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CA Show One, 2010, Ⓒ김선애
현대 도자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믿어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도예를 전공하고,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누구나 훌륭한 예술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의 신분에서사회인으로 나아갈 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업이 예술이라면, 겪게 되는 다양한 고충은 누구나 그렇듯이 힘들다.
이안 맥인타이어Ian McIntyre 디자이너는 1984년에 영국 리즈Leeds에서 태어나 현재는 런던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이다. 2010년 영국 왕립 예술대학원Royal College of Art을 졸업할 때, 그는 졸업전시Degree Show에서 지거Jigger와 졸리Jolley1)를 이용한 접시와 볼(사진1)을 선보였다. 단순히 디자인이 잘 된 ‘그릇’이 아니라스택Stack of Plates, 무더기이라는 표현에 맞게 위로 길게 쌓아서 설치했다. 로열 컬리지의 쇼RCA SHOW는 흔히 말하는 셀링쇼Selling Show, 작품판매와 함께 이루어지는 전시의 기능도 있어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데뷔하는무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는 일부러 아무것도 판매하지 않았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을 주목하고 구매하고 싶어 했지만 ‘아직 완성이 덜 됐다’라는 말로 완곡히거절했다. 그리고 단순한 결과보다는 2년 동안 진행한 리서치를이야기 하고 싶어 했다.5년 전 졸업전시에서 선보였던 그의 작업은 영국의 공예 어워드인<저우드 메이커스 오픈 2015Jerwood Makers Open 2015>에서 「1톤의 흙ATon of Clay」이라는 결과물로써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전시되고 있다.
도자 디자이너는 물질성materiality의 탐구가 수반되는 직업이다. 이안이 처음 영국 왕립 예술원에서 석사과정을 시작했을 때, 도자관련 작업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았다. 런던으로 삶의 터전을옮기기 전에는 맨체스터Manchester에서 프로덕트 디자인Product Design,어플라이 아트Applied Art를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는 산업 디자인에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도자 작업이 가지고 있는 ‘과정’을 따라 결과물을 창출해나가는 ‘프로세스-드리븐Process-driven’ 특성을잘 살려 작업에 접목했다. 이러한 이안의 작업은 현재 도자 디자인 제품뿐 아니라 설치작품, 스튜디오 에디션 디자인, 재료에 대한 탐구, 디자인 형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의 디자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그 형태만을 보고, 너무나쉽게 북유럽 스타일로만 정의하는 오류를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그는 단순히 도자 디자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설치 작품 등으로 현재 주목받는 디자이너 중의 한 명이다.그동안의 협업을 보면 2010년부터 어나더 컨츄리Another Country, 롱포헤이Wrong for HAY와 함께 테이블 웨어를 제작하였고, 2014년에는V&AVictoria and Albert Museum, 오피치네 파네라이Officine Panerai와 함께다른 디자이너들Felix de Pass and graphic designer Michael Montgomery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런던 디자인 페스티벌을 위한 「캔들라Candela」라는 대형 설치작품을 V&A에 전시하였다.
박물관에서 중세시대 타피스트리가 전시된 가장 어두운 방을 들어서면 커다란 바퀴가 오묘한 색을 내며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같이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한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펠릭스 드파스Felix de Pass, 그래픽 디자이너 마이클 몽고메리Michael Montgomery가 이안 맥인타이어와 함께 수퍼-루미노바Super-LumiNova 공장에 다녀온 후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다. 이 독특한 물질은 보통 어두울때 시곗바늘에서 볼 수 있는 형광색 물질이다. 이들에게 작품을의뢰한 주최가 이태리 시계 브랜드 오피치네 파네라이Officine Panerai인 점과 연관하여, 적극적으로 어떻게 이 물질이 행동하는가에대해 전체 컨셉을 작업의 시작점으로 잡았다. 사실 이 물질은 아주 곱게 갈려진 세라믹으로 흔하지 않은 가루에 금속이 섞여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위해 1mm 두께로 레이어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해서 표면을 만들어 냈다. 실제로 V&A에 설치되었을 때는 마치 형광색의 물질이 내는 미묘하지만 익숙하지 않음과 타피스트리의 어둠이 대조되면서 다른 차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영국 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요즘 공장에서 일하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이너 실에서 컴퓨터로 디자인만하고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그는 세라믹이라는 물질의 가능성을 계속 시험하면서 직접 프로토타입과 샘플을 스튜디오에서 만든다. 클라이언트와 제조사와 소통과 대화할 때 거리감을 줄여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몇 년 전, 그는 파트타임으로 다니던 디자인 회사를 그만두고 거의 전업 작가로 돌아섰다.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도 퇴근하면 매일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스튜디오로 직행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성공이란 단어를 쓰지는 않았지만, ‘내가 꿈꾸는 것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열정과 확신이 가득 차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다시 만난 그와 인터뷰를 했다. 현재 그는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디자인과 강의에 몰두하고있다. 최근에는 앞에서 언급한 <저우드 메이커스 오픈>이라는 큰커미션을 통해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인터뷰 질문을 통해 그의 생각과 철학을 들어보자.2)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