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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06월호 | 전시리뷰 ]

도천 천한봉의 칠십년 삶-스승과 제자의 만남전 2002. 5. 18 ~ 5. 26
  • 편집부
  • 등록 2003-03-18 18:03:46
  • 수정 2018-02-14 10:4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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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 천한봉의 칠십년 삶-스승과 제자의 만남전 2002. 5. 18 ~ 5. 26

서울 예술의전당 미술관 문경요의 꿈

글/이어령 전문화부장관

 등잔 밑이 어둡다. 제나라의 문화의 귀한 것을 제 자신이 모르고 있다. 남들이 그 좋은 것을 평가한 뒤에야 등잔 밑이 어둠에 가려졌던 진가를 알고 비로소 놀란다. 한국의 도예가 그렇다. 막사발이라고도 하고 불가의 제구라고도 하는 분청사기가 일본에 건너가 한 나라 한 성(城)과도 바꾸지 않겠다는 이도자완(井戶茶碗)의 신화를 낳았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우끼요에라는 일본 판화의 진가를 몰랐다. 유럽으로 도자기를 수출할때 포장지로 사용된 우끼요에의 그 판화가 인상파 화가를 비롯 유럽 일대의 큰 파문을 일으키고 퍼지게 되자 비로소 그들은 그 그림을 아랫목에 모셨다. 그렇기 때문에 등잔 밑의 어둠에 가려 빛을 잃었던 문화를 다시 찾아 복원하고 새롭게 발전시키는 작업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고귀하다.

 천한봉 선생의 70년 도예의 생애가 더욱 값지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 도천(陶泉) 천한봉 선생은 아호 그대로 한국의 도예문화를 마르지 않은 샘물로 지켜온 분이다. 문경요의 도천 선생은 오늘날 한국만이 아니라 그 도예정신을 일본과 아시아에까지 멀리 흐르도록 한 원천(源泉)이 되게 한 분이다. 미술은 시각적으로 조각은 촉각적으로 음악은 청각적으로 그리고 향기는 후각으로 요리는 미각으로 그 문화의 정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어느 작품이든 도천의 작품을 손에 들면 한국인의 질박하고 정다운 심성과 꾸밈없는 아름다움이 하나의 감각이 아니라 온 몸을 통해 전달된다.

 이를 테면 그것은 훌륭한 그림이자 조각이고 굳어버린 음악이자 동시에 다향처럼 떠도는 향기이다. 그리고 그것은 거친 흙 속에 가장 구수한 한국의 맛을 간직하고 있다. 한 평생의 한국의 도예에 바친 도천 천한봉선생의 “흙의 예술 70년전"에서 우리는 한국의 흙이 어떻게 엘도라도의 황금보다 더 값진 결정체로 변신하는 가를 읽을 수가 있다. 그리고 한 평생 살아온 한 인간의 세월이 바로 잘 구워진 도기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거친 흙이 선생의 손끝에서 감동적인 예술품으로 변신하듯이 지금껏 우리가 버린 한국의 그 많은 옛문화들이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것을 보고 우리는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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