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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12월호 | 특집 ]

[특집I] 곽경화 × 최홍선
  • 편집부
  • 등록 2020-09-29 11:06:20
  • 수정 2024-07-23 17: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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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따로 또 같이,부부 도예가
부부로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 교집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오던 두 사람이 만나 조금씩 닮아가고, 같은 기억을 공유하며 쌓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부부’라 할지라도 한 사람의 ‘도예가’로서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같은 여행을 다녀온 추억이 곽경화에게는 다채로운 ‘바다’가 되고, 최홍선에게는 검은 숲의 ‘호흡’이 되듯이 말이다. 삶과 사람, 사물을 바라보 는 시각에서 홍성일에게는 변화무쌍한 형태로, 이혜진에게는 섬세한 시선으로 나타난다. 달콤한 신 혼의 기억이 김진규에게는 붉고 푸른 색화장토로 피어나고, 은소영에게는 푸른 밤 금빛 달의 모습으로 기억되듯이.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작업은 결국 삶에서 나오고, 서로는 서로에게 작품의 영감이 된다. 이번 특집에서는 따로 또 같이 작업하고 살아가는 부부 도예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Special Feature I 곽경화 × 최홍선

자신만의 색으로 각자의 길을 가는 도예가 동료
창고로 지어진 큰 컨테이너가 곽경화·최홍선 작가가 함께 사용하는 작업실이다. 천 장 높이가 7미터나 되는 넓고 높은 실내 공간에는 여지없이 각자의 자리가 마련돼있다. 공동 공간을 중심으로 양쪽에 복층을 만들어 한쪽은 곽경화 작가가, 다른 한 쪽은 최홍선 작가가 사용한다. 각각의 공간이 수렴되는 가운데 벽에는 곽경화 작가의 「Let It Flow」가 설치돼 있다.


‘그냥 흐르게 하세요’라는 뜻을 지닌 「Let It Flow」는 곽경화 작가가 최근 집중하고 있 는 주제이다. “일이든 사람 관계든 억지로 되는 건 없잖아요. 맨처음에는 바다의 이 미지로 시작한 이 주제가 지금은 모든 작업에 적용돼 흐르고 있어요. 이야기가 무한 대로 확장될 수 있는 주제죠. 도예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끊임없이 기다려야 하며 불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하는 작업인데 이런 점이 ‘Let It Flow’ 와 통하기도 합니다.” 여러 줄의 긴 선반에 늘어선 컵들이 한 벽을 가득 채운다. 각 각의 컵은 작가가 다채로운 파란색으로 담아낸 바닷물. 이 작은 컵의 물줄기가 흐르 고 모여 ‘크기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큰물, 바다를 이룬다. 바다의 색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파란색인데 실은 파란색만이 바다 색은 아니다. 곽경화 작가가 작은 컵에 담아내는 바다 색 역시 정말 다채롭다. 장소, 시간, 계절, 날씨, 그날의 감정 등에 따라 변화무쌍한 파란색이다. 그는 유약을 물감처럼 사용한다. 데이터로 증명된 안전된 방법대로 하지 않고 그날 그날 느낌에 따라 색을 섞어 쓴다. 여러 색을 아크릴 물감처럼 덧칠해 층을 만들기도 한다. 미리 실험도 하지 않고 바로 작업에 적용한다. 작업 시간이 짧고 보다 안정적인 산화보다도 환원으로 번조한다.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나만의 파란색을 찾고 싶기 때문입니다. 망치는 경우도 많지만 이런 불안정성이 좋아요. 색을 탐구하는 일 자체가 재미있고 파란색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찾는 작업이 매력적이에요. 이브 클라인의 블루처럼 나만의 ‘케이블루’를 만들려고 합니다.”

곽경화 작가에게 풍부한 파란색이 시그니처 컬러라면 최홍선 작가는 거의 한 가지 흰색만 사용한다. “대학원 다닐 때 백유 실험을 1번부터 200번까지 했어요. 그 중에서 170번과 180번 사이에 있는 173번 유약이 가장 마음에 들어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이 색이 바로 따뜻한 흰색, CHS173번 유약이죠.” 사실 100번과 200번 정도라면 차이를 좀 느낄 수 있겠지만 170번과 180번 사이는 아주 예민한 눈썰미를 갖지 않고서는 구분하기 힘들다. 최홍선 작가는 ‘구도자적인 태도’로 꾸준히 탐구했고,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는 날선 감각으로 자신만의 흰색을 찾아냈다. “작가의 일이라는 것이 종교인처럼 지속적으로 버티면서 질기게 가야 합니다. 도예는 특히 더 그렇죠. 도자 작업은 절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30년 가깝게 가마에 불을 뗄 때마다 하는 일이 있어요. 가마 온도, 불꽃 색 등을 그래프로 기록하는 건데 사실 안 해도 되는 일이고 대부분의 작가가 하지 않는 일이지만 가마 떼는 긴 시간 동안 이 일을 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경쓰지 않고 지나치는 사소한 일을 하나의 의식처럼 치루는 그의 태도를 곽경화 작가 는 높이 산다. “최홍선 씨의 작업에 대한 밀도, 지치지 않고 작업하는 태도, 남들이 놓치지 쉬운 부분을 작업 에 반영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며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반면 최홍선 작가는 곽경화 작가의 보다 편한 태도를 배울만하다고 꼽는다. “곽경화 씨도 작가로서는 예민하지만 나에 비해서는 편한 편이에요. 사물을 바라볼 때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방심의 미’가 느껴 집니다. 예민하고 돌출된 걸 감싸안죠. 이는 완벽을 넘어 나오는 겁니다.”
여행의 시간과 장소, 경험을 공유하는 동반자
흙 보이는 게 싫어서 박스에 다 넣어 놓고 그때 그때 치우면서 작업하는 최홍선 작가, 작업이 다 끝날 때까지 ‘난장판’으로 놔두는 곽경화 작가. 도예가로서는 작업 스타일부터 모든 것이 다 다르지만 여행할 때에는 이 만큼 잘 맞는 동반자도 없다. 그들은 종종 긴 시간을 내어 국내는 물론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한다. 그 여행은 부부로서 같은 시간과 장소, 경험을 공유하는 추억이 되면서 각각의 도예가에게는 새로운 작업에 대한 영감과 자극으로 되돌아온다. 곽경화 작가가 「Let It Flow」 에 담아내는 바다는 베니스 바다, 속초 바다, 제주도 바다 등 그간 그들이 다녀온 여러 바다의 이미지이며, 10 년 전쯤 방문한 독일의 블랙 포레스트에서의 신비로운 기억은 최홍선 작가의 ‘호흡’ 시리즈로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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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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