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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월호 | 작가 리뷰 ]

황예숙
  • 편집부
  • 등록 2020-11-09 09:50:47
  • 수정 2020-11-09 09:5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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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숙
공예와 예술 사이에 있는 사람 닮은 의자
글. 홍지수 미술평론, 미술학박사 사진. 편집부

황예숙은 십 수 년간 독자적인 조형언어와 기술로 도자 가구를 제작해온 작가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조형도자 야외조형물, 테이블웨어 등을 제작하다가 점차 의자, 테이블, 서랍장, 콘솔 등 도자가구로 표현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번 마루아트센터의 개인전은 3년 만에 연 전시로 ‘의자’에만 집중했다.
공예가가 공예품의 형태를 인간의 몸에 빗대어 비유하거나 참조하여 제작해온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사람은 ‘모방’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무엇을 만드는 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 그리고 근저에 있는 것들에 관심을 두고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은 인류 창작의 역사 속에서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공예가 역시 공예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의 신체적, 행동적 특성을 관찰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흔히 공예가는 자신의 몸과 동작을 기준해 사용에 편리하고 적당한 크기나 형태를 가늠해 물건을 만든다. 대부분 손으로 만든 공예품이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에 친밀한 모양과 크기를 갖고 있는 이유다. 따라서 ‘공예품과 인간의 몸 사이에 존재하는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관계를 어떻게 현실의 유용한 사물의 형태로 전환하고 제대로 기능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모든 사물제작자들의 고민이다.
‘의자’하면 바우하우스 작가들이 먼저 떠오른다. ‘의자’는 여러 일상 사물들 중에서도 가장 사용이 빈번하고 대중적이며 사물과 사용자의 신체가 매우 밀접하게 접촉하는 특징이 있다. 의자는 비교적 다른 가구들에 비해 크기가 크지 않고 구조가 복잡하지 않지만, 의자로서 기능하려면 제작자 혹은 디자이너의 인간의 몸과 행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관찰이 필요하고 이를 물질화, 사물화, 현실화하기 위한 기술공학적 접근이 뒷받침되어야한다. 소형가구로서 의자가 갖고 있는 인식과 존재의 무게는 가볍지만 좌석, 다리, 팔걸이, 등받이 등 각 부분을 조합해 사용자의 몸무게와 신체를 지탱하고 나아가 자세의 편안함을 느끼게 할 최적의 각도, 형태, 재질 등을 찾는 일은 그리 생각만큼 녹녹한 일이 아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의자는 바우하우스 작가들의 기계적 관심과 건축적 사고에 부합하는 흥미롭고 창의적인 아이템 이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기본적인 것을 지키고 구현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체감하게 하는 응전의 아이템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 실제 바우하우스의 많은 디자이너나 건축가들이 개인적 관심 혹은 자신이 주도한 프로젝트의 홍보 목적으로 다양한 의자 디자인을 시도했고, 그 일부가 현재도 우리의 일상 속에서 널리 사용, 수집되고 있다. 나아가 여러 디자인 그룹을 통해 다양한 버전으로 리프로덕션되고 있다.

최근에는 도예가들도 의자를 많이 만든다. 순수예술 지 향의 조형도자의 한계를 벗어나 건축, 실내 공간 연출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새로운 판로와 영역을 개척해보 려는 작가들의 새로운 도전이자 의기 넘치는 조형의지의 발로로 보인다. 기술과 재료가 다양해지고 작가들이 접 할 수 있는 정보도 많아지면서 도자 이외에 여러 재료를 혼합해 다양한 가구를 제작하는 시도도 많이 보인다. 물론 도예가들의 의자나 테이블이 타 분야 특히 디자이너 들이 만든 의자와 근본적으로 의도와 접근방식, 제작방법, 영역 등의 측면에서 조금 다른 유형의 사물일지는 모르겠다. 도자의자는 나무나 스테인리스, 아크릴, 플라스 틱 등의 재질로 만든 의자에 비해 무겁기에 이동이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 야외설치 시, 여름 한낮 열기에 달구어져 자칫 화상을 유발할 수도 있고 겨울철 동파에 약해 설치 시 주의를 요하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흙과 불을 사용해 얻을 수 있는 도자 특유의 질감과 표현의 미가 있고 이를 잘 활용해 도벽, 조형물 등과 같이 설치하면 시너지 효과를 불러와 공간에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정체성, 스토리를 부여할 수 있다.

황예숙은 십 수 년간 독자적인 조형언어와 기술로 도자 가구를 제작해온 작가다. 1980년대와 90년대에는 조형 도자 야외조형물, 테이블웨어 등을 제작하다가 점차 의자, 테이블, 서랍장, 콘솔 등 도자가구로 표현의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이번 마루아트센터의 개인전은 3년 만에 연 전시로 ‘의자’에만 집중했다.
황예숙의 의자는 기능성을 지닌 공예품이면서 동시에 데포르메(Deformer, 형태를 변형시키다) 와 도자예술의 물성을 강조한 조형물이다. 그의 의자에는 작가 수년간 흙과 불을 주재료로 도자예술의 크기와 부피의 한계를 넓히고, 실내 외 공간 속에 작품을 설치하며 획득한 공간과 사물을 조합하는 감각이 모두 농축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의 의자는 공예품의 기능성을 간과하지 않지만, 흔히 우리가 일상사물/공예품에게 요구하는 ‘편리함Handiness’나 ‘아름다움Handsomeness’의 기준과는 거리가 있다. 일단 부피, 크기가 크고 무거워 쉽게 이동이 여의치 않다. 또한 좌대, 등받이, 다리의 표현은 의자의 형태적 특징을 유지 할 뿐 편리하고 적당하고, 적합하고, 적절해야 한다는 의자의 구조적 속성이나 실용성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 이를 감안하다면, 황예숙의 의자 제작 의도는 장인들이 만든 혹은 기계가 만든 의자에 적용되는 ‘적당함’, ‘보편성’, ‘융통성’을 지닌 질 좋은 공예품/사물을 만들려는 데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의자는 꾸준히 전개해왔던 조형세계의 확장이자 자기표현의 소재이자 단초로서 성격이 짙다. 마치 도예가들이 주전자의 각 요소(주대, 몸체, 손잡이, 뚜껑 등)을 조합해 자신만의 조형미를 궁구하듯, 황예숙은 의자를 단초삼아 의자의 각 요소(등받이, 좌대, 팔걸이, 다리 등)를 이리저리 조합하고 변형하며 자신이 관심을 두는 주제와 표현 그리고 새로운 공예의 쓰임을 시도하고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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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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