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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9월호 | 뉴스단신 ]

새 시대의 옷 그리고 공예
  • 편집부
  • 등록 2020-10-08 19: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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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새 시대의 옷 그리고 공예
글. 김동현
테일러, 프리랜서 에디터

코로나, 이 유행성 전염병이라는 세계적인 재앙으로 인해 우리의 일반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문화 예술을 이야기하는 여유는 인간 생존의 문제 아래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폐쇄되었던 유럽의 국경을 뚫고 영국에 도착해 도심을 찬찬히 거닐었다. 이곳이 400년 이상 동안 현대 복장의 규범을 마련해놓고 여전히 전통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양복의 본가가 맞는 것일까! 창살이 드리워지고 자물쇠로 닫힌 오래된 가게들을 보며 왠지 모를 서글픔이 도는 것은 왜일까. 단단한 유리벽 안에 갇혀 언제 주인을 맞을지 모르는 양복과 수제 의상들을 보면서 다시는 저 사람의 손길, 열과 습기로 만들어진 조형이 차가운 ‘현재’라는 벽을 뚫지 못하고 잠들 것이라는 불안을 느낀다. 그러나 ‘현재와 다가올 미래’라는 격랑 속에 공예와 예술을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 무언가를 창조하는 예인들의 본분이라면 나는 이 불안을 곧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옷을 만드는 사람, 흙을 빚는 사람 그리고 어떠한 것을 창작하는 공예인들의 생존 방향을 우리 것의 정서에서 찾고자 한다. 그것이 현 시점에 매몰되어 가는 공예를 개척하는 모범답안이 될지는 모르지만 치열한 고민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가지고 있다.
런던은 시민사회가 형성된 이후 오랫동안 사회활동의 제복을 제공해 온 도시다. 모든 사회의 근대화에는 이 거리가 표준으로 지정한 옷이 국가의 포장지 역할을 해왔다. 한 세기가 넘은 유구한 역사를 가진 가게들의 파업과 몰락, 우후죽순 쓰러져 가는 가게들을 보며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양복’이라는 옷은 어떤 옷인가. 우리가 백자, 청자, 분청을 보며 단순히 그릇 이상의 아름다움 을 보고 예술성을 논증해왔듯 양복도 서양인들에게는 그런 존재이다. 양복은 1600년대에 유럽, 특히 영국의 문화와 국민성이 깃들어 있다. 흑사병과 대화재를 거치며 담금질 되어온 시대의 조형이다. 재정적인 궁핍과 타버린 국토를 바라보며 진실함과 소박함을 내세운 청교도들이 득세했고 화려한 치장보다는 단정함과 간결함을 옷의 기본으로 삼았다. 칙칙하고 어두운 색은 그들의 근검을 뜻한다. 목의 깃과 소매로 살짝 보이는 흰색의 셔츠는 그들의 위생과 인간관계의 의리, 진실성을 상징한다. 우리가 수트라고 부르는 옷이 400년 전 그들에 의해 한 나라의 복장으로 공인되었던 것이다. 찰스 2세의 양복을 공인한다는 칙령은 복장으로서 국민의 정신을 통합하겠다는 저의가 깔려 있다.

 영국인들은 유럽 대륙의 화려함과 낭만- 그에 따라 자연히 딸려오는 낭만적 여성성-을 과감히 버렸다. 이 의복은 곧바로 군복에 적용되어 양복은 계급의 색채를 띠게 된다. 군복과 승마를 위한 디자인이 가미된 양복은 영국인이 화재로 소실된 도시(구시대)의 복구 심리와 유럽 대륙에 문화적으로 예속되어 있었다는 반발심 리를 인체를 감싸는 의복으로 풀어낸 하나의 의지였다. 영국의 토양에서 발아한 양복은 계급성이 짙다. 일례로 재킷을 입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레스토랑이라든가 넥타이를 하지 않고 출입하지 못하는 경마장이 있는 것 은 그것을 방증한다. 또 영국 양복은 선과 형태보다는 인체에 또 다른 건축을 해서 양감을 만드는 ‘쌓아올림’의 아름다움이다. 쳐진 어깨에 패드를 올려 보강하고 처진 가슴을 말총으로 덧대서 단단한 가슴을 만드는 것이 양복이 갖고 있는 ‘구축성’이다. 유서 깊은 양복점의 몰락은 시대가 더 이상 그러한 성질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 하다. 양복이 태생적으로 지닌 계급성과 구축성의 한계를 우리는 현재에도 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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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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