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수연 개인전 〈부화孵化〉
2019.3.12~3.17 팔레 드 서울Palais de Seoul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일부-
젊은 작가 차수연의 첫 번째 개인전 〈부화孵化〉가 지난 3월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부화’를 주제로, 작가로서의 첫 출발을 알리는 자리로 마련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공중그네와 외줄을 타는 유연한 몸놀림의 곡예사들을 마주한다. 묘기를 부리는 원숭이, 우스꽝스럽게 분장한 광대 등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도자조형물은 다양한 호壺 형태의 기물에 장식요소로 사용됐다.
작가는 서커스의 시각적 즐거움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학부시절 작업주제로 다뤘던 화려한 색채, 인체, 동물을 ‘서커스’라는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구사했다. 피망, 조개, 분수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 역시 형태적 모티브가 된다. 채도 높은 초록, 빨강, 파랑, 흑, 백색 등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미국 서커스 포스터의 색감, 피에로Pierrot, 동물, 곡예 등 서커스적 요소는 작품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부화’의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러시아 목재인형 마트료시카Matryoshka를 모티브로 한 「Matryoshka: 부화孵化」 시리즈는 알 속에서 바깥세상을 상상하고 기대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크기가 다른 네 개의 오브제로 표현했다. 「반달에서 온 몽상가A Dreamer from half moon」는 이상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부화를 꿈꾸는 피에로를, 「온기The Soul embracers」는 알을 깨고 나온 세상이 따뜻하길 바라며 두 팔로 알을 감싸 안은 피에로의 모습으로 나타냈다. 「심연의 못The Pond of your inside」은 ‘여러분의 세상이 궁금합니다’라는 메시지로, 거울과 돋보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세상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앞서 소개한 세 개의 작업을 담는 가장 큰 사이즈의 「나의 우주The Swimmer」는 금, 은, 진주, 러스터lustre 등으로 장식해 작가가 마주하고 싶은 반짝이는 세상을 표현했다. 반달에 앉아 이상세계를 꿈꾸고, 알을 감싸고, 돋보기로 들여다보고, 자신의 우주에서 헤엄치는 피에로의 모습은 모두 작가를 대변하고 있다. 또한 각자가 생각하는 ‘내면의 빛’을 쪽지에 적어 넣는 관객 참여형 작품 「빛: 당신에 대해 많은 질문을 품고 있는 상상 속의 항아리Utopot」, 기물에 입술을 조각해 서로의 세계에 대한 소통을 표현한 「진실의 입the Mouth of Truth」등이 마련됐다. 더불어 저글링, 원반 돌리기 등 공연장의 생동감을 부조浮彫형식으로 표현한 「벽장식 시리즈Hexagonal wall decor series」, 트레이, 줄자, 돋보기 등 서커스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데스크 탑 소품들을 마련해 사무용품이 주는 미적 가치를 재조명했다. 합의 형태가 주를 이루는 작품에 대해 작가는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나의 심리가 반영된 것 같다. 의도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전시를 통해 서커스의 긴장감과 전율을 그대로 전달하며 실제로 서커스를 보는 듯 한 환상적인 경험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차수연 작가는 올해 활동을 시작하는 전시·연구그룹 ‘굄성91’의 전시를 통해 현대무용, 미술, 음악 등 예술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더불어 다양한 분야의 공예가들이 아트체스세트를 제작, 전시하는 그룹 ‘Checkmate’의 멤버로, 앞으로 선보일 전시를 준비하며 새로운 서커스 오브제를 제작 중에 있다.
글_김은선 기자 사진_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