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그 기사
도자예술의 문화적·역사적·대중적 기능을 위하여·
1996년 4월, 새 생명이 약동하는 싱그러운 계절, 봄의 화신처럼 우리 도예계에 낭보가 들렸다. 월간세라믹스사에서 오랜 각고와 소명 의지로 도자예술 전문지 『월간도예』를 창간한 것이다. 이전까지 『세라믹코리아』(1988년 6월 창간, 당시 ‘월간세라믹스’)의 요업재료 공학을 내용으로 다루는 월간지 안에 부록으로 자리해온 것을 확대해 정식 간행물로 발행하게 됐다. 창간특집 기사는 도자예술에 대한 총체적 기획을 염두한 듯 별도의 대주제 설정 없이 도자예술 창작에 대한 원론적 발언을 네 가지를 대표 주제(조형 | 성형 | 소성 | 유약)로 배치한 것이 눈길을 끈다. 또한 본문에 실린 여러 축전 중 “이제라도 우리의 것을 지구촌에 전달하고 보여줄 수 있는 ‘문화매체적 기능’을 가져야 하고, 우리의 것을 정립하고 기록할 수 있는 ‘역사 매체적 기능’은 물론 작가들의 의식세계와 작품세계를 대중들에게 소개해 줄 수 있는 ‘대중매체적 기능’을 지녀야 할 것이며 이것이 곧 『월간도예』의 소명이며 책무가 될 것”이라고 전한 한길홍 당시 편집위원장 겸 한국현대도예가회 회장의 축사는 아직까지도 단 하나뿐인 도예 전문지를 보유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도예계의 현실적 아쉬움과 중첩되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전 세계가 창궐하는 역병에 시달려 신음하고 있는 이때, 책장 깊이 꼽힌 먼지 뭍은 책을 꺼내보며 평온하게 과거를 회상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