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화·최홍선 도자2인전 2002. 3. 27 ~ 4. 2 통인화랑
곽경화·최홍선 도자2인展
글 / 장계현 통인화랑 큐레이터
“새가 날아든다. 웬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 중에는 봉황새, 만수문전에 풍년새……”전시장에 안에 새가 날아들었다. 다소곳한 합 위에 내려앉은 새는 그대로 주저앉아 봄볕에 졸고 있는 있는 듯하다. 작은 합에는 작은 새가 큰 합에는 큰 새가 날아들어 그대로 합과 하나가 되었다.
최홍선의 합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두번째 개인전이후 줄곧 합에 대한 관심으로 합작업에 몰두해 왔다. 합은 소중한 것을 담기 위해 보관, 저장을 위한 뚜껑있는 용기의 총칭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합은 우리나라에서는 원삼국시대부터 그 시원(始原)을 찾아 볼 수 있다. 그 이후 삼국시대의 토기합, 골합, 고려시대의 화장합, 사리합,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향합, 담배합 등에서 그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최홍선의 합작업은 그가 지금껏 해온 합작업이 갈색 재유를 사용해 온 것에서 변화를 주어 백자 합을 선보였는데 합 작업이 요구하는 까다로움에 어느 정도는 이력이 난 듯하였다.
작가는 물레성형후 형태에 자연스레 변화를 주어서 면치기 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합이 갖는 조형성을 정적이면서 긴밀성있게 표현해 내고 있다. 백자새합, 면치기분청합, 백자물고기합 등 합이라는 일관된 범주안에서의 그의 변화는 합의 형태와 발색면에서 더욱 침잔된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새나 물고기의 도상을 빌어서 그가 표현해 내려고 했던 것은 무엇일까? 단지 손잡이의 대체물로서의 그것이 아니라 인간과 신의 매개체로서의 새, 인간이 날지 못함에 대한 열망으로서의 새 등을 합 위에 올려진 형태로 담담하게 표현해 내고 싶었다고 한다. 곽경화의 작업은 도판작업과 화기를 중심으로 한 생활자기를 선보였다.
덤벙분청기법에 코발트 안료를 사용하기도 하면서 분청자기가 갖는 귀얄, 덤벙, 박지등의 기법을 자신의 작업에 맞추어 자유롭게 형상화시켜 표현해내었다. 특히나 도판작업은 흙덩어리에서 속파기 기법으로 흙덩어리가 주는 질감과 함께 봄에 대한 단상들을 12개의 이야기 속에 전개시켜 나가는 것으로 회화작업에 대한 작가의 섬세한 감각을 작품 속에서 드러내 놓고 있다. 또한 그릇이 갖는 규율이나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마치 흙장난에 신명난 모습으로 작업하고 있는 것을 그의 작품 속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최홍선과 곽경화, 이 두 사람이 부부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작업에 있어서의 독자성을 유지하기위해 무척이나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작업장의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그러하고…… 그래서 자신의 각자의 작업에 대해서는 서로가 관여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작업장의 관례로 정해놓고 있다고 한다. ‘도예가’라는 길을 향해가는 동료로서의 생각을 가지고 이번 전시에서 각자의 생각들을 담은 작업들을 보여주었다. 레바논의 철학자인 칼린 지브란의‘예언자’에서 그랬던가,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를 바라다 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한 곳을 향해 바라다 보는 것이라는 약간은 진부한 이야기가 다시금 마음에 와 닿는 전시였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