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에서 도자기를 판매하는 ‘다이닝오브제’는 여러 마케팅용어를 사용해 설명해야할 만큼 치밀하게 준비한 사업이다. 하지만 도예가에게는 든든한 홍보대행사로, 소비자에게는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친근한 요리책으로 다가간다. 그릇보다도예가를 알리는 것이 먼저이며, 상품보다 스토리를 판매하고 싶다는 다이닝오브제를 다녀왔다.
매스티지로서 도자기
‘매스티지Masstige’란 대중Mass과 명품Prestige이 조합된 마케팅 용어다.
최근 중산층의 소득이 향상되면서 값이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명품을 소비하려는 현상, 즉 명품의 대중화 현상을 2003년 미국의 경제잡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처음 소개하며 사용했다. 다이닝오브제의 맹난영 대표(33)는 “서양화를 전공했던 대학시절에 고민했던 것 중 하나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와 카피Capy였습니다. 대중들이 오리지널리티를 소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오리지널리티를 소유하는 것과 복제품을 소유하는것의 차이를 인지하는가에 대해서요. 어느 날 문득 공예품은 비교적 적은 돈을 지불해 살 수 있는 작가의 고유한 독창성이라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비싼 값이 아니라 만들어 지는 과정이 명품이라고 여겨왔는데 도자기의 제작과정은 그자체로 명품이더라고요.”라며 도자기가바로 매스티지 제품이라고 말한다. 도자기 편집숍 사업을 구상한 후,입점할 식기를 고를 때 맹난영 대표의 기준은 요리가 취미이자 특기인본인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했다. 요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질리지않고, 한식과 양식이 모두 어울리되 핸드메이드라고해서 투박하지 않은, 모던한 도자기. 그래서 현재 다이닝오브제에는 공통된 미감을 갖춘 듯하면서도 개개인의 특색이 다른 10명의 도예가 강유단(58), 김국환(43), 라기환(42), 양지운(35), 이은범(47), 이정용(41), 이창화(49), 임의섭(46), 지인식(54), 현상화(40)의 개성넘치는 그릇들이 함께하고 있다.
두 개의 공간
다이닝오브제는 2013년 7월에 처음 시작한 온라인 매장과 지난 6월5일 서울 논현동에 문을 연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각 매장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부탁하니 혹시 인터넷 대형마트에서 쇼핑해보았냐는 물음이 돌아왔다. “같은 도자기를 취급해도 온·오프라인에서소비자의 구매패턴은 정말 달라요. 예를 들어, 4인 가족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다고 가정해보면 총 구매가격이 십만 원을 훌쩍 넘어요. 매장의 동선을 따라 쇼핑하면서 목록에는 없었던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죠. 반대로 인터넷몰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검색’해 장바구니에 담아 충동구매할 일이 드물어요. 이러한 매체의 특성을 파악해 온·오프라인 매장을 구성했어요.” 다이닝오브제 온라인 숍은 소비자가 필요한제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카테고리를 작가/용도/재료로 나누었고,고객들의 니즈가 강한 제품의 판매율을 예측해 작가에게 미리 주문을넣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에는 고객이 여러 도예가의 작품을 취향에 맞게 스타일링 해볼 수 있는공간을 마련했다. 여러 식기들을 매치해보는 과정을 통해 다른 식기에대한 관심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IT업계에서 4년간 홍보·마케팅·기획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한 맹난영 대표의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 블로그 등 SNS를 통해서 신제품 사용 후기, 박윤선 푸드스타일리스트의 레시피와 스타일링 등 고객이 그릇과 친숙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는주제를 설정해 이벤트나 전시를 기획한다. (6월 말부터 논현동 매장에는 다양한 면기에 대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공동의 목표
사실 도예가의 입장에서 온라인에 자신의 제품을 공개하는 것은수많은 카피제품을 양산할 수 있어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11명의 도예가들이 다이닝오브제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유는 매장과작가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공동의 목표 덕분이다.
“작가님들이 저를 믿고 함께해 주셨으니 그 믿음에 보답하는 편안한 작업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월별로 필요한 제품 물량을 미리 주문하면 작가님들은 작업 외 시간을 여행이나 휴식으로 보내거나 전시준비를 하실 수 있죠. 그리고 매장이 잘되려면 매출도 중요하지만 작가님들이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작가님들의 팬들이 결국은 잠정적 고객이기 때문이죠(웃음). 결국 숍은 작가님을 홍보해 매출을 극대화시키고, 작가님들은 좀 더 편안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이 서로 상생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동의 목표를 위해 다이닝오브제의 대표와 직원들은 일주일에 7일 내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각기 다른 도예가의 특색에 맞는 브랜딩1)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새로운 작가의식기를 매장에서 선보일 때는 이미 입점한 식기와 겹치는 부분이있는지 철저하게 검토해 자기잠식2)을 줄인다. 예를 들어, 백자를 만드는 두 도예가가 있다면 한쪽의 그릇은 유려하고 다른 것은 선이날렵하다던지 그 형태에 차이를 둔다. 두 번째로 작가를 홍보하는일이다. 맹난영 대표는 도예가들의 신제품을 먼저 사용해보고 특색을 파악해 어울리는 요리를 담아 테이블을 세팅해 촬영한다. 하나의 컵을 소개할 때 특색에 맞는 음료와 멋진 스타일링을 함께 제시하면 소비자에게는 하나의 컵이 아닌 멋진 이미지로 각인되기 때문에 중요한 단계다. (그녀는 전문스타일리스트가 아니기에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연구하며 몇 번이고재촬영한다.) 또 도예가의 작업과정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소개해 소비자들에게 작가를 홍보하며 한편으로 핸드메이드의 가치를다시금 인식시킨다.
“식탁을 작가의 그릇으로 채우는 것은 적지 않은 비용과 높은 안목을 필요로 하죠. 그렇기 때문에 구매자 스스로 누구의 작품을사는 건지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따금씩 고객들이 ‘OOO작가의 팬이에요.’라고 말씀하시면 행복감을 느끼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정보를 교류하는 것이다. 최근 여러 푸드스타일리스트를 통해 TV프로그램(MBC의 ‘멘도롱 또’, O’live와 tvN의 ‘한식대첩’ 등)에 다이닝오브제에서 소개하는도예가의 그릇들이 종종 모습을 비췄다. 방송에 참여하며 직접 사용해본 푸드스타일리스트들의 코멘트들은 다이닝오브제를 통해전달된다. 작가들은 이러한 의견을 수용해 기존 제품에 약간의 변주를 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기도 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