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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월호 | 해외 ]

영국 세라믹 아트 런던
  • 편집부
  • 등록 2019-07-08 22:58:58
  • 수정 2019-07-30 12:3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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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세라믹 아트 런던
Ceramic Art London

2019.3.22~3.24
센트럴 세인트 마틴, 킹크로스

글·사진_민세원 도예가    사진제공_ 세라믹아트런던 

 

올해로 15번째를 맞는 세라믹 아트 런던Ceramic Art London (이하 CAL)은 런던의 킹크로스(King’s Cross)에 위치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Central Saint Martins)에서 진행되었다. 전시 시작은 22일부터였지만 21일 현장디스플레이와 VIP 고객 및 관계자를 위한 Preview Night 까지 포함하면 작가들에게는 실제적으로 4일이 소요된다. 1958년 설립되어 꾸준한 활동을 해온 영국 도예가 협회(Craft Potters Association of Great Britain)가 주최하며 영국을 비롯해 아일랜드, 독일, 스페인, 한국, 일본, 네덜란드의 해외 작가까지 참여하는 국제적인 세라믹 페어이다.

필자는 런던 여행 중 우연하게 CAL을 방문하게 되었고 현장 분위기에 매료되어 작년에 이어 2회째 참여하게 되었다.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유럽 내에서는 인지도가 높으며 작가 선정에 있어서 까다롭다. 페어 초창기부터 참여한 작가, CPA 회원, 해외 작가, 새로운 작가들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다양한 작품 성향과 무엇보다도 넓은 연령대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올해에는 92명의 작가가 참여하였는데 그 중 해외 작가는 18명, 새롭게 선정된 작가는 16명이었다. 작품의 유형은 실용부터 조형적인 작품까지 놀라울 정도로 다종다양의 작품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제작 방식도 다양했는데 물레나 핸드 빌딩에 비해 캐스팅 기법을 활용한 작가는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CAL을 계기로 캐스팅 기법의 바이블 『슬립 캐스팅』의 저자 사샤와델(Sasha Wardel)을 만나서 대화한 것도 잊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수준이나 자세에 놀라웠다. 전공자나 취미생도 있었지만 일반인들의 방문도 많았고 해외출장 중 지인의 추천을 통해 방문한 그래픽 디자이너도 만날 수 있었다. 반갑게 인사하는 교포, 질문하는 유학생, 매년 이 페어를 통해 영감을 받는다는 엔지니어 등 많은 방문자들을 만났고 그들과 작품을 통해 소통할 수 있었다.
특히 필자의 작업은 원형 제작부터 완성까지 조금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과정 사진을 부스 벽에 준비하였고 방문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받았다. 작품에 대한 글과 과정을 보면서 흥미롭게 접근하고 때때로 그것이 판매까지도 이어졌다. 많은 방문자로 인해 일일이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진지하게 듣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피곤한 것도 잊고 최선을 다했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스토리텔링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되었고 방문자와의 대화를 통해 다른 관점에서 작업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전시와 더불어 강의가 열렸는데, 이 프로그램은 《Clay Talk》라 불리며 2005년 CAL의 초창기부터 전시와 함께 교육적인 역할을 해왔다. 《Clay Talk》(1)는 도자 이론, 미학적 이슈, 또는 실질적인 기술 시연을 토론하고 많은 도예가들을 소개하였다. 유명인의 특강이 있는 날은 관람객 수가 많을 정도로 특강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대부분 작가들은 페어 기간에 식사할 여유조차 없지만 지인의 도움으로 평소에 관심 있었던 ‘테라코타(Terra Cotta)’(2)에 대한 특강을 들을 수 있었다. 테라코타 제작 회사의 디렉터인 존 위슨(John Wison)이 다웬 테라코타(Darwen Terracotta)의 소개와 그동안 진행되었던 프로젝트들을 설명하였다. 고건물에 부착된 테라코타의 복원이나 세면기 사업, 제작 과정 등의 내용을 인상 깊게 보았다.(사진03,4) 케이트 말론(Kate Malone)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특강을 진행하였고 그밖에 다양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중 전시기획자이자 독립큐레이터인 Preston Fritzgerald는 강의를 통해 〈Young Masters Ceramic Prize〉(3) 라는 공모전에 대한 취지와 심사방식 등을 소개하였고 다른 심사자와 수상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하였다. 지난 2014년에 선정된 박종진 작가도 참여하며 지원 동기와 공모전 이후 활동에 대하여 참여하였다.

(1)50분 가량 진행되며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세라믹디자인과 소속 Duncan Hooson이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큐레이팅 하였다.

(2)Terra Cotta는 구운 흙이라는 뜻으로 일반적으로는 저온에서 번조된 입체조각물로 널리 알려졌지만 넓은 의미로는 도기, 상 ,벽돌 등이 속한다. 건축적 목적으로 쓰인 일반벽돌보다는 고온에서 번조되고 틀에서 흙을 압축하여 제작한 속이 비어있는 블럭과 같다.

(3) 2009년부터 영국의 Cynthia Corbett Gallery에서 주최한 공모전으로 영국 거점 작가와 해외 작가 모두 참여 가능한 공모전이다. 현재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Lauren Nauman, Tessa Eastman 등 공모전에 수상한 작가들이며 올해는 5월 31일까지 모집 중이다. www.young-master.co.uk

 
올해 새롭게 시도한 프로그램은 《Kiln House》인데 세인트 마틴 학교 주변의 정원에서 라쿠 번조를 진행하는 워크숍이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도자 학부와 건축학과의 협업으로 지어진 《Kiln House》는 참여자에게 흙이라는 재료를 통해 도심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시간을 제공하였다. 그밖에 특강 이후 전시장을 둘러보거나 주최 측에서 마련한 작업 시연이 담긴 영상을 감상하거나 도구와 책을 구입하는 등 페어를 각자의 방식대로 즐기는 모습에서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CAL은 전시 관람 이외에도 학교와의 연계된 프로그램과 그 주변의 지역적인 특성을 활용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좀 더 많은 방문자를 유입해 참여하도록 하고 총 감독인 수잔 베레스포드(Susan Beresford)에 의해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페어가 진행되는 전시장의 건물 주변은 킹크로스 지역으로 재개발로 인해 몇 년 사이에 많은 발전을 하였다.
세인트 마틴 건물 뿐만 아니라 영국 디자이너로 명성이 있는 톰 딕슨(Tom Dixon)의 쇼룸과 새로 오픈한 레스토랑(Coal Office Restaurant)이 눈길을 끌었다. 그 레스토랑의 음식 뿐만 아니라 세인트 마틴 학생과 협업한 기능성을 강조한 식기 디자인은 그 주변의 디자인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 숍, 갤러리, 상점 등과 함께 명소가 되고 있다.

페어 기간 중 가장 즐거웠던 것은 책에서 보던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 참가한 일본 작가 미호 이나가키(Miho Inagaki)는 스테인리스 망으로 형태를 제작하고 흙을 부친 다음 소성의 과정을 거친다. 성질이 다른 두 재료의 물성으로 수축이 일어나고 거기서 오는 결과가 작업의 독특한 방식이 된다. 재벌은 1230~45도에서 이루어지고 상황에 따라 3차 번조까지 진행되는데 그녀의 표면 질감은 유약에서 표현해 낼 수 없는 시각적 매력이 있다. 독학으로 도자기를 접하였고 남원국제도예캠프에도 참여하였다. 이번 페어에서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작가는 파올라 바스티 얀센(Paula Bastiaansen)이었는데 2017년 경기도자 국제공모전에도 출품했던 네덜란드 작가이다.
작업 자체가 도전이라는 그녀의 글에서 보듯이 작가는 자기토를 종이처럼 얇게 제작하고 극도로 얇고 깨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형태를 제작한다. 조개와 유사한 질감을 표현하면서도 리듬감과 운동감을 살린 역동적인 형태는 아르누보양식의 오르타 라인을 연상시킨다.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포셀린의 백색도, 투명성, 강도의 특성을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다루었고 소성으로 변형되는 형태를 적절하게 살렸다. 재료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며 동시에 작업과정에 대한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또 한국과 인연이 있는 독일인 작가 카린 바블록Karin Bablock은 2008년 경희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였다는 그녀의 얘기에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작업에 흑백 대비를 이용한 색감과 선적인 요소들을 통해 그녀의 감성적인 부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데렉 윌슨(Derek Wilson)의 기(器)는 장인 정신이 담긴 단순하면서도 심미적인 물레의 선이 돋보인다. 그의 작업은 재료에 대한 지식과 함께 형태의 재해석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전달하고자 한다. 그의 심플한 형태의
근원은 특히 러시아의 구성주의, 데 스틸, 바우하우스에 디자인 역사를 기반으로 한 영국 구성주의를 바탕으로 한다. 깔끔하게 정돈된 디스플레이 방식과 색감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춘다. 한국작가인 송인호는 핸드 빌딩으로 형태 제작 후 상상 속의 동물을 그린다. 색감과 새가 등장하여 해학적이며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위트 있는 작업이다. 즉흥적인 표현이 많고 꼭두를 상상 속의 동물로 재구성하여 인간의 탐욕을 풍자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영리하게 잘 표현하였고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반응이 좋았다.

페어나 전시를 준비하는 작가라면 항상 고민하는 것이 디스플레이일 것이다. 국내 페어와는 상황이 달라 최소한의 준비물로 효과를 창출해야 했기에 많은 생각과 사전 준비를 요하였다. 선반을 주로 사용한 필자와는
달리 대부분 참여 작가들은 가벽 설치 시 비용이 발생하므로 가구를 준비하거나 직접 좌대를 제작 혹은 자체 벽을 제작하여 사용하였다. 필자는 일반적인 선반 형태가 아닌 디자인이 가미되고 색을 포인트로 활용한 선반을 활용하여 디스플레이를 진행하였다. 준비 과정에서 예상했던 색보다 선반의 색이 강해 염려하였는데 천장이 높고 자연광이 들어오는 건축물의 구조 덕분에 조명과 함께 색이 한층 부드럽게 연출되어 오히려 방문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근래에는 개인적으로나 기관을 통해서 해외 페어를 참가하는 경향이 과거보다 늘고 있다. 용기가 필요했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개인적인 참여는 여러 면에서 쉽지는 않다. 필자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다른 시장과 준비과정 등으로 어려움은 있었지만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을 소개하고 관계자들과 관람객들과의 소통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세라믹 아트 런던(Ceramic Art London)은 매해 9~10월에 모집하며 신청 시 작품 이미지와 아티스트 스테이트먼트Artist statement, 아이디어 및 작품 세계를 서술한 글가 필요하다. 좀 더 많은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접할 수 있다.

 

H. www.ceramicartlond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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