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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5월호 | 작가 리뷰 ]

김재용 <도넛피어Donut Fear>
  • 편집부
  • 등록 2020-05-29 12:15:16
  • 수정 2020-06-03 1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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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OF THE MONTH 

도넛은 또다시 떠 오른다
김재용의 <도넛 피어> 전에 부쳐
 글.조새미 미술비평가

김재용 작가의 열여덟 번째 개인전이자 모국에서의 첫 개인전이 학고재에서 열렸다. 갤러리의 마지막 방에는 밤하늘의 별이 연상되는 천 삼백여 개의 도넛이 설치되었다. ‘세계화’와 ‘문학적 서사’는「도넛」의 맥락을 파악하는데 주요한 키워드인데, 이번 개인전 <도넛 피어DONUT FEAR>에서 단계적 성취를 이루었다. 집단적 정체성으로부터 탈출한 작가의 범세계성과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용기를 독려하는 메시지가 도넛 위에 스프링클처럼 뿔뿔이 흩어져 있다.

범세계적 도넛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난 김재용은 아버지를 따라 중동에서 4세부터 9세까지 유년기를 보냈고, 이 5년 동안 문화적 다양성을 피부로 경험했다. 이후 그는 1994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각 전공에 입학했다. 김재용은 도자와 조각을 전공했고 이를 통해 장인 신과 기술적 완결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서사와 상징을 이해하는 작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 후에는 자신의 심리적 갈등 상태를 재현한 작품으로 해학, 풍자, 위기의식을 표현했다. 이러한 작업은 2001년 이후 달팽이 모 티프로 구체화되었고 이를 통해 방랑자와 같은 자신의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작가가 국제적 인지도를 얻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도넛」 시리즈는 작가가 인생 에서 ‘세계’와의 대립이 가장 격렬했던 2012년경에 탄생했다. 독일 미술사학자 빌 헬름 보링거Wilhelm Worringer 1881~1965 가 저서 <추상과 감정이입Abstraktion und Finf ü hlung>에서 언급한 ‘추상 충동’과 ‘감정이입 충동’은 김재용의 「도넛」 에 교묘하게 혼재되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닮고 싶은 어떤 것을 실질적인 이미지 로 「도넛」에 투사하기도 하고, 색각이상과 같은 신체적 다름으로부터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도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드러낸다. 기본적으로 「도넛」 은 현실 세계와 대립 중 형성된 부조화의 감정에 근거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청화Blue and White’와 관련한 최근 작업에서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모티프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역사적으로 청화는 동양뿐만 아니라 중동과 유럽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범세계적 문화였다. 델프트웨어Delftware는 16세기 이탈리아의 마이오리카Maiolica의 전통 위에 중국의 청화를 모방 하면서 시작되어 건축문화로까지 확장되었다. 김재용 작가의 「도넛」에서도 페르시아의 카펫, 검은 아바야 Abaya 안의 반짝이는 유색 보석, 청화백자 속의 호랑 이와 까치, 발이 묶인 유니콘, 그리고 십장생이 끊임없이 대화한다. 그들의 대화는 접점이 없던 사람들이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건과 같이 이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흥미로운 담론을 지속해서 생산한다.

 

도넛의 기호학
김재용의 작업을 ‘그림Picture’으로 가정한다면 그의 작업은 초벌된 하얀 표면에서 시작된다. 새하얀 「도 넛」들은 마치 화가의 하얀 캔버스처럼 작가 앞에 놓인다. 하지만 「도넛」은 ‘그림을 위한 그림’이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 방법론이자 기호이다. 초벌된 하얀 「도 넛」은 만화가 앞에 놓인 백색의 그림 상자처럼 우리에 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마치 스마일리 아이콘에서 자신의 얼굴을 보듯 많은 사람이 「도 넛」에서도 자신의 욕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동그라미, 하트, 네모, 별, 꽃, 동물 모양의 「도 넛」 형태는 그 자체가 경계이자 제약임에도 불구하 고 시각적으로 인지되지 않는 영역을 상상 속에서 완성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준다. 작가는 완전함 이 존재하지 않음을 테두리를 통해 암시하는 동시에 온전한 상태는 어떠할지 보는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래서 김재용의 「도넛」이 도넛이 아 닌 이유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 의「샘」이 소변기가 아닌 이유나,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 의「브릴로 상자」가 브릴로 상자가 아 닌 이유와 맥락이 다르다. 뒤샹은「샘」을 통해 예술의 조건을 질문했고, 워홀은「브릴로 상자」를 통해 자본 주의 소비사회에서의 상품과 예술을 화해시키는 시도에 중점을 두었지만, 2 김재용은 「도넛」을 통해 ‘미학적 즐거움은 물리쳐야 할 적’이 아니며 아름다움을 찾고자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보고 싶은 자신 을「도넛」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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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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