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최성재 <마음풍경>
2019.11.18~11.30 갤러리 포월스
글_조국희 갤러리 포월스 대표
긴장의 연속이다. 80센티미터가 넘는 크기의 도판위에 그림을 그려내야 하는 시간은 불과 2분 남짓, 자칫 머뭇거리기라도 한다면 그 작품은 바로 폐기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완성되어 관객에게 보여지는 여유가 넘치는 이미지와 달리 작업의 과정은 상당히 긴장감 넘치는 상황들이 자주 연출되는 것이다. 그만큼 도자기는 빠른 시간과 느린 시간과의 싸움이다. 물레를 차거나 분장을 빠르고 바르게 그려야하는 빠른 시간과 흙을 치대고 서서히 달아올라 서서히 식혀내는 불의 느린 시간을 거쳐내야 비로소 우주와 같은 하나의 예술이 탄생하는 것이다.
최성재는 35번의 크고 작은 개인전을 개최한 ‘분장분청사기’의 대가이다. 이번 전시에는 고려청자에서 조선백자로 넘어오는 시기에 만들어진 다양한 분청 기법들 중 귀얄 풀비 : 풀이나 옻을 칠할 때에 쓰는 기구 기법의 액션페인팅 과 백토분장에 안료를 이용한 현대적인 코발트 컬러를 가미한 채색 분장이 주를 이루었다.
일정한 규칙도 없이 무심한 듯 그어진 선들은 번잡하지 않고 노골적인 화려함도 의도적인 기교도 없다. 도예가 최성재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도자기의 정통적인 형태 위에 분장 분청의 기법을 사용하여 매우 현대적이며 자유로운 드로잉을 선보인다. 언뜻 불규칙하게 그어진 선들 같지만 지긋이 느리게 들여다보면 그 안에 동양적 여백의 절제미를 느낄 수 있는 강약의 조절이 있고 코발트의 푸른 컬러 속에서 현대적인 세련미를 느낄 수도 있다. 비슷한 듯 느리게 지속적으로 진 화하는 작가의 작업은 칠하고 걷어내는 과정에서 자신 의 철학을 담기도 빼내기도 하며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게 자신의 작업철학의 선을 넘지 않는 균형을 유지한다. 특히 작가의 작품 속에 자주 등장하는 물속을 평 온하게 때론 한가로이 유유자적 悠悠自適 유영하는 오리들은 무형의 공간속에서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드로잉을 하는 작가자신의 자유로움이자 스스로의 메타포이며 동시에 작가와 관객사이를 연결지어주는 매개체 역할로 세속에 지친 우리 현대인들에게 동휴 同休 를 권하고 있는 듯하다.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1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