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TOPICS
흑자달항아리를 바라보는 시선
Random Diversity
글. 박진영 객원에디터 사진제공. 우란 문화재단
2020.7.22~8.26
우란문화재단 우란1경
서울 성동구 연무장7길11
T. 070.7606.5567 H. www.wooranfdn.org
소장품을 매개로 연구 주제를 확장하고 실험해보는 우란문화 재단의 ‘우란이상 시각예술연구’ 프로그램. 공학자이면서 뉴미디어 아트 그룹 ´Discrete´에서 활동하는 천영환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새로운 실험에 도전했다. 도예가 김시영의 「서가흑자 달항아리」를 매개로, AI와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등의 과학 기술을 이용한 흥미로운 실험의 과정과 결과물을 <랜덤 다이버시티Random Diversity>라는 제목으로 전시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도예가 김시영의 「서가흑자 달항아리」와 만나게 된다. 철과 마그네슘으로 이루어진 달이 실은 검회색이라는 점에서 ‘달항아리’라는 이름에 진정 걸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흑자라고 온통 검지만은 않다. 도예가가 고유의 유약을 입혀 1300°C 이상의 고온에서 번조하는 과정에서 요변 현상 이 일어나 다양한 색이 발현되었다. 천영환 작가는 ‘푸른 색, 녹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을 품고 있는 「서가흑자 달 항아리」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물질과 색으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달항아리를 만드는 실험에 도전했다. 그 결과물이 「서가흑자 달항아리」 바로 뒤에 전시되었다. 로봇팔이 장착된 큰 사각 프레임 안, 작은 수조 안에 떠 있는 ‘달항아리’ 형태의 물체. 이 전시에서 「서가흑자 달 항아리」는 실마리를 던질 뿐, 이를 구현한 결과물보다는 그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질문을 던지며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므로 전시를 제대로 감상 하려면 작가와 마찬가지로 탐구하는 자세로 연구 과정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야 한다.
천영환 작가는 지난 해 <이것은 99.17005896568298% 확률로 달항아리입니다>라는 전시에서 백자 달항아리 를 모티프로 AI와 3D 프린팅을 이용해 제작한 달항아리를 선보인 바 있다. 흑자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물질, 형태, 색’의 세 가지 측면으로 작업을 확장했다. 새로운 물질을 찾아 ‘태토’를 만들고, 뇌파 분석을 통해 사람의 감정을 색으로 구현하는 ‘일종의 디지털 요변’ 실험을 진행했으며 비지도학습(인간이 지금까지 실행했던 표본들을 주고 학습시키는 지도학습과 달리 아무것도 주지 않고 처음부터 학습시키는 방식)을 한 AI를 주체 삼고, 로봇팔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을 도구 삼아 좀더 자유로운 형태를 구현했다.
먼저 ‘태토’가 될 물질은 색을 담아내기 위해 무색이어야 했다. 그리고 3D 프린터가 열이나 레이저를 이용해 가소성(可塑性, 물리적인 힘을 받아 형태가 바뀌고 나서 그 힘이 없어져도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성질)을 지닌 물질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원리이기 때문에 가소성 역시 중요했다. 작가는 이런 기준에 맞는 물질 중에서 합성수지를 최종 선택했다. 일종의 플라스틱인 합성수지 중에서도 자외선 등의 빛에너지로 액체가 고체로 굳는 광경화 수지를 사용했다.
초반에는 이 원리를 3D 프린팅 기법에 적용한 SLA(Stereo Lithography Apparatus)를 사용하려 했지만 여러 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해 다른 방법을 탐색했다. 그러던 중 ‘액체 상태의 합성수지를 직접 3D 프린팅해 쌓을 수는 없을까?’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작가는 액체의 합성수지가 흐르지 않고 형태를 쌓아갈 수 있도록 액체와 고체의 중간 상태인 하이드로겔로 무중력 환경의 ‘가마’를 만들고, 그 안에서 프린터 노즐을 움직이며 합성수지를 쌓아올렸다. 색상 구현도 이 환경에 맞게 ‘마이크로플루이딕스(Microfluidics’)’ 라는 방식을 응용해 색상을 조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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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