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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2월호 | 뉴스단신 ]

그릇의 가치와 인연_ 가온×김지아나
  • 편집부
  • 등록 2018-03-15 18:21:19
  • 수정 2018-04-11 09: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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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가치와 인연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
가온×김지아나

 

에디터  곽수경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호림아트센터 지하로 내려오면 광주요에서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 ‘가온’이
자리 잡고 있다. 가온으로 들어가면 내부의 정면에 한 점의 작품이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격조 높은 도자 문화와 한식의 접목을 연구하는 가온과 김지아나 작가가 콜라보한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이 그 주인공이다.

건물 안에 들어서면 처음 대면하는 프론트Front에는 그 공간의 대표성을 지닌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한식 레스토랑에서 한국의 전통요소를 장식하여 한국적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면 가온은 이와 대조적으로 홀 공간을 광주요의 역사성이 담긴 전통요소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작품을 설치하여 공간을 꾸몄다. 상호 연관성 있는 작품을 장식하여 공간 디자인에 일관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가온에 들어가서 자리에 안내 받기 전에 만난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은 광주요의 그릇에 담겼던 음식과 인연을 상기하기에 충분했다.


한식 레스토랑에서 음식과 그릇의 관계는 상호보완적이다. 특히나 쉐프가 만든 음식이 소담히 담길 한식기의 역할은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음식을 맛볼 고객들의 시각을 충족시켜준다. 그리고 제철 식재료를 응용한 다채로운 음식이 담긴 그릇 안에는 이곳을 스쳐간 여러 사람들의 특별한 추억과 서사가 얽혀 있지 않을까.
이런 의도에서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은 완성됐다. 김병진 쉐프는 가온의 수석 쉐프다. 가온의 모든 요리를 총괄하며, 가온을 ‘미쉐린가이드 2017 서울편’ 3스타 레스토랑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에게 가온의 음식이 담기는 광주요의 그릇은 특별하다. 광주요의 역사가 담긴 1세대 전통 자기와 당대의 유명인,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콜라보 식기까지 다양한 광주요의 그릇이 그를 스쳐갔다. 그에게 광주요의 그릇은 한 점도 버리지 못하고 모으는 특별한 소장품이 됐다. “그릇에 이가 나가고 깨지면서 상품 가치가 하락한 그릇은 다시는 고객의 밥상에 올라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가온의 역사성이 담긴 그릇이기도 하죠. 이가 나갔다거나 깨졌다고 해서 함부로 버리지 못 했어요.”


가온과 김지아나 작가의 인연
김지아나 작가는 가온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의 권유 아래 2015년 「해어화」 시리즈, 2017년 「선물」 시리즈를 제작해 광주요의 제품에 작가의 색감과 감성 등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녀는 광주요와 꾸준한 협업으로 광주요가 가진 철학을 경험하고 애정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이 같은 광주요라는 도자브랜드를 이해하며 가온과의 콜라보는 시작됐다.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이 기획되기 전, 김지아나 작가는 김병진 총괄 쉐프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김병진 쉐프가 가온에서 근무하면서 모은 도자 파편과 마모된 그릇은 김지아나 작가의 감성을 더하여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가온의 역사와 서사가 담긴 다완이 김지아나 작가에게 넘겨졌고, 수많은 다완을 관찰하고 사유하며 김지아나 작가는 자신만의 새로운 감성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작업하기 전에 광주요, 가온, 김병진 쉐프를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어요.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하실까. 어떤 마음으로 그릇을 대할까. 깨진 그릇을 보고 어떤 마음으로 보관하셨을까. 이 사실을 제 작품 안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했어요. 제가 광주요와 김병진 쉐프를 통해서 받은 감동을 작품으로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도자 파편들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저만의 특징적인 기법을 응용하여 가온의 의미와 철학이 담긴 다완을 접목하는 작업 과정은 매우 신나는 일이었어요. 음식과 도자는 불을 만난다는 의미에서 비슷한 성향을 가진 것 같아요. 이 작품도 한식과 예술의 만남이었습니다.”
 
단 하나의 청자celadon
한편, 김지아나 작가의 도예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 있다. 바로 김지아나 작가가 도예 작업에 몰두함과 동시에, 동시대와 소통하는 창조적 예술 작품을 꾸준히 모색하고 전개해왔던 점이다. 미국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과 몬트클레어대, 서울대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대우위니아와 협업하여 「2018년형 딤채 김지아나 에디션」을 디자인하고 연
구했던 행보도 도자의 전통 기법을 복원하고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에서 비롯한다. 그런 김지아나 작가에게 이번 가온과의 협업은 아주 낯선 시도는 아닐 것이다.
가온의 프러포즈로 성사된 이 프로젝트는 가온의 음식 미학과 광주요의 그릇에 김지아나 작가의 도자 파편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 새 옷을 입혔다. 캐스팅 된 도자를 해체하고 그 도자의 파편을 배치한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는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에 너울대는 잔잔한 파도는 검은 색 바탕에 새로이 새긴 풍경 안에 자태를 뽐낸다. 그 속에 푸른 빛깔을 머금은 단 하나의 다완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찬란하게 빛나는 음전한 멋을 느낄 수 있다. 그 중 검은색 바탕의 오른쪽에 놓여 있는 한 점의 청자 다완. 왜 하필 청자 다완이 김지아나 작가의 작품에 놓일 단 한 점의 선택이었는지 궁금했다.
“어떤 그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청자 다완을 선택을 했습니다. 청자의 빛깔과 문양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청자 다완에는 가온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앞으로 식탁에 놓일 수는 없겠지만, 가온에서 사용하는 그릇의 반장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수고로이 일을 다 했으니, 작품 속에서 쉬면서 가온과 함께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옛것이 곧 새로운 것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에 담긴 김지아나 작가의 집념은 김병진 쉐프와 닮은 점이 있다. 삶의 철학과 가치를 가진 우리나라의 한식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열정과, 도자의 재료적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디자인을 당대로 이으려 하는 신념 어린 노력. 어쩌면 새롭게 태어난 「Black Inside Black . 2017 celadon」는 뜻이 통하는 두 장인의 만남으로부터 완성된 것이 아닐까. 그 인연이 작은 도자 파편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

 

김지아나는 미국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 학사, 미국 몬트클레어대학교 석사,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외 12회 개인전을 비롯해 환기미술관, 소마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대만 세라믹 비엔날레, 평창 비엔날레 등에 참여했다.

 

김병진은 한림전문대학 전통조리과를 졸업하고, 2003년에 화륜(현 가온소사이어티)에 입사했다. 2005년 장가항 가온을 시작으로 광주요에서 개최한 한식 사업에 참여했다. 2014년부터 한식 레스토랑 가온에서 총괄쉐프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 ‘미쉐린가이드 2017 서울편’ 3스타 레스토랑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SPAN>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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