지막으로 중앙부에는 왁스 캐스팅Lost Waxcasting으로 제작한 인물 두상을 부착하여 마무리한다.
시리즈를 이루어 벽에 고정 설치한 작품은 근세 유럽 건축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청동문을 연상시킨다. 르네상스 시기 대성당의 입구를 장식했던 청동문은 종교적인 서사를 묘사하며, 속俗의 영역과 성聖의 영역을 구분했다. 반면, 투명한 유리에 추상적인 색채 표현으로 구현된 김정석 작가의 문門/ Gate은 겉과 속이 통하고 내면과 외면이 소통하는 유리의 물질성으로 청동문과는 다른 의미를 담아낸다. 분리와 구분의 의미보다는 공간의 경계에 위치하면서 다른 영역의 존재를 암시하고, 이동하는 통로의 시작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번 전시의 제목은 <색色-공空>이다. 불교에서 ‘물질적인 현상’과 ‘실체가 없음’이 다르지 않음을 설파하는 두 개념은 종교적인 테두리를 넘어 철학적인 성찰을 유도한다. 서로 상대적인 개념을 차별적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대립과 차별을 넘어서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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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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