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둥근 달이 주는 깊은 울림은 예술가들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표현의 감정을 갖게 한다. 더군다나 예술가들이라면 어떠한 방법으로든 달을 표현하고자 고심한다. 글, 그림, 음악, 춤, 영화, 혹은 흙으로. 이미 토기로부터 시작된 둥근 형태는 달이라는 푸근하고 원만함이 내포되었는지 모른다. 조선 시대의 도공들은 형태에 더해 색상까지 달을 닮게 표현했다. 이 시대 조선의 달항아리는 세월의 깊이와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채 더 넉넉하고 고요함으로 마음속에 전해진다. 눈처럼 하얗고 보름달처럼 둥근 것이 닮았다 하여 붙여진 달항아리.
나의 달은 조선 시대 어느 도공이 빚은 달항아리에서 비롯한다. 물론 조선 시대의 달항아리는 그 시대의 기준점이 된 조형물이다. 나는 지금을 사는 사람으로서 21세기 달항아리의 기준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재해석쯤으로 여기면 좋을 것이다.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한 이후 줄곧 사람의 얼굴을 조형화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얼굴 도자 조형에서 얻은 경험을 적용하고자 노력했다.
이 시대 내가 빚은 달항아리의 기준점을 설명하면 첫째, 달의 모양과 표면을 강조하기 위하여 점토에 여러 가지 자연 친화적인 재료들(연탄재, 마사토, 부엽토, 절개지의 흙 등)을 혼합했다. 둘째, 점토로 만드는 과정에서 형태와 질감을 강조했다. 셋째, 유약과 안료 또한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 자연물 과 원료를 단발성으로 혼합하여 변칙적 효 과와 색상을 얻어냈다. 넷째, 일반적인 번조 방법에 더해 무유에 의한 장작가마 번조와 라쿠번조를 적용했다. 다섯째, 만족스러운 색상을 얻기 위해 반복적인 시유와 번조를 시도했다. 그 결과로 투박하고, 거칠며, 일그러진 달항아리를 얻었다. 가만히 응시하면 울퉁불퉁한 토담 벽이나 어느 산골의 화전 같고, 농사일로 흙을 만지며 평생을 보낸 농부의 거친 손바닥을 보는 듯하다.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