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도예교육
현황과 방향
박정근 동덕여자대학교 디지털공예과 조교수
1 <2007 토야 테이블웨어 페스티벌>
‘대학 도예교육의 현황과 방향’이라는 주제는 무겁고 포괄적이어서 짧은 글로 정리하기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대학 도예교육에 관한 담론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에 막연하게나마 필자의 생각을 적어본다.
<2017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한국도예교육의 진단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학술세미나가 진행됐다. 여러 대학의 교수들이 국내외 도예교육에 관해 발제하고 토론하는 세미나로 한계는 있었지만 대학교육에 관한 공개적인 토론을 시작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행사였다. 대학정원의 감소와 이에 따른 도예전공학과의 위기와 장기간 변화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과정 등이 지적되고 이에 따른 제언도 이어졌다. 외국의 도예교육과 비교해 국내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인식하고 있는 공통점은 대학도예교육에 위기가 있고 이를 해결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필자 또한 이러한 진단에 동의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학도예교육의 전망이 어둡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도예학과의 전망은 사회 또는 대학 내 전공의 유용성에 의해 가늠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육의 유용성이 곧 그 대학이나 학과의 존립 이유가 될 것이다. 대학에서 이루어지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보통 취업으로 대변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한 지식의 습득이다. 다른 하나는 도예분야가 가지고 있는 학문적 가치의 발전이다.
도예전공 관련 일자리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졸업하고 취직은 어디로 하나요?”이다. 질문의 의도가 “취직할 수 있는 큰 회사가 얼마나 있나요?”라는 걸 알기 때문에 사실 이에 대한 대답은 그리 많지 않다. 큰 회사는 산업화의 산물이고 당시 도자기 분야도 대형 공장들이 만들어졌지만 이러한 회사에 필요한 대졸 사원의 수는 많지 않다. 또한 소규모 생산방식은 산업화 과정 내내 어려움을 겪었고 이와 관련된 일자리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4차 산업 시대가 시작되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공예나 예술분야에서 이에 대한 위기감은 없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업화에 따른 일자리의 소멸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된 일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화 시대 생산을 기계가 담당하게 되면서 사람들은 주로 머리만 사용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4차 산업의 핵심은 머리의 기능도 기계가 대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사람은 소비의 주체가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풍족하게 생산된 식품과 재화를 소비하고 문화 활동을 중심에 두고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
도예분야에서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대형화된 도자기 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벗어나고자 인건비가 낮은 곳으로 공장이 이전하는 경향도 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생산이 아닌 소비에 있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제작된 도자기의 공급은 이미 끝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깨지지 않는 이상 기존의 도자기를 버리고 비슷한 것을 구매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자기는 기능적인 면을 넘어 문화적인 측면으로 보아야 할 시점이다. 사람들은 어떤 그릇에 음식을 담고, 어떤 음식을 먹고, 누구와 먹는가에 관심이 있고, 이러한 행위를 타인과 공유해 문화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을 졸업한 후 가질 수 있는 직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가장 많은 인원이 필요한 분야는 생활에 필요한 그릇을 제작할 수 있는 작가이다. 하나의 디자인으로 수 백 만개를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작가가 필요하다. 작가가 디자인하고 생산을 넘기는 방식이 아닌 작가가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방식이 주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 작가만의 개성과 제작능력이 요구된다.
또 다른 분야로 도예를 교육할 수 있는 교사가 있다. 문화를 소비하는 현상은 문화적인 사물의 사용에도 있겠지만 사물을 직접 제작하는 것에도 있다. 단편적이라도 제작방법을 배워 직접 사물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화욕구이다. 이러한 교육을 담당할 수 있는 교사에게는 전반적인 프로세스에 관한 이해와 제작능력, 구상능력 등이 요구된다.
예술 활동을 하는 작가 또한 도예전공과 관련된 직업이다. 산업화 시대 도예의 예술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활동이 시작됐고 여타의 예술가들과 같이 예술적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일이 진행되어왔다. 이와 관련된 작가에게는 창의력, 조형능력과 더불어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감능력 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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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18년 2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