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혜展 2002. 10. 9 ~ 10. 15 경인 미술관
喜喜樂樂 글/배종광 숙명여대 영상애니매이션학부 교수
명지혜는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이 직접 언급했듯이 세 가지 다른 피조물을 대상으로 작업을 시도하고있다. 새와 뱀과 사람이 그것인데 묘하게도 이 세 가지 대상은 전혀 다른 공간에서 판이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이를테면 사람은 대지를 밟고 생활하는 반면 뱀은 사람이 밟고 다니는 대지 위를 기어다닌다. 그런가 하면 새는 사람과 뱀이 생활하는 공간 위를 비상하며 살아가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사실 이렇게 다른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진 존재들에 대한 관심의 동시성이란 그다지 흔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쩌면 작가는 이들 여러 가지 존재가 그들의 존재 양태와는 무관하게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그들 존재의 동질성이란 각각의 개체들이 갖는 외로움이란 한단어로 귀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지혜의 작품을 전시한 공간에서 갖게된 독특한 느낌은 문양을 사용하여 도자기라는 조형에서 리듬을 찾아내곤 하던 전통적인 예술감각과는 사뭇 다르게 명지혜의 작품에서는 서구적인 사진과 맥을 나누는 감각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즉 머리만 공간 속으로 내밀고 몸체는 어떤 심연에 묻어둔 작품의 조형 속에서 분명히 보여지고 있는 순간에 대한 기록 의도라고 짐작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가 묘사해낸 작품 속의 새는 조형적으로 머리 부분만 밖으로 돌출한, 그래서 마치 잉태의 순간이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의 순간을 정지시킨 시간을 통해 보여 주려한 흔적이 역역히 보이고 있다. 비슷하게 뱀을 묘사한 작가의 시선도 마치 뱀이 대지라고 하는 자신의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적어도 위의 두 동물의 몸짓에 대한 전제가 조금이라도 받아들여 질 수 있다면 작가는 스스로 다른 세계로 뛰쳐나가려는 작가 자신의 무의식을 인간의 희희낙락이라는 본성을 빌어 은유하고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연히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작가의 일상이나 작품 활동, 인간 관계 등을 통해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연과 인연들을 스스로의 가마 속에 넣고 녹여 작가 자신만의 형상으로 간직하고자하는 몸짓이 아닌가하는 추론도 가능하다. 명지혜는 이번 전시회에서 전혀 다른 모습의 조형물 30개 정도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외부 세계와 교신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 작가에게 적용한다면 명지혜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는 실제로 명지혜가 자신 내면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 혹은 외부 세계에 들려둔 적이 거의 없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에 힘을 싣고 있다. 결국 작가의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쌓아두었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