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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월호 | 뉴스단신 ]

민도방 도예가 한용민
  • 편집부
  • 등록 2020-12-01 14: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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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에서 자自와 타他의 관계를 탐구하다
민도방 도예가 한용민
글. 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 이은 스튜디오

전국 각 지방에서 작업하는 도예가를 찾아가는 여정의 마지막은 제주도.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한용민 작가의 작업에는 그곳 고유의 정서와 색감이 조용히 스며 있다.

다른 지방보다 그 색이 뚜렷하고 독특한 제주의 도예가는 육지 도예가와는 다른 작업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건 고정관념이기도 하지만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가가 의도하지 않아도, 의식하지 않아도 그가 나고 자란 땅의 기운과 정서는 작업에 저절로 배기 마련이다. 제주시 조천읍에 자리한 한용민 작가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그가 투박한 옛날 사발 하나를 보여 주었다. 제주에서 ‘메밀사발’이라 불리는 그릇이란다. 언뜻 ‘메밀을 많이 키우는 제주에서 메밀국수를 담아 먹는 사발인가?’ 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메밀꽃 색을 닮아 그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메밀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아침 색이랑 저녁 노을이 비친 색이 약간 다릅니다. 전라도에서 제주로 들어온 이 그릇에서 제주 사람들은 그런 메밀꽃 색을 본 거지요. 관요백자와 달리 생김새가 투박하고 색이 너무 푸근해요. 이 그릇을 보고 반해서 백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제주의 척박한 땅에서도 풍요롭게 자라는 메밀은 예부터 서민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였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고마운 메밀을 사발 이름으로 붙인 제주 사람들의 마음이 참 정겹다. 작가는 불에 따라 달라지는 ‘메밀꽃 색’의 다양한 뉘앙스를 달항아리에도 담아낸다.

작업실에는 최근에 주로 만들고 있는 달항아리 여러 개가 놓여 있다. 메밀꽃 색에서 비롯된 백자 작업은 달항아 리로 이어지며 작가에게 또 다른 길을 열어주었다. “처음에는 정말 큰 달항아리를 만들고 싶었어요. 혼자서 뒤집지도 못하는 크기로 만들었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크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위아래 두 개의 형태를 각각 물레로 차서 하나로 합해 달항아리를 만들잖아요. 두 개의 형태가 똑같을 수는 없는데 두 개를 합치다 보면 좀더 잘난 형태가 못난 형태를 덮어 채워줘요. 이런 걸 보면 꼭 부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좀더 확대하면 이걸 통해 우주의 섭리까지 깨달을 수 있는 거죠. 처음에 달항아리를 만들 때에는 완벽하게 동그란 형태를 추구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두 형태의 관계가 나와 아내, 나와 주변 사물, 나와 제주도 이렇게 확대되면서 이 둘을 잇는 선이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어요. 둘을 매끈하게 잇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색도 좀더 정제된 백색으로 바뀌어가고 있고요.”
작가가 또 재미있게 하는 작업에는 다관과 찻사발 같은 차 도구와 드리퍼와 커피잔 같은 커피 도구가 있다. 다관 같은 경우에는 아기의 살진 허벅지처럼 오동통한 수구의 형태가 독특하다. 취재에 동행한 포토그래퍼는 이 수구를 보고 제주 허벅의 넉넉한 형태를 떠올리기도 했다. “예전에는 수구를 더 크게 만들었어요. 다관은 작은데 수구는 커서 막상 차를 따랐을 때 ‘숨어 있는 한 잔’을 내기 위한 거죠.” 그리고 전체적인 형태가 찌그러진 것이 많은데 이는 ‘가던 길만 가는’ 답답한 성격에서 벗어나려는 작가의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원래에는 어긋나고 찌그러진 형태를 못 참고 반듯하게 만들어야 하는 성격인데 이런 성격이 작업에 보이는 것이 싫어서 일부러 찌그러지게 만듭니다. 지금도 ´가던 길´에서 벗어나는 중이지요.” 얼마 전에는 여기에 너무 신경쓰다가 미간에 대상포진 까지 걸렸다니, 말투는 수더분하고 조용조용해도 작업에 얼마나 치열하게 집중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주의 ´메밀사발´에서 비롯된 백자 작업
대부분의 도예가와 마찬가지로 한용민 작가가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흙이다. 그는 어떤 흙이라도 다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업할 때 흙을 가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경주에서 가져오는 밀양백토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제주의 흙을 섞어 실험하고 있습니다. 제주에서 안 돌아본 지역이 없을 정도로 곳곳의 흙을 찾아다녔어요. 예전에 우도의 고운 모래를 가져다 만들어봤는데 유약과 섞이지 않고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릇을 만드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은 거죠. 이렇게 한 가지 흙을 실험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는 흙이 좋아서 분청, 백자, 옹기 등을 구분 짓지 않고 넘나들며 작업한다. “백자를 하기 전에는 전통 분청 작업을 했어요. 아주 거친 흙으로 빚는 전통 분청은 식기로 사용하기에는 단점이 너무 많아요. 약해서 쉽게 깨지기도 하고 음식물이 잘 스며들어 곰팡이가 피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주 옹기를 만드는 화산토는 철분 을 6% 정도 함유해서(육지 흙은 3% 정도) 유약을 따로 안 발라도 광택을 내지요. 단점은 ‘교환성 양이온’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성형할 때 접합하거나 건조하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로워요. 지금은 구하기 힘들어 아주 비싸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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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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