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REVIEWS
승지민 작가의 달항아리 그림
<생명을 품은 달 항아리>
글.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미술이론가
달항아리 열풍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2019년도 미술계도 극심한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난 6월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국내 옥션에서 30억원이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달항아리는 한국미술의 대표적인 브랜드임을 재확인시킨바 있다.
우리가 달항아리라고 불리는 백자 대호는 조선시대 중후기에 제작된 도자기이다. 보름달을 닮은 풍성한 모습에 아무 장식없이 백색의 유약으로만 처리되어 원만한 형태와 함께 절제미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 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사실 달항아리 열풍의 끝은 모르지만 그 시작점은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달항아리에 대한 관심을 보여 줬지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알린 사람은 바로 화가였다. 김환기는 1949년부터 달항아리가 들어간 그림을 그렸고 그것은 50년대 후 의 그의 작품 세계에 가장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달항아리의 미학을 화가가 일찍부터 주목했다는 점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달항아리가 담아내는 무색무취의 백색의 표면은 어느 누구보다 화가들에게 캔버스의 화포를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김환기가 그린 달항아리에도 나뭇가지나 꽃의 형상이 달항아리와 중첩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마도 그가 꿈꾸는 세계를 간접적으로 달항아리의 표면에 담고자 했던 시도로 읽어낼 수 있다.
승지민 작가는 오랫동안 도자기 표면에 오버글레이즈 기법을 이용한 그림을 그려오는 작가이다. 그의 삶 중 빼놓을 수 없는 독특한 이력을 손꼽으라면 그는 한국미술사에 대한 이론적 배경에 대한 탄탄한 배경을 가진 작가라는 점도 포함시켜야 할 것 이다.
승지민 작가는 대학에서 고고미술사학을 전공한 이후 삼십성상星霜 동안 작가의 삶을 걸어 오고 있다.
승지민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달항아리를 지지대로 삼은 평면 작업에 집중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원만한 달항아리의 풍부한 윤곽선을 생명을 잉태하는 여성 신체의 기호로 삼고 그 이면의 세계를 차분히 관조하는 일련의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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