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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월호 | 작가 리뷰 ]

숨은 얼굴 찾기
  • 편집부
  • 등록 2018-02-10 02: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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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a」 28×22.5×h65cm

 

 

 

음울한 표정, 늘어진 어깨, 단추가 풀린 셔츠와 느슨한 타이. 정장 차림새를 한 인물들은 어딘가 지쳐보이는 얼굴로 눈을 감고 있거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다.윤지용 작가의 「페르소나」는 사회라는거대한 체스판 위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연극적 자아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업들이다.

 

가면 쓴 사람들
삶의 다양한 공간과 장면에는 각기 필요한 얼굴이 다르다. 작가는 인간이 사회화 과정에서 수행하게 되는 역할의 수만큼 여러 얼굴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일상 대부분의 시간을 타인과 맺는 관계에 집중하며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이 사회화는 본래 자신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할 만큼 많은 얼굴persona을 만들어 낸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윤지용 작가의 페르소나들은 그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는 ‘나’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인식에서부터 시작됐다.
작가가 이러한 주제를 다뤄오게 된 것은 그의 조용한 성격과도 관련돼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내향성이 강한 성격이었으나군대와 길지 않은 회사 생활을 거치며 자연스레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성격을 개발하게 됐다. 이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상황에 따라달라지는 태도를 관찰하게 되면서 개인을 사회적 지위나 배경, 살고 있는 집이나 입은 옷과 같은 외형으로 판단하는 사회에 대한 질문을 작업으로 진행하게 된 것이다.
작품 속 인물이 대부분 귀가 없는 것은 얼굴 위로 한겹 덮어 씌어진 가면이 단순한 가림막이 아니라 피부 그 자체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인물들이 모두 정장을 입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작가는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의복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뀐다는 것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보편화된 차림, 정장을 작업으로 가져오게 됐다.
“사람들은 같은 대상이라도 무엇을 입고 있느냐에 따라 그 사람을 다르게 인식합니다. 옷이나 차, 그 사람의 외모에서 느껴지는 것들로요. 공사장 작업복을입고 있는 남자를 보면서 우울하고 성격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대답한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 양복을 입고 있을 때는 학벌이 좋을 것 같다거나 성실해보인다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실험들을 보면서 소형차와 외제차, 서양인과 동남아인에 대한 우리의 시각도 한쪽으로 기울어진 부분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인식을 하든 못 하든 보여지는 것으로 인해대상에 대한 판단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 인상에 남았죠. 특히 양복은 사회에서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대표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했어요.”‘양복’을 입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많은 부분에서 설명을 생략할 수 있으며,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의복은 실제 내 삶의 환경과 상관없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포장하는 가장 쉬운 도구로서 이용되는 것이다.

 

도시라는 무대
한가지 주제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은 같은 소재를 반복해서 변주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소재가 되는 사물들이 갖는 보편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며 의미를 중첩하기 때문에 특별한 설명이 부가되지 않아도 보는 이들에게 비교적 전달이 쉽다.“제 작업은 내용을 갖고 있지만 아주 설명적이진 않아요. 동작이 적고 정적인 형태가 많은데 구성이 많으면 보는 사람이느낄 수 있는 게 제한적인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의 심리상태가 연결되면 다른 이야기로도 해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들어서 정적인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주로 작업하고있어요. 집도 특정한 모양이 아닌 단순한 모양으로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고요.”벽돌집과 체스판의 두 조형들이 겹쳐지거나 쌓아 올려지며 꼭대기에 위태롭게 놓이는 페르소나들은 일상의 반듯한 체계가공고할수록 그곳에서 내려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결정인지를 보여준다. 어느날 공사장 주변을 걷다가 떨어져 나온 벽돌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작가는 낱개의 벽돌을 개인이자 사회의 구성원으로, 벽돌이 쌓여 완성한 건축물을 사회의 모습으로 대입했다. 그는 집을 만드는 벽돌의 쓰임뿐 아니라 규격화된 공간에서 치열한 전략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체스판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설명한다.일정한 규칙과 정해진 힘의 논리로 상대 진영의 말을 밀어내고 왕을 잡는 게임 체스는 주어진 자리에서 가능한 역할이 한정돼 있는 우리의 모습을 비유한다. 이러한 체스판 위를 움직이는 말은 일정한 틀 안에서 정박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현실적인 한계로 다시 그려지는 것이다.본래의 얼굴을 덮어쓴 두터운 가면의 껍질을 보여주기 위해얼굴의 절반을 다르게 보여주던 전작들에서(「막」시리즈), 물신주의 사회에서 얼굴을 잃어버린 황금가면을 쓴 사람(「나를보다」)을 지나 최근작(「페르소나」시리즈)에서는 한층 더 무기력해진 표정의 화자들이 등장했다. 그들과 함께 하는 ‘말horse’은현실에서 포기하거나 우회해야만 하는 이상향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자아의 또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말의 이미지를 빌려왔어요. 말은 자유롭고 역동적인 이미지를갖고 있잖아요. 상상의 동물 유니콘은 무한한 꿈과 이상, 희망을 상징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자아를 말로 표현하게 됐어요. 현실에서는 그것을 억눌러야 하거나 실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 꿈이라서 그런지 작업에서는 정적인 말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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