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화 & 최홍선 도자2인전 2002. 10. 17∼10. 27 가모갤러리
Play with Clay 글/정영숙 문화, 전시기획자
프리다 칼로&디에고 리베라, 김기창&박래현. 이들의 공통점은 부부화가들이다. 주변에서 부부작가들을 간혹 만나게 되는데 서로의 독창성을 지니고 예술의 길을 동행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가 부부는 생활을 함께 꾸려가는것 외에 창작활동을 통해 경제활동도 함께 창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어느 한 쪽이 작업을 할 경우, 다른 한 쪽은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서 묵시적으로 작업에서 손을 놓기도 한다. 모든 현실적인 상황을 극복하고서 한 공간에서 서로의 독창성을 유지하는 작업을 위해서는 서로에게 자극을 주는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 환경이 같으면 비슷한 작업이 나올 수 있는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서로의 창작열기를 북돋아주고 서로의 작품에 영향을 받아 각자의 독창성을 살려가는 길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달랐다. 한 작업실에 칸막이로 작업공간을 구분할 뿐 24시간 함께 하는 그들은 각기 다른 독창적인 작품이 제작되었다. 이번 전시는 회화전시가 주로 개최된 삼청동 가모갤러리에서였다. 부부전시이지만 서로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디스플레이이 할 수 있는 장소로써 1∼2층이 구분된 가모갤러리가 제격이었다. 전시공간과 잘 조화된 작품, 그리고 디스플레이 방식은 프로근성이 뛰어난 부부의 감각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낮은 천정과 흰벽면, 그리고 아담한 전시공간에 놓여진 최홍선의 크고 작은 합(盒)연작은 정갈한 장독을 연상시켰다. 분청 옷을 입은 합은 더욱 온화했고 둥글넓적한 합의 형태는 넉넉함과 편안함을 주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곽경화의 작품이 벽면에 회화처럼 걸려져 있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걸려져 있었던 것처럼… 지난 전시에서 일률적으로 보여줬던 사각 도판은 크고 작은 크기로 변형되었고 표현된 내용 또한 절제된 형태와 유약처리로 한층 깊이감을 전해주었다. 분청과 일부 코발트 안료를 사용하여 색감의 변화를 주었고 이미지 또한 간결하게 표현되어 미니멀작품을 연상시켰다.
한 켠에 놓여있는 곽경화의 귀달린 분청자화병은 투박한 손잡이가 매력적이다. 주저 없이 손잡이를 잡고 만져주고 싶은 화병이다. 꾸민듯 자연스러운 곽경화의 그릇은 안정감을 준다. 최홍선&곽경화 부부의 작품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작업한 듯 독자적이고 각자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난다. 이들 부부의 융화되지 않는(?) 개성을 작품을 통해 본 것이다. 한 가정에서 한 사람이라도 예술가의 길을 간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부가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것은 더욱 어렵다. 첫 구절에 언급한 대표적인 예술가 부부처럼 이들 부부도 각자의 작품세계를 넓히기 위해 서로에게 힘이되고 자극을 주는 반려자, 동반자가 되길 기대해 본다. 곽경화 作 최홍선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