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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6월호 | 전시리뷰 ]

오만철 <마치 도화살>전
  • 편집부
  • 등록 2018-02-10 00:3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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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
  • 5.20~6.2 아라아트센터

 

 

 

 

오만철은 화가이면서 도예가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도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색다른 경력은 자신이 빚은 도자기에 남다른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다. 도자기 그림은 여느 회화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도자기에 그려지는 그림만큼은 붓질이 아니라 불질에서 마감되기 때문이다. 흙은 불의 예술이다. 가마 속 불은 흙과 유약과 안료의 분자 구조를 도자기의 그것으로 소성하여 도예가에게 태초의창조 기쁨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거듭하면서 오만철은 선배 화가나 도예가들이 겪어보지 않은 갈등에 번민했다. 도공이기 이전에 화가인 그로서는 도자기 조형작업 못지않은 열정을 도자기 그림에 쏟아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문득 그 도자기 자체의 이미지와거기에 그려진 그림의 이미지가 서로를 받쳐주며 조화롭게 공존하는것이 아니라, 서로 배제하며 충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자기의 조형이 빼어나면 빼어날수록, 또한 그림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으면 사로잡을수록 이미지 충돌에 의한 반발감은 더 커졌다. 결국 도판을 캔버스로 사용해 도자화陶瓷畵를 도자기로부터 독립시켰다. 어떤 조형적 선입견을 주는 초벌구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화선지처럼 평평하게 펴진 도판에다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도판화작업을 하면 할수록 결과물이 성에 차지 않았다. 작가는도판이 화선지처럼 수묵의 농담과 번짐까지 고스란히 받아내 내면의 정신을 드러내는 도자화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실험을 거듭해도 화선지만한 포용력과 감수성을 지닌 도판을 만나지 못했다. 애초에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은 오만철을 청화백자의 본향인 중국 경덕진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경덕진 근처의 강서성 고령산에서 출토되는 고령토는 불과 안료의 조합이 뛰어나 오만철의 비원悲願을 이뤄주었다.(중국정부는 자국 고령토의 해외반출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고령토를 쓰려면 중국으로 가야만 한다)
오만철에게 이번 개인전은 그간 경덕진에서 작업한 성과를 보여주는귀국전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의 근간이 되는 경덕진의 흙과 가마 그리고 안료를 얘기하고자 한다.
먼저 흙; 고령토의 부드러운 입자는 화선지보다 착색이 잘될 만큼 예민하다. 조밀한 밀도는 붓질로 입혀지는 안료들이 가마에서 도판의세포 하나하나로 끌어들여 색이 스며들고 배어나게 만들었다. 이 스밈과 배어듬은 작가에게 그림의 농담을 맘껏 주무를 자유를 주었다.이런 도판이라면 필력의 기운생동과 여백정신을 제대로 받쳐줄 것같았다.
다음으로 가마; 가마는 불의 집이다. 고령토 도자기 본연의 질감과색감을 살려내려면 가마 온도를 1330도 넘게 올려야한다. 그 고온이라야 안료는 고령토에 제 본성을 온전히 내려놓으며 소성된다. 가마의 크기 또한 중국다웠다. 중국가마의 어마어마한 크기는 오히려 작가의 상상력과 기량의 크기를 묻고 있었다. 크기에는 아무런 구애됨없이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졌다. 한漢대에 시작되어 2,000년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덕진은 그 명성에 걸맞는 기술력과 스케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안료; 우리나라의 안료는 1250도의 화도에 맞게 생산된안료여서 1330도의 고열을 견뎌내지 못한다. 오만철은 중국안료를구입하여 독자적으로 개발연구하고 실험 했다. 안료를 가마온도에맞추기 위해서는 물 조절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것을 깨쳤다. 안료마다 아주 미세하게 달라지는 그 농도 차이를 찾아내자 자신만의 색이 도판들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가 이렇게 경덕진에서 찾아낸 색은예술사를 빛낸 어떤 색과도 다르다. 그는 예술사의 어떤 화가나 도공들이 걸어가 본 적이 없어 낯선 색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는 감격에휩싸였다. 아울러 여태 누구도 말해본 적이 없는 색의 언어로 아름다움을 노래하게 되었다.
이 도자화를 처음 본 순간의 나는 그가 찾아낸 색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주고 싶다는 충동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 색들은 ‘색과 계’의경계를 넘어 내게로 나비처럼 날아왔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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