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가 한창인 오월 어느 날, 경기도 여주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시간이 있었다. 차를 타고 구불구불한 농로를 따라 달리기도 하고 남한강의 강바람을 맞기도 하며또 얕은 산등성이를 넘기도 했다. 그렇게 차례로 12개의 도자스튜디오를 방문했다. 각각의 작업장에서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프랑스, 스페인에서 모여든 37명의 도예가들이 열흘간 한국생활을 밀접하게 체험하며, 서로의 도자문화를 교류하고 있었다.
열흘의 시간
2000년 <여주 세계도자Pre-Expo>에서 시작된 <여주 국제도자워크숍>은 올해 16회를 맞이해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그동안 열린 워크숍은 모든 작가가 하나의 작업장과 숙소를 사용하며 진행돼왔다. 그러나 올해 <여주 국제홈스테이워크숍&국제장작가마도자워크숍>은 여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작업장 12곳을 선정한후 한국작가 한 명당 외국작가 1-2명씩 팀을 이뤄 작업하며 생활하는 레지던시(홈스테이)형태의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구성됐다.지난 4월 30일, 외국작가들은 배정받은 작업장으로 입주해 5월1일부터 5일 동안 성형을 마치고 초벌번조를 했다. 6일에는 모든작가가 모여 <2015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여주행사장내 장작가마에서 초벌기물을 시유하고 재벌번조를 했으며, 가마를 식히는7-8일에는 문경 도천도자미술관과 <문경 찻사발축제>를 방문했다. 다음날인 9일은 가마를 허물고 완성된 작품을 서울 신사동LVS갤러리에서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선보였다.
이미 많은 축제와 비엔날레 등과 같은 도자문화행사에서는 교류도시나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을 초청해 워크숍을 진행하곤한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작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정보와 기술을 교류하기 때문에 작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주 국제홈스테이 워크숍은 외국의 도자문화와 한국의 도자문화가 서로 상충하거나 혼합되기도 하는 ‘국제교류워크숍’의 장점과 한국작가의 작업장에서 열흘 동안 동고동락하며 한국의 일상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더해졌다. 한 예로, 작업이 끝난 후 윤현경 도예가는 프랑스에서 온 리즈 장벨리Lise Zambelli도예가와 한국의 사우나 문화를 즐기기도 했다. 또한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요시카와 치카코Yoshikawa Chikako도예가는 “원래 장작가마를 사용하진 않지만 늘 해왔던 과정에서벗어나고 싶어 한국의 장작가마로 작업을 번조해보고 싶었어요.”라며 참여취지를 밝히고 “저는 이세용 도예가의 작업장에서 홈스테이를 했습니다. 마침 드로잉을 하는 두 도예가끼리 매칭이 되어 도자 안료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며 소감을 전했다.
여주 홈스테이국제워크숍의 전과 후
<2015 여주 국제워크숍>이 처음부터 홈스테이 레지던시의 컨셉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다. 한국도자재단에서이미 지원된 여주워크숍지원비용이 여주도자기조합에전달됐지만 그 과정에서 여주워크숍을 진행하는 여주도예가협회YICA로 지원되지 않았다. 여주도자기축제운영비를 위한 조합자금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또다시 한국도자재단 전시·학술지원사업 그리고 LVScraft와 여주예총의 후원을 별도로 받아 겨우 이번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부족한 지원금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작업공간만 주어진다면 자비로 참여하겠다는 해외작가들의 열정으로 이번 워크숍을 홈스테이 형식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본 워크숍을 주관한 YICA는 홈스테이가 가능한 공간적 여건을 갖추고 있고, 외국작가와 함께 작업시간 등을 할애할 수 있는 도예가를 선정했다. 또 외국작가의 작품성향, 주로사용할 재료 및 성별이나 외국어능력 등을 고려해 한국작가의 작업실에 배정했다.
황예숙 여주도예작가협회회장은 “‘YICA는 훌륭한 작가 한 명이 한 지역을 키운다’는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풍족한 지원 없이도 지속적으로 국제워크숍을 진행하는 이유는 작가들 스스로가 보는 생각과 시각을 넓히기 위함입니다. 흙을 이용해 창작하는 국내외 도예가들은 누구나 여주국제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으니 언제든 동참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또한 “내년부터는 여주시의 지원을 받아 젊은 도예가들의 해외진출과 민간국제교류창작활동 등을 활성화 하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한다.
이어지는 교류
이번 워크숍에 참여한 외국작가들 중에는 일본 도코나메에서 활동하는 도예가들이 많았다. 그 외 타국의 작가들은 주로 일본에서 활동하거나 활동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들이었다. 도코나메Tokoname는 일본의 도자기 생산지 6대요 중 하나로서 1999년부터 여주시와 도자기를 통해 교류해왔다. 두 도시의 도예가들은 도자축제가 열릴 때마다 참여해왔고 지난 2009년에 그동안 여주를 방문했던 31명의 일본 도예가들은 ‘도코나메 여주클럽Yeoju Clab(Club의 일본표기)’을 결성했다. 올해 여주워크숍을 체험하고 돌아간 푸지토모키Fujii Tomoki도코나메 여주클럽회장이자 사진가는 8월 17일부터 24일까지 ‘휴머니즘 워크숍’을 재현할 계획을 세워 한국의 도예가들을 초대한다. 이 기간은 <도코나메 도자축제>가 열리는 기간으로 작품제작과 미술관 및 갤러리 연수, 도예작가탐방 그리고 축제장에서 판매까지 이루어질 예정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