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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0월호 | 작가 리뷰 ]

김대현
  • 편집부
  • 등록 2020-11-05 13:00:43
  • 수정 2020-11-05 13: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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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월간도예가 주목한 도예가 ⑨
의미 찾기 게임
김대현 <A Day of Days>

글. 이소현 미술사·예술학 연구자

2019년 안국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 신진작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김대현의 두 번째 개인전이 갤러리 AG에서 개최되고 있다. <날 들 중의 날 A Day of Days>전은 일상 속의 신기루, 혹은 꿈과 같은 어느 하루의 서사를 담고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하나의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질감의 오브제와 네온사인이 시선을 붙든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사와 예술전문사 학위를 취득한 김대현의 장점인 다양한 매체의 활용이 돋보인다.


전시는 무수한 피규어들을 지키는 수문장 같은 투명 토르소 「Kuros」를 시작으로 「Sign」, 「Fog」, 「Garden」, 「Dewy Eve」, 「Night Fell」, 「12 candles」 일곱 개 파트로 구성된다. <A Day of Days> 전시는 설치 방식에 의해 고대 이집트 파라오 무덤 벽화 혹은 예수의 일대기를 연상시킨다. 작품에 철저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작가는 전시실 내부의 벽면을 활용해 작품을 설치했다. 힌두교와 기독교를 비롯해 동·서양 미술의 코드가 내재된 피규어들은 무작위로 나열된 듯 보이지만 수평과 수직, 대칭과 비대칭을 반복 하며 시각적 리듬을 생성한다. 작가는 관람자와 오브제가 재현한 기호의 의미 찾기 게임을 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보편적 기준, 그리고 그것이 지닌 힘의 실체를 드러낸다.

시간과 공간의 해체
신체가 절단된 토르소, 뱀의 머리와 꼬리, 밧줄과 계단, 매끈한 표면의 반짝이는 틀에 갇혀 추락하는 십자가를 비롯한 크고 작은 피규어들은 기호로써 따로 또 같이 작가의 언어를 대변한다. 그가 제작한 기호들은 마치 시공간이 바뀌는 영화 속 장면처럼 화이트큐브 내의 모든 시각적 방향성을 교란시킨다. 이는 직립보행의 인간이 지닌 공간의 위치감각을 모두 해체한다. 네 작품 곳곳에는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자세를 취한 토르소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계단은 관람 자의 위치를 이동시켜 마치 하늘에서 땅을 바라보는 것 같은 전지적 시점을 야기한다. 공감각의 혼돈 속에서 유일하게 뱀만이 관람자의 시선에서 정방향을 유지하도록 배치되어 시각적인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왼쪽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투명한 오브제들의 반짝임과 뱀의 운동성을 따라 에덴동산의 낮에서 십자가가 추락하는 밤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작가는 물리적인 시간의 흐 름을 평이하게 허락하지 않는다. 그는 각각의 작품 내에 별도의 시간적 장치를 심어두었다. 「Garden」의 상단에 위치한 흰색구와 하단의 검은색 딸기, 「Dewy Eve」 상단 과 하단의 반구의 형태, 「Night Fell」의 네온사인과 뒤집어진 십자가는 수직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기호로써 작품내에서 별도의 시간대를 구성한다. 그는 타 문화의 다양한 관심과 지속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재현할 기호를 선택한다. 문화에 따라 다르게 다양한 의미를 지닌 기호는 세라믹이나 크리스털 레진, 아크릴 파이프를 매체로 재탄생한다. 욕망을 깨닫게 해준 뱀, 선악과를 대체하는 검은 딸기, 밤 혹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 검은 반구의 오브제들은 낮과 밤, 선과 악, 성과 속의 대비 속에서 별도의 감각적인 시간대를 조성한다. 감각적 시간은 수평으로 흐르는 물리적 시간을 수직으로 교차한다.
의미의 단서들을 쫓는 게임은 시간과 공간의 범주를 벗 어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 전시는 관람자의 조망점을 지상에서 상공으로 이동시키며 동시에 비가시적인 화이트큐브의 이면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면서 공간의 한계를 초월한다. 전시실 내의 감상 주체는 오로지 시각에 의존한 인지과정을 반복하면 서 자신의 존재를 체감하게 된다.

‘보통’과 ‘표준’이 지닌 폭력성

전시는 사물을 인식하는 판단 형식에서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논지의 선험적 조건, 즉 대상을 인식하기 위해서 는 1차적으로 ‘보다’가 필요하다는 것을 밝힌다. 오브제의 의미 규정 과정에는 대상이 관람자의 망막을 자극한 후 무엇인지 파악하는 인지의 단계에서 지식의 개입을 필요로 한다. 벽면에 설치된 오브제들은 인지 과정에 숨겨진 장치tool이자 선험 조건인 ‘시각’과 ‘상식으로써의 의미’를 가시적 수면으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김대현은 적확히 우리의 시선에 씌워진 ‘보통’의 폭력성을 겨냥한다. 보통성 및 보편성은 다수의 통일성을 바탕으로 조성된다. 통일된 논리는 공적 교육을 통해 현대인의 표 준화된 언어로써 작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하나의 단일 상식을 만들어 사회적 결속을 이끌기 위해 종족이나 계급, 젠더의 문제는 배제된다. 이 문제를 논쟁적으로 만들고자 그는 미술사에 내재된 코드를 활용한다.
투명 아크릴파이프로 제작된 토르소는 시선을 투과시켜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치부되는 타자에 대한 사회적 시 선을 드러낸다. 또한 투명한 신체는 아크릴 너머의 ‘Love Me Hard’ 네온사인을 왜곡시켜 경계 외부의 대상들에게 비추어진 보편적인 시선을 대변한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이 「Kuros」는 고대 그리스 아르카이크Archaic Art에 서 보이는 청년 나체 입상을 말한다. 쿠로스는 일반적으로 여성 입상인 코레core와 짝을 이룬다. 그러나 김대현의 작품에서는 두 청년 입상이 좌측 방향을 보는 측면으 로 설치되어 있다. 이는 동성애를 비롯해 통일성을 위해 배제된 대상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해 서양미술의 기원인 그리스 미술의 코드를 활용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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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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