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도자문화유산(3)
전통의 맥을 잇다, 남북의 도자기
남북한 도자용어 비교(下)
글_박정민 명지대 미술사학과 조교수
〈북한의 도자문화유산〉 연재 미리보기
1. 북한정권이 선택한 민족의 문화유산, 고려청자
2. 남북한 도자용어 비교(上)
3. 남북한 도자용어 비교(下)
4. 황해도의 도자문화
5. 평안도와 함경도의 도자문화
지난달에 살펴본 바처럼 북한의 도자사 연구는 대부분 순 우리말 형식의 문화어로 이루어졌다. 한자식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길게 풀어쓴 설명형식이 대부분이다.
북한은 유물 명칭도 우리와 비슷한 듯 다르게 부여한다. 올해 북한의 공식 달력에 등장한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청자 학구름무늬박이 매화병」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우리는 도자기의 명칭을 부여할 때 보통 재질, 시문기법, 문양, 기종의 순서로 특징을 드러내지만 북한은 시문기법보다 그릇 외관에 표현한 문양을 우선 제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남한 학계는 고려청자 중에서 표면 대부분을 산화철로 칠한 그릇을 주로 철채청자鐵彩靑瓷로 부른다. 검은색 유약을 시유한 흑자黑瓷 혹은 흑유자黑釉瓷라는 용어와 가끔은 혼용하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차별적으로 인식한다. 반면 북한은 두 가지 그릇 모두를 ‘검은자기’로 지칭한다. 북한은 그릇의 제작과정 보다는 최종 결과물이 드러내는 색이나 형태를 우선하여 그릇의 종류를 구분하고 명칭을 부여한다. 흑자나 철채청자를 동일한 종류의 그릇으로 분류하다보니 고려시대 자기문화의 발전과 흐름을 우리와 다르게 파악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또한 특정 종류의 그릇이 유행하는 시기나 다른 그릇들과의 상관성도 정교하게 다루지 않는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다.
북한 학계는 남측이 철화청자鐵畵靑瓷와 철백화청자鐵白畵靑瓷, 혹은 堆花靑瓷로 부르는 그릇을 모두 ‘그림무늬자기’또는 ‘그린무늬자기’라고 부른다. 남한 학계가 청자에 문양을 그리는 안료의 종류나 색을 감안하여 명칭을 제시한데 비해 북측은 우리 눈에 비친 결과를 기준으로 명칭을 부여했다.
우리가 과거 진사辰砂로 불렀던 동화銅畵기법으로 문양을 그린 자기를 북한은 ‘진홍자기’라고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북한 학계도 자기에는 동 산화물로 문양을 그리므로 진사자기를 적절치 않은 용어로 판단한다. ‘진홍자기’역시 그릇의 외관을 기준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1980년대 북한 정권이 문화어 사용을 강조하기 이전에는 그들 역시 한자식 용어로 도자기를 연구했다. 1963년 당시 북한 과학원 고고학 및 민속학연구소가 작성한 황해도 은동리 자기가마터의 발굴조사 보고서를 보면 그릇 가득 인화상감기법印畵象嵌技法으로 문양이 시문된 분청자를 밀화密花자기 혹은 밀점密點자기라고 지칭했다. 꽃이나 점 모양의 도장으로 문양을 빽빽하게 시문한 그릇을 밀화 혹은 밀점자기로 부른 것이다. 밀화, 밀점자기 역시 그릇에 나타난 외향 특징을 강조한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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