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ARTISTS
2020월간도예가 주목한 도예가 ②
감추고 싶은 내면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유충식
글/사진.김은선기자
유충식 작가(32)는 숙명여자대학교 이하 숙명여대 공예과 도자전공 조교로 근무 중이다. 방학으로 비교적 한산한 시기에 학교에서 그를 만났다. 작가는 기자를 가마실로 안내했다. 가마실 한편에 마련된 그의 작업공간은 독립적인 장소로 작업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채색을 마치고 건조 중인 여러 작업물에서 그의 성실함이 엿보였다. 청년작가로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를 만나 작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나약함, 열등감 등 감추고 싶은 치부 표현
유충식 작가는 동물에 나약한 자신을 대입한다. 동물 머리와 인간의 몸을 결합한 모습은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그는 학부시절부터 인간의 나약함과 열등감을 작 업 주제로 다뤘다. 뉴스, 영화 등 미디어를 넘어 주변에서 체감하는 사람들의 약한 감정들 을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작업이 진행될수록 회의감에 빠졌다. “대학원에서 작업을 연구할수록 혼란이 왔어요. 사실 제가 표현하고 있는 어두운 감정들이 제 모습임을 부정하고 타인에 빗대어 말해왔기 때문이죠. 그 당시엔 혼란의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했어요.” 작가는 결국 한계에 부딪혀 도망치듯 휴학했다. 그가 도피처로 선택한 곳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이하 클레이아크) 이었다. 테크니션으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가량 근무하며 다른 작가들의 작업을 도왔다. 근무 외 개인작업시간과 훌륭한 작업환경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업에 집중할 수 없었다. 작업의 실마리는 예상치 못한 일상에서 풀렸다. “흙 묻은 허름한 작업복 차림으로 인적 없는 밤거리를 걷다 가로등 불 아래서 쓰레 기통을 뒤적이던 떠돌이 개를 만났어요. 둘 다 움직임을 멈추고 겁먹은 채 서로를 대치하 고 있었죠. 문득 개의 모습이 저와 같다고 느꼈어요. 그 후 틈날 때마다 개를 낙서했고 그 낙서가 자연스레 작업으로 이어졌어요. 제 나약함을 마주하고 인정하게 된 순간이였죠.” 겁먹은 눈으로 이빨을 드러낸 개를 흙으로 조형하고 가로등 빛을 머금은 노란색으로 채색했다. 작업의 근본이 명확해지니 진행이 막힘없었다. 작가는 “타인 관람자 의 시선을 의식하 다보니 제 본모습을 감춰왔어요, 겉으로 보이는 멋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니 편안하 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는 작업에서 하반신을 과감히 노출시키는데 이는 감추고 싶은치부를 드러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솔직한 감정을 직면하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순 또한 작업에 나타난다. ‘치부 (성기)를 당당히 드러냈지만 막상 동물의 탈을 쓴 모습은 결국 나를 또다시 숨기는 것.’ 새로운 접근방식과 표현을 고민하는 부분에서 작가의 열정과 과감함이 전해진다.
만화적인 그림체, 원색적인 색채 등 묵직한 주제와 달리 표현은 경쾌하게
반인반수 半人半獸 의 형상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신우두 人身牛頭 괴물 미노타우로스에서 파생됐다. 미노타우로스가 미궁 迷宮 속에 갇혀 사람들을 해치는 괴물이지만, 그는 신의 저주를 받아 태어난 피해자라는 점에 주목했다. 양면성의 개념을 적용한 것이다. “냉전시대의 이념대립,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가들의 모습 등을 참고해 풍자하고 패러 디해요. 행동을 비판하지만 사실 그들과 다를 것 없는 제 모습이기도 하지요.” 또한 만화적인 그림체, 밝고 원색적인 색감 등 자신의 미적취향을 작업에 쏟아냈다. 무거운 주제와 상반되는 밝은 색상표현은 ‘누군가의 비극이 타인 에게는 가벼운 가십거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관람객도 예외가 아니다. 입장을 바꿔보았을 때 ‘과연 나는 어떠한가?’ 고민할 수 있는 화두를 던진다. 그의 작업은 자신에게서 확장된 모든 대상을 아우른다. “처음에는 작업이 갖는 스토리와 의도들을 설명하기 바빴어요. 작업을 틀에 가 두지 않기 위해 설명을 줄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재미를 주기위해서죠. 만약 의미를 알아챈다면 더 좋지요.”
일상성 담은 작업과정
그는 아이디어 스케치를 낙서하듯 그려내며 이를 바탕으로 작업한다. 스케치의 평면성은 작업물에 그대로 반영된다. “조형작품은 작품을 한바퀴 둘러보며 감상하기 마련인 데, 제 작업은 앞면에 집중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작가 는 학생 때부터 작품의 측면부와 후면부가 허전하다는 지 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평면을 입체로 다각화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고 미흡한 완성도를 초래했다. 수차례 수정을 거치고 있지만 계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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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