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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5월호 | 전시리뷰 ]

정두섭 도예전 순백을 품은 정중동의 미美
  • 편집부
  • 등록 2018-02-08 14: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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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22~4.28 경인미술관

 

 

 

 

정두섭의 백자들은 기능적 요구와 실용성을 의식하지 않은 합목적적인 무심無心의 세계를 구현하며 그들만의 내밀한 세계에 머물게 한다. 사물적인 차원을 넘어선 쓰임을 충족시켜주기 위한 목적으로서가 아니다. 백자 그 자체가 존재론적으로 하나의 세계를 형성하며겉으로 보이는 외형을 음미하기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심층의 멋을들여다보게 한다. 그의 백자들은 조용하고 느긋하여 위압하는 면이없다. 서두르지 않는 평온한 모습을 보이며 적당한 절제와 비움의 미학을 내포하고 있다.
그의 백자가 빚어지는 곳은 양구군 방산면으로 일상이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긴장된 도시생활과는 달리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넉넉하게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곳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곳은 울창한 나무숲과 그 일대에 수입천이 통과하면서 가마를설치하기에 뛰어난 여건을 갖춘 곳이다. 그리고 풍부하고 질 좋은 백토의 산출은 순백색의 백자를 생산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백자에 나타나는 넉넉한 형태와 순수함이 배어나는 것은 이런 천혜天惠의 환경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겠다. 또한 그의 작품의 원료가 되는 양구백토는 19세기까지 분원에서 사용했던것으로 조선시대 임금이 사용하는 어용 자기를 만들기 위해 사옹원에 공납을 하였던 것이다.
특히 양구백토는 백운모계 고령토질 도석으로, 철분 등 도자기 태토원료로 사용하기에 불순물이 적고 미립의 균질한 원료로 백색도가높은 우수한 백토이다. 그러므로 이 백토들이 순백의 색조를 내기에가장 적합한 순수한 성분으로 구성된 태토였던 것이다. 다른 지역의백자 태토와 비교하여 점토 성분은 적으나 양지의 흙을 사용하면흙의 품질이 견고함이 강하여 그릇들이 무난하게 만들어진다.
이런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정두섭의 백자에서 보이는 순백의 정갈함은 양구백토의 물리적 특성과 작가가 삶의 뿌리를 내려온 이 지역의 순수한 자연환경과 동화되어 가면서 빚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방산의 맑은 대기와 투명한 햇살이 스며 있는 그의 백자는 정도程度에 맞는 간결하고 소탈한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유쾌한 개구리 형상들은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파격의 미美라고 할 수 있다. 어디에도 사로잡히거나 구애받음이 없는 작가의 활달한 기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편협함이 없고 옹색하지 않은 자연의 한 모습으로 상징되는 개구리들의형상에서 관대함과 잡스러운 마음이 없는 풍류를 읽을 수 있다. 약간은 익살스러운 듯 엉뚱한 모습을 한 개구리들의 동적인 형태와 이와 대비되는 고요한 백자들의 정적인 모습에서 정중동靜中動의 미美를느끼게 한다. 억센 생명력이 있는 개구리들과 온화한 백자의 화목한어울림에서 강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심오한 자연의 질서 체계가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정두섭의 백자에는 과장된 중국 도자나 화려하고 섬세한 일본 도자기와는 달리 어린아이의 마음과 같이 작위적이지 않고 주어진 자연상태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솔직함이 있다. 이것은 한국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은 절제된 정취에서 자연으로의 귀의를 소망하는 작가의마음을 읽게 하는 부분이다. 그의 백자들은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백토의 채굴과 선별, 성형, 건조, 시유와 함께 화력 조절에 이르기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따르는 과정을 거치나, 노력에 비해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고도의 감각이 요구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런 치밀한 여러 과정을 거쳤지만 그의 백자들은 방산의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과 같이 현란한 걸작을 의식하지않은 채 세속에 속박되지 않은 듯 초연하기만 하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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