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REVIEWS
강승철 허벅전
<물, 그리고 발견된 오브제>
글. 김진아 한향림도자미술관 전시팀장 사진. 한향림도자미술관 제공
제주옹기를 대표하는 기물인 ‘허벅’을 주제로 한 강승철 작가의 11번째 개인전이 5월 23일부터 6월 28일까지 파주시 헤이리 예술 마을에 위치한 한향림도자미술관에서 열렸으며, 관객들의 많은 호응에 힘입어 7월 12일까지 연장전시를 앞두고있다. 이번 전시는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옹기를 조명하는 한향림옹기박물관의 상반기 기획전시 <조선팔도 옹기유랑>전과 연계, 전통의 계승에 관한 올바른 방향을 고민하는 작가들을 소개하는 일환으로 기획·개최되었다. 제주의 역사와 환경, 그리고 제주인의 삶 속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하고 숙명적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한 사물에 대한 작가적 시선을 조명함과 동시에, 제주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식수를 길어 나르던 허벅을 통해 현대에 대두되고 있는 물의 오염이나 물 부족 같은 환경 문제까지도 관객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하는 전시였다.
강승철의 이번 개인전 작업의 시작은 오래된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1968년 제주의 사진작가 서재철이 촬영한 한 흑백사진 속에는 중산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며칠에 한번씩 나오는 수돗물을 받기 위해 갖다 놓은, 길게 줄 지은 허벅들이 찍혀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시대풍속을 찍은 이 사진 속에서 작가의 눈에 포착된 것은 허벅이 아닌, 허벅 사이사이에 놓여 있던 양철 물동이였다. 허벅과 전혀 다른 재질과 형태의 이 물동이는 작가에게 허벅의 존재와 형태에 대해 다시금 사유하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고, 작가는 허벅을 통해 시대를 관통하는 소통의 대상과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는 전시장 한쪽에 양철 물동이가 걸려 있는 물지게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허벅들이 줄지어 있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물이 귀했던 제주에서 물을 얻기 위해 긴 줄을 서야 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했 다. 서재철의 사진에서 본 것처럼 중간중간에는 제주화산토로 만든 양동이 모양의 기물들도 자연스럽게 섞어 놓았다. 바로 옆 공간에는 마치 유물을 전시하듯 유리장이 있는 전시대에 허벅을 올려 놓음으로써 의도적으로 허벅의 가치를 숭고하게 느낄 수 있도록 장치했다. 이러한 연출들을 통해 작가는 과거에 존재했던 한 사물, 즉 허벅을 통해 시대와 자연환경이 만든 기형에 대한 깊은 사유를 관객들로부터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
.
.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