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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월호 | 특집 ]

[특집III]김진규 × 은소영
  • 편집부
  • 등록 2020-09-29 11:27:52
  • 수정 2024-07-23 17: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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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III 김진규 × 은소영
글_김기혜
기자 사진_ 편집부

분청과 백자 사이
김진규 작가는 20여 년 동안 분청사기 인화기법을 바탕으로 작업해왔다. 그는 꽃·물고기·나비·나무 등을 분청도자 위에 표현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박하고 친근하게 담아낸다. 2000년대 초반 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그는 신상호 교수의 부곡도방 에서 인화문 분청사기를 처음 접했고 매력을 느꼈다고 말한다. 인화기법은 문양이새겨진 도장을 빈틈없이 찍고, 흰색 분장토를 바르고, 굽칼로 실수 없이 긁어내야 하는 작업이기에 공이 많이 든다. “당시 작업하면서 분청 인화문 도자기는 힘을 들여, 정성껏 만들어야 완벽한 작업이 나온다는 것을 느꼈고 계속 만들어보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어요.” 현재까지 50여 가지의 인화 도장을 직접 제작한 그는 인화기법에 대 해 힘든 작업이지만 완성하고 나면 그만큼 큰 성취감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은소영 작가는 투각과 부조조각 기법을 바탕으로 작품을 만든다. 특히 여러 기물을 겹쳐 만든 투각 백자는 작가의 대표 작품으로 독특한 공간감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여러 겹으로 투각된 편병은 선과 면이 만나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기물의 레이어를 통해 시각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한편, 투각의 안쪽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어요.” 은소영의 작업은 도예가로서의 일상이나 여행, 요가 동작 등 자신의 삶을 소재로 한다. 2017년부터는 조각한 백자 위에 청화 안료로 그림을 그려 일상의 풍경과 전통의 아름다움을 함께 도자기에 표현하고 있다. 그에게 작업이란 지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한 사람으로서 진정한 쉼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달빛 아래, 일상이 꽃
간접적으로 서로 알고 있던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인 연이 닿았다. 다른 선배를 통해 실제로 만나게 되었을 때 작품에서 느껴졌던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과 밝은 미소가 인상 깊었다고 은소영 작가는 말한다. 선천적으로 듣는 일이 수월하지 않아 소통에 조금은 어려움 을 느끼는 김진규 작가에게 은소영 작가는 세상을 잇는 다리의 역할을 해줄 뿐 아니라 인생에서 새로운 기 쁨을 알게 해준 빛과 같은 존재이다. 은소영 작가는 김진규 작가가 든든한 버팀목과 같다고 말한다. 작업을 하면서 불안하거나 외로웠던 순간들을 함께할 수 있는 이가 생겼으니, 도자기로 표현해 온 자신만의 오롯한 공간이 실제로 구현된 셈이다.

2018년 1월 말 선보인 김진규의 <일상이 꽃이다>와 은소영의 <월하풍경>은 두 사람의 신혼일기 같은 전시였다. 졸업 후 흰색 분장토를 사용한 인화문 분청을 15년 여간 작업해온 김진규 작가는 <일상이 꽃이다>에서 인화 분청에 여러 가지 색의 분장토를 사용한 작업을 선보였다. 빼곡한 인화문 위, 꽃밭이 붉고 푸르게 물들고 곳곳에 금칠이 더해졌다. 소재 면에서는 ‘꽃이 주는 생명력과 여유로움이 나에게 행복을 준다’는 작가의 말처럼 삶의 기쁨이 묻어났다. 재료적으로 은소영 작가의 수금, 안료 등이 영향을 준 셈이기도 하다. 색이 덧입혀지니 꽃의 아름다움이 배가되면서도, 분청의 느낌과는 또 다른 가볍고 발랄한 느낌을 준다.
“김작가가 저를 만나서 좋았나 봐요. 저도 무척 행복해요.” 은소영 작가의 <월하풍경>에는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온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당을 가로질러 작업장과 집을 오가다 보면 어느새 달이 떠 있 다. 달밤에 작업하고 차 마시고 고양이가 거니는 풍경이 기면에 녹아든다. 자연과 일상이 다 작업에 들어있는 셈이다. 조각 안에 다른 조각을 덧입히는 투각 작업이 전투적 과정이라면, 최근 청화로 그려낸 달빛 아래 풍경에는 좀 더 편안하고 안정된 삶의 결이 묻어난다. 외로움이 작업의 동력이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서울살이’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편리함 속 분주함에서 한 발짝 물러난 지금 그의 ‘달빛여행’은 따뜻하기 그지 없다.
함께 앞으로 걸어갈 길
도예가로서 살아간다는 것은 스스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걱정을 매번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긴 장하고 쫓기는 마음이 들 때마다 은소영 작가는 천천 히 가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사람 성품에서 많이 배운 거 같아요.” 부부의 말을 빌리자면 김진규 작가는 ‘천천히, 때로는 부러 돌아서 가기도 하는 사람’ 인 반면 은소영 작가는 ‘위에서 내려다보고 계산하면서 빠른 길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답답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성격 때문에 다른 좋은 점들도 많다고. 천천히 가야만 보이는 풍경도 있는 법이다. “작업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대화할 수 있고, 옆에서 응원해 주니 작업에 전념할 수 있어요.” 김진규 작가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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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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