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15.06월호 | 전시토픽 ]

주세균
  • 편집부
  • 등록 2018-02-10 00:46:03
기사수정
  • 5.14~6.9 OCI미술관

<Interior>전시 일부 「Teatime」

 

 

“어머니가 노력 위에 정직함을 뿌리신다.”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분주한 손 위로 작가의 사색적인 자막들이 덧입혀진다. 15분 가량의 영상작업 「Dinner」는 평범한 어느 가정의 식탁이 채워지는 과정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차를 나눠 담는 영상 「Teatime」은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의 온도를 ‘헌신과 열정의 체온’이라고 말한다. 이 요령없이 정직한 노동의 과정들은 ‘노력’이나 ‘정성’ 혹은 ‘근면’과 같은 개념들의 가장 적절한 비유가 되어 가족의 식탁으로 되돌아 온다.

 

고유한 개인의 성장
주세균 작가는 전시 <Interior>를 통해 한 개인이 타인과 온전히 구별되는 내면을 획득하게 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자신의 고유한 내면과 정체성을 만드는 것의 근거를 20년 넘게 함께밥을 먹었던 가족에게서 찾고 있다. 사회화가 시작되는 가장 최초의 집단인 가정에서의 교육은 대부분 ‘밥상’에서 이루어진다. 밥을 먹으면서 배우는 집안의 가치관과 예의범절은 사회생활의 기초가 되고, 가족 간에 나눈 정서적 유대는 타인들과 교감하는 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만든다. 작가에게 서로의 말과 감정이 한 데섞이는 가족과의 식사자리는 사회에서 어떤 자세와 태도로 생활할지를 결정하는 내적인 정체성 성장에 많은 영향을 준 시간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그릇은 매일 같은 밥상 위로 올라와 가족들의 대화를 듣는 유일한 청자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그 모든 ‘말’들을 들어 온 그릇이 작가의 내면을 입체화시키는매개물로 사용됐다. 작가의 내면에서 추출된 무형의 단어들은 문자로 환원되어 몸체를 갖고 쓸모있는 그릇이 된다. 그의 내면 속에 의미있는 단어로 뿌리내리고 있던 노력, 의무감, 신뢰, 희생 등식사시간에 오간 단어들을 시각화한 작업 「Text Jar」는 그가 가족들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 유산들의 유형의 기록물인 셈이다.

 

개인적 체험의 확장
작가가 지난 2014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Text Jar」는 평면상태의단어나 낱개의 글자를 회전시켜 입체로 만드는 작업이다. 3차원으로 재현된 형태를 석고 캐스팅하거나 물레 위에 흙덩이를 포멕스1)로 성형한 후 속파기 하여 제작된다. 낱개의 글자를 회전할 경우 기존의 모양이 남아있어 다소 의미 유추가 가능했던 초기의텍스트 그릇에서, 최근작은 단어로 몸피를 늘려 회전하기 때문에배열되는 단어의 아웃라인에 따라 무한한 경우의 수로 정형이 가능해졌다. 같은 단어일지라도 의도에 따라 수없이 다른 모양의 결과물로 완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재조정되고 다시 만들어지는 상징들에 대한 탐구를 담은 전작들 「Tracing drawingseries」나, 「Notional Flag」와 맥을 같이 한다고도 볼 수 있다.유동하는 의미들의 변화 양상에 주목하는 작가는 매 전시마다
평범한 사물들을 낯설게 만들어 관람객들을 사유의 시간으로이끄는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특히 가변성 있는 재료들을 활용해 우리가 옳다고 교육받아 온 것들이 실은 얼마나 얕은 기반 위에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업들로서 꾸준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보통의 그릇과 쓰임은 같지만 익숙하지 않은 기형의 그릇들을 구현하고 사물이 가진 원기능을 전도함으로써 ‘절대적 의미’에 대한 작가의 오랜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예컨대 어머니에게 받은 편지의 한 문장인 “믿음이십 분이면 의심도 십 분이고 의심이 십 분이면 깨달음도 십 분이다.”를 입체로 재현한 「다시 보낼 편지」는 글자들을 무작위로 흐트러뜨려 본 의미를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찬장의 앞과 뒤를 반대로 돌려 수납하거나 문짝을 잘라내 테이블로 사용하는 등 기존의 용도와는 다르게 사물을 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약속된 기능과 달라진 이 사물들의 형태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짐작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우리가 공유한 상식으로 읽어낼 수 없는 사물들은 더 이상 작가의 개인적 체험에서 구성된하나의 의미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전시를 읽어내는 각자의 개인적 번역에 의해 재구성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으며 무궁무진하게 확장되기 때문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0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월간세라믹스
전시더보기
작가더보기
대호단양CC
대호알프스톤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