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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05월호 | 전시리뷰 ]

이하린 개인전〈청(靑)색시대의 오마주〉
  • 편집부
  • 등록 2019-07-02 00:45:48
  • 수정 2019-07-11 13: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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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린 개인전 <청(靑)색시대의 오마주>
2019.4.17~4.22 통인화랑


 


대학에서 도예사 수업을 듣던 어느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약간 나른했고, 교수님의 목소리는 멀어지는 의식과 집중하려는 노력 사이에서 귓가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원시시대 빗살무늬 토기에서부터 시작된 수업은 어느새 중반을 넘어 고려시대로 향해가고 있었다. 머리의 반은 선조들의 대단한 기술에, 나머지의 반은 많이 보던 역사 속 유물에 익숙해져 갈 무렵 눈을 의심하게 하는 고려의 청자들이 강의실 앞에서 넘겨지는 커다란 슬라이드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은 고려시대 선조들이 사용했던 기와, 베개, 연적, 벼루, 장고와 같은 예상치 못한 물건들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도자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얼마나 많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도자기라는 단어를 음식을 담는 그릇이라는 제한된 뜻으로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 순간에 나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500여년 전 어느 때로 돌아간 어느 시절을 상상해보았다. 고려사에서는 정자에 청자 기와를 얹고 풍류를 즐긴 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더운 여름날 청자 베개를 목에 괴고 옥색 기와 아래 지어진 정자에서 시를 쓰고 음악을 즐겼을 순간이 떠올랐다. 그 모든 행동들에 청자가 깃들여 있었다.
실용을 넘어 멋과 화려함으로 시간을 보냈을 고려 귀족의 삶이 어쩌면 지금의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사치스러운 어떤 것으로 생각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멋에 대한 취향의 확신과 투자가 약 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물을 만들어주었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고려의 청자는 당대 중국 다음으로 구현된 발달된 하이테크 기술을 가졌다는 증거이면서, 고운 비색과 상감토를 넣어 만든 색과 장식은 고려의 독자적인 미감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그리고 우리의 유전자 속에 담박함과 화려함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하 생략


글_박경린 전시공간〈리:플랫〉 디렉터   사진_편집부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9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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