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ARTISTS
2020월간도예가 주목한 도예가 ⑧
편안한 찻자리를 위한, 실용적인 차도구
이준호
글. 이수빈 기자 사진. 편집부
이준호 작가는 찻자리에 필요한 음용도구를 만든다. 그의 다관과 찻잔은 소담한 미감과 실용성이 돋보인다. 그는 일상에서 쓰기 좋은 차도구로 생활에 평안을 더하고 싶다고 말한다.
찻자리의 매력을 전하다
그가 차도구에 매력을 느낀 건 중국 여행에서 가진 찻자리를 통해서였다. 여행은 경덕진 도자대학 출신인 대학원 동기와 함께 경덕진의 가마터를 답사하고 이싱의 자사호 제작 현장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추억은 작은 다회였다. 차에 관한 감상을 나누고, 다구에 깃든 추억을 소개하는 찻자리가 마치 점잖은 어른의 소꿉놀이처럼 느껴졌다. 끊임없는 대화 속에 상대의 찻잔이 비지 않게 살피는 모습이 정겨웠다. 이를 계기로 그는 ‘차문화는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차를 즐기기 시작했다. 차를 향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쓰임 좋은 다기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차를 우리고 따르는 다기를 만든다는 것은 무게, 절수, 그립감 등 실용성과 심미성을 갖춰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는 다기를 만들기 위해 그는 본인 작품에 관한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SNS 등에서 사용 후기를 찾아보는 등 사람들의 다양한 쓰임새를 참고한다.
작가는 혼자만의 시간에 차를 마시고, 좋은 사람들과의 다회에 참석하는 등 일상에서 차를 즐기고 있다. 자신의 차도구도 본인의 찻자리와 같이 편안한 장소에서 쓰이길 바란다. “차를 따르는 자세, 찻잔을 돌리는 방향 등 지나친 규칙이 사람들이 차 마시는 문화를 어려워하게 합니다. 차를 편히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차 문화 확산에 도움이될 것이라 생각해요.”
마시는 즐거움을 위한 도구
이준호 작가는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를 만든다. 커피 서버의 길고 가파른 물대는 커피를 따르는 순간의 향을 극대화한다. 술잔은 기벽 두께를 얇게 제작해 무게를 줄이고 술의 차가운 온도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굽을 높게 만들어 잔의 아랫부분을 잡고 서로의 잔을 맞부딪히기 좋게 해 자리의 분위기를 돋궈준다.
그의 차도구는 백자의 맑은 빛에 집중하도록 형태와 장식이 심플하다. 기물 곳곳에 숨은 편의를 위한 디테일은 쓸수록 그 진가를 발휘한다. 그의 주전자는 깔끔한 출수와 절수로 손쉽게 차를 따를 수 있다. 결합이 좋은 뚜껑은 여닫기 쉽고, 기울였을 때 흔들림이 없다. 섬세하게 조각한 찻잔은 심미성이 돋보이면서 찻잔을 쥔 촉감의 즐거움까지 전한다.
꾸준한 작업
그는 물레 성형과 슬립 캐스팅을 이용해 차도구를 제작한다. 몸체를 물레성형으로 제작하고 각진 형태나 손잡이, 주구 등 작고 얇은 부분을 제작할 때는 슬립캐스팅 기법을 사용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형태는 흙으로 먼저 만들어본다. 즉흥적으로 만든 습작 중에 균형이 좋은 형태를 골라 치수를 재고 수축률을 계산해 데이터를 기록한 후 제품화한다.
작품 형태를 구상할 때는 박물관의 유물, 외국 작가의 작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찾는다. “이전에는 유물 위주로 참고했는데, 최근에는 제 초기 작업에서 영감을 얻을 때가 잦아지고 있어요. 손잡이 모양, 물대의 크기, 결합 방법 등을 재조합하니 변화가 느껴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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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