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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월호 | 전시리뷰 ]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전
  • 편집부
  • 등록 2018-03-14 17:30:32
  • 수정 2018-03-14 18: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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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스며든 열정과 도전의 삶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전


박중원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큐레이터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전> 전시 전경


  노경조 「연리문 각병」 15.5×9.5×14(h)cm 외, 연리문 기법 혼합토, 재유, 환원 번조, 1982


  유광렬 「청자 상감 보상화 당초문 합」 35×25(h)cm, 상감 기법 청자토, 청자 유약, 환원 번조, 2012

 

공예는 인간의 감성이 사물로 표현된 결정체이다. 또한 공예는 자국의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상징체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공예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끌어온 중추적인 분야이다. 세계를 향해 문호를 열기 시작한 개화기의 한국공예는 국력과 함께 쇠퇴한 공예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일이었으며, 부국지술富國之術로 적극 권장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1883년 보스턴만국박람회와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등에서 우리나라를 알리는데 공예는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정책의 기초 역시 공예를 중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의 세계적 행사에서 우리나라를 이미지화 하고 국제화의 첨병 역할을 한 것도 공예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그 중에서도 시대마다 독창적인 양식을 형성하며 한국문화에 중요한 업적을 남겨온 도자는 우리의 창의성, 지혜, 미의식, 기호, 풍속과 같은 정신문화와 시대상을 반영한 물질 문화의 응결체이다.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전: 도자, 스며든 열정과 도전의 삶>에서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전통과의 연속성에 기반한 창조적 접근과 독창적인 철학으로 한국 문화의 정체성과 가치를 보여주며 오랜 시간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한국도자의 마에스트로를 선정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전통에서 터득한 한국인의 정서와 미감을 바탕으로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예술적 성취를 더하며 발전해 온 한국 도자의 독창적인 아름다움과 가치가 더욱 인상 깊게 와 닿기를 희망했다.
‘마에스트로전’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하 KCDF이 <2016 공예트렌드페어>에서부터 새롭게 선보여온 전시로써 다양한 공예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자신만의 공예를 개척하고, 발전시켜 온 작가와 장인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첫 회인 2016년에는 ‘예술, 삶, 그리고 공예’라는 제목으로 물성의 특성에 따른 도자, 금속, 목, 섬유, 칠, 지승공예 6개 장르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9인의 작가와 장인으로 구성된 전시를 선보였다. 오랜만에 선보인 마에스트로의 작품들은 전공 관련 후학들과 일반 관람객들에게 큰 감동과 깊은 감흥을 심어주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KCDF에서는 공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매년 한 가지 장르를 선정해  마에스트로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번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전>은 2017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7; 한국도자의 정중동靜中動>에서 한국도자의 역량을 드러내며, 세계에 한국도자의 가치를 높인 16인의 작가와 장인들 중에서
40년 이상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한국도자가 걸어온 시대의 흐름, 변화, 그리고 발전과 그 삶의 궤적을 함께 해온 마에스트로 6인의 47개 작품을 소개했다.
비움의 정신으로 은은한 비색과 세밀한 투각을 통해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재해석하고 발전시켜온 김세용. 옛 가마터를 다니며 도자 파편을 수집, 실험하는 전통에 대한 오랜 관찰과 끈질긴 노력으로 재현된 연리문의 노경조. 조선 전통의 백색, 견고함과 은은함을 담은 달항아리의 선형적 특징을 잘 살려 ‘가장 전통에 가깝다’라는 평을 받고 있는 서광수. 경계를 넘나들며 끝없는 도전과 실험으로 ‘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분청사기가 가진 역동성을 표현의 영역으로 확장한 신상호. 흙과 유약의 조화에 의한 깊은 색감, 숙련된 기술과 장인의 집요함이 빚어내는 세밀한 장식, 그리고 공예의 본질에 충실해 청자를 창조적으로 계승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해낸 유광렬. 두고 보기에 가장 적당한 크기, 품에 안을 수 있는 넉넉히 형태, 자연스러운 빛깔, 더불어 21세기에 맞는 달항아리’를 거듭 연구하며 활달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세련된 철화분장 달항아리의 이수종. 이들이 한국도자를 대표하는 마에스트로들이다.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전>은 단순히 오랜 경험을 가진 장인과 작가의 독창적 표현과 숙련된 기술이 집약된 작품을 전시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시제목에서 알 수 있듯 소개된 작가와 장인이 마에스트로로 인정받기까지는 흙과 함께 수많은 역경을 극복하고, 많은 번민과 고통으로 자기를 깎고 불태워왔으며, 전시에서는 그들이 자기 자신과 싸워온 흔적을 담고자 했다. 마에스트로들은 도자에 대해 남들이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시기에 예술적 갈등과 기술적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좌절하지 않고 독창적인 자기 세계를 상징적인 도자로 표현해왔다. 그들은 끊임없이 전통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며 발전시켜 온 장인들이자, 전통을 기반으로 시대정신과 예술성을 두루 확보하며 새로운 창작을 선보여 온 작가들이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전통의 맥을 잇고 새로움을 더하며 창의적으로 진화해온 한국도자의 살아있는 역사를 소개함으로써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 특히 도자를 전공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많은 후배들이 앞으로 걷고 따라야 할 길을 미리 비춰볼 수 있게 했다. 또한 물리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끈기와 인내, 성실함, 끊이지 않는 열정과 도전으로 한국 도자를 발전시켜온 그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가 되길 바랐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6인의 마에스트로들과 그들의 작업장에서 영상제작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할 때 마지막 질문으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 마에스트로들은 그들만의 각기 다른 어휘를 사용해 질문에 답을 제시했지만, 그들이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모두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마에스트로들은 그들이 도자와 함께 지내온 지난 50년간 바쁘고 어렵게, 그러나 많은 성과를 거두며 성장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후배들에게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사랑하라고, 그들이 걸어온 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도자는 매력 있는 분야이며 성취감 또한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한 후학들이 자신들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한국도자의 전통에서 미래의 가치를 발견하고, 세계 속에서 한국의 도자만이 지닐 수 있는 독창성을 찾아 한국도자를 발전시키는 노력을 해주길 당부했다. ◆

 

필자 박중원은 국민대학교 조형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석사학위, 선더랜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5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주제전, 2016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및 마에스트로관, 2017 밀라노 한국공예의 법고창신전, 2017 공예트렌드페어 마에스트로관 큐레이터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여자대학교와 경희대학교에서 강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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