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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1월호 | 작가 리뷰 ]

정호진 <확신의 침묵>
  • 편집부
  • 등록 2020-12-01 13:21:20
  • 수정 2020-12-01 1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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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REVIEWS

확고한 침묵_자기본색磁器本色
정호진 <확신의 침묵>
글. 범현이
오월미술관 관장


작가 정호진은 지문이 닳아 미끈한 손바닥을 가졌다. 흙과 불에 닿고 해풍을 맞은 거친 손이다. 매일 처음처럼 첫 마음으로 물레 를 돌린다. 양 손바닥과 열 개의 손가락으로 흙을 치대고 하늘을 향해 밀어 올린다. 분수 처럼 솟구친다. 작가는 ‘솟기’라고 명명했다. 침묵으로 일관한다. 뒤돌아보지도 않는다. 손과 흙과 불이 만들어낸 바람의 도자기를 작가는 말로 설명하지 않는다. 말수가 줄어 들 때, 도자기는 불이 만들어낸 예기치 않은 자기본색磁器本色을 정확하게 표현해낸다. 포장도 하지 않는다. 조형은 작가의 몫이지만 완성의 완전체는 물과 흙과 바람과 불의 힘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가가 지향하는 직진의 삶이며 도자기를 향한 열망이다. 작가는 자신이 명명한 ‘솟기’로 ‘솟아오르는 기운’과 ‘새로운 생명’에 대해 말을 건다. 견딜 수 없었던 허기와 결핍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치유법이다. 전통에 뿌리를 박고 동시대를 발언하는 새로운 생명력의 용트림일 것이다.
‘솟기’는 작가다. 아니 작가를 넘어 도자기로 표현된 미래에 향한 소망이다. 나팔꽃처럼 활짝 피면서 분수처럼 하늘을 향해 솟아오 르는 열망의 메시지이다. ‘솟기’는 열망으로 날아올라 꽃을 피워낸다. ‘사발’이다. 살짝 어눌한 표정과 한쪽이 이지러진 의도적 형상기법은 작가의 넉넉한 마음의 표상이다. 우리네 조상들이 퍼내고 불에 구워서 표현 했던 질박한 기법들이 작가의 손을 통해 다시 새롭게 증언되고 있는 셈이다.
기존의 청자나 기법들에 구속되지 않는다. 실험을 통한 자신만의 도자기 재현에 몰입한 결과이며 유약 역시 얽매이지 않은 채 다 양함으로 자신의 작업 방향을 구축했다. 강진의 흙과 물과 바람과 불, 그리고 정주하고 있는 작가만의 새로운 도자기인 셈이다. 도자기와 인간은 닮았다. 상처 입으면 깨지는 것까지 닮았다. 조심히 애정으로 조형하 고 건조하며 키워내면 불을 만나 단련되면 서 더 단단해진다. 그리고 어느 때가 되면 모두 아낌없이 사라진다. 인간은 영혼으로 남아 지상을 장식하고 도자기는 유려함으 로 남아 그 시대를 증언하는 것까지 닮았다. 그는 앞을 보고 나아간다.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지문없는 두 손이 바빠질 수록 작가는 귀를 닫는다. 대신 눈과 마음을 활짝 열고 앞을 바라본다. 때가 되면 두 귀를 울렸던 소리들은 불을 만나 형성된 흙의 결정체인 도자기에게 스스로 스며들어 엎드려질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작가가 실천적 행 동으로 구현했던 작업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민주화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 광주에서의 전시는 처음이어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광주에서 첫 전시를 계획 하며 설레면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도자기 역시 시대의 산물이다. 정치적 경제적 안정이 미감이 유려한 도자기를 생산해냈고, 서민들은 사용에 편리한 따뜻한 분청을 생산해냈다. 도자기를 보면 역사가 보이 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영롱하다. 기존의 청자에서 보지 못한 빛을 가졌다. 작가가 만들어낸 작가만의 도자기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빛이다.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리다. 손으로 만지면 도자기 몸에서 맑고 투명한 푸른빛의 물이 묻어날 것만 같 다. 치밀한 실험과 계산에서 만들어진 영롱  빛일 것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줄 예정이다. 청자빛은 물론이고 분청과 사발, 그리고 손이 가는 대로 돌렸던 물레가 빚은 도자기들이다. 먹고 자고 마시며 형성된 도자기는 작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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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1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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