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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월호 | 전시리뷰 ]

이흥복의 작품에 관하여
  • 편집부
  • 등록 2018-05-21 18:00:37
  • 수정 2018-05-21 18: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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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복의 작품에 관하여


<이흥복 展>
3.28~4.22 통인옥션 갤러리
이 은 통인옥션갤러리 큐레이터


이흥복 작가는 경남 거창에서 작업한다.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이 만나는 언저리의 조용한 산골마을이다. 피고 지 는 꽃을 보며, 아침저녁으로 뜨고 지는 해를 보며 그는 작업에 몰두한다. 시골에서의 생활이 지루하지 않냐고 물 어봤다. 매일 산 너머 해가 뜨고 지는 것이 재미있을 것이 뭐가 있냐고. 그는 매일이 같지 않다고 했다. 계절이 바 뀌면서 바람에 날아오는 냄새가 다르고 나뭇잎의 떨림이 다르고 햇볕의 색조가 다르단다. 하긴 시끄러운 도심 한 복판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일상이란 지루한 것이다. 출근과 퇴근을 반복 하다 보면 어느 새 한 달, 두 달, 일 년이 금세 간다. 그러다 가끔은 이렇게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으며 사는 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한다.


1 「나는 수풀 우거진 청산에 살으리라」 125×90 cm, Ceramic, 2017
2 「기억의 저편」 60×50×5 cm, Ceramic, 2017
3 「산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60×50×5cm, Ceramic, 2017
엇비슷한 추상적 패턴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품은 그가 마주하고 있는 자 연을 닮아 있다. 삼각형, 사각형, 원형 등의 근원적인 기하학적 형태만으로 이루어 져 미니멀리즘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기계적으로 똑같이 복제複製된 모티브가 아니 라 차갑지 않다. 손으로 빚은 흙의 느낌이 따스하고 편안하다. 그의 최근작은 흙으 로만 제작되어 흙이란 소재의 친근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손은 의도를 가지고 형태를 만들지만 어쩔 수 없는 우연성에 의해 변주 變奏가 생겨난다. 대자연의 일부인 흙과 불에 의한 우연성은 그가 자연과 소통하는 또 하나의 과정이다. 석고틀에 흙물을 부어 굳어지면 손으로 형태를 다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고 1250도의 가마에서 구워낸 조각들은 벽에 설치된 틀 안에 유기적으로 나열되면서 회화적인 평면성을 보여준다. 도자예술 장르의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다만 순수예 술로서 접근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흙과 불은 그의 물감이고 붓이다. 하나 하나 조각을 만들어 내는 반복적인 노동이 집적된 그의 작업은 정신적인 면에서 단 색화 작업과도 닮아있다. 의도된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 하고 자연미를 받아들인 그 의 작품에서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진다. 푸른빛이 번지는 유백색의 도자 기는 화선지에 수채물감이 스며든 듯한 청량감이 있다. 완성된 작품은 그의 손과 불과 시간의 흔적이다. 수많은 조각들이 모여 일정한 질서 를 이루어 하나의 작품이 될 때는 모여진 개수 이상의 힘을 뿜어낸다. 틀 안에 나열 된 미세한 차이의 패턴들이 되풀이 될 때 그 틀의 한계를 벗어나 무한대로 증식되는 연속성을 암시한다. 예술가는 사람을, 삶을 한 발짝 물러나 관조하고 재해석한다. 이흥복의 작품을 보면 그의 삶에 대한 관조가 그대로 드러난다. 결국 존재란 반복과 순환이다. 동일한 것 의 복제가 아니라 차이를 가진 반복은 영원으로의 회기이며 생성이다. 찰나적인 인 간의 존재는 삶과 죽음의 무한한 반복과정에서 진화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너와 나 의 차이를 인정하는 관용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만들어지고 또 다른 관계를 낳는다. 이렇게 이흥복의 작업은 뭔가 거창한 일탈을 꿈꾸지만 결국 삶이란 매일의 일상이 차곡차곡 모여 만들어 지는 것이란 소박한 진리를 말하고 있다.
이흥복 도예가는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및 대학원,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Pratt institute 대학원을 졸업했다. 뉴욕 스 페이스월드 갤러리, 서울 통인옥션갤러리 등에서 십 수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 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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