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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예가 인터뷰 시리즈 ⑦
발견되는 이미지
제시카 해리슨
글. 신은정 영국 통신원 사진. 제시카 해리슨 제공
급변하는 영국 대학의 예술교육
제시카 해리슨은 영국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에딘버러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급격한 예술교육의 변화를 겪었다. 당시 예술대학 내의 많은 학과들이 폐지되거나 통합되어 더 이상 도예, 조각, 회화 등으로 학과로 구분되지 않았다. 그리고 예술교육에 있어 테크닉보다는 개념의 비중이 커져 아티스트들이 표현의 자유를 얻기는 했지만 동시에 기술과 지식을 습득할 기회를 잃기도 했다.
“내가 다니던 예술대학 도예과는 내가 졸업하기도 전에 폐지되었고 나는 도예작업을 하면서 테크닉이나 다양한 도예작업 관련 지식에 대해 갈증을 자주 느꼈다.내가 도예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인 데 당시 나는 도예 테크닉이 부족했던지라 무엇을 제작할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아주 작은 작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작업을 해가면서도 과연 내가 잘해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고 유악 시유나 도자기 소성을 하며 내가 원하는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막막했던 시간이 있었다.” 제시카 해리슨은 대학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자신의 도예 작업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했다.
지식의 부재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다
“도예 작업을 시작하고 혼자서 여러가지를 시도해보다보 니 매번 도예 작업을 하며 스스로가 얼마나 안료나 소성 과정에 대해 무지한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알지 못 하는 큰 산 같은 도예 세계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나는 내가 원하는 작품을 과연 완성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순간마다 스스로를 격려하며 그저 작업의 기본이 되는 점토에 집중했다. 나는 점토가 스스로의 모습을 드러 내도록 돕는 조력자의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려 노력했고 다행히 나의 기술적인 지식의 부재에 크게 압도되지 않 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도예작업에 대한 지식의 부재가 내게는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나의 도예연구는 도예작업 과정에 있어 내가 만들어내는 실수들과 그 실수를 통해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에 집중 되어 있다. 점토는 상당히 매력적인 재료인데 작업 과정 에서의 실수가 유약 사유와 소성 과정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멋진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역시나 성장해가는 도예가답게 그는 부족함을 통해 영감을 얻고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몸
“ ‘인간의 몸’은 나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다. 인간으로서 어떤 행위를 하던, 사유를 하던, 혹은 연구를 하던 모든 것은 우리 몸과 연결되어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몸은 단순히 물리적인 신체를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한 부분으로서의 인간,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움직이나 결국은 사라져가는 우리 개개인의 짧은 생애, 그러나 깊은 사유를 모두 포함한다. 수많은 개인이 역사 속에 등장했다가 사라지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들의 존재조차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이 남기고간 예술, 문화, 역사 등은 땅 속에 묻혀버린 그들의 몸을 대신해서 이 세계 속에 잔잔히 남아있다.”
제시카의 작업에 ‘인간의 몸’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역사 에 스쳐간 모든 개개인에 대한 헌사이며, 또 다른 기록이다.
“내 작업의 주제 중 하나인 ‘발견된 이미지들’은 이러한 나 의 ‘인간의 몸’에 대한 생각과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발견된 피겨린’ 시리즈는 대량생산되었던 도자기 피겨린들을 이베이 등에서 구입한 후 유약을 여러차례 덧입혀 다시 번조한 것이다. 보통 본차이나 피겨린들은 무척이나 얇 게 성형되어 있어서 높은 온도의 가마에서 깨지거나 폭발 해버리기 쉽상이다. 유약이 흘러내리고 벗겨지고 뒤틀린 ‘아름다운 여인들’ 의 도자기 피겨린은 원래 영국 가정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장소에 흔히 두던 장식품들이다.
어린 시절 나는 이 ‘예쁜 도자기 인형’들을 너무나 가지고 놀고 싶었지만 어머니께서는 그 피겨린들을 거실 장식장에 얌전히 진열해놓으실 뿐이였다. 그렇게 진열장 속에서 얌전히 손님을 맞이하던 도자기 피겨린들은 이제 이베이나 중고가게 등에서 팔려나가는데, 나는 그 피겨린들이 상징했던 영국의 옛 가치들을 가마에 넣어 변형시킨다. ‘파손된 미국 연합군 샬러츠빌 장군 동상’의 경우는 미국과 영국등에서 현재 진행중인 노예 무역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의 동상 파손 운동과 연결되어 있다. 나는 이 작품을 제작하며 2018년 연합군 동상 철거 시위 당시 거대한 방수포로 뒤덮였던 동상의 초라한 이미지의 염속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또한 한때 국가적 영웅으로 추앙받던 여러 인물들의 몸(공공조형물)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시위대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시대적 변화에 대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해보고자했다. ”
그는 과감한 변형을 통해 시대적 흐름에 의해 변화하거나 재평가되는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복제되거나 사라지는 것들
“ ‘헬멧’은 영국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던 헬멧을 도자로 다시 만들어본 것이다. 박물관 속 헬멧들은 역사 속에서 각각의 중요한 의미들을 간직한 채 박물관에 진열되어 있는데, 나는 손으로 도자기를 빚으며 빠른 시간에 작업을 완성시키며 그 과정 자체까지도 작품에 담아보려고 노력했다. 이 작품에는 내 손가락지문까지도 여전히 남아있다. 또한 이 작품은 헬멧만이 아닌 헬멧을 지탱하고 있는 받침까지도 함께 하나의 작품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설정이 작품에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고 흥미를 더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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