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귀영화-불멸」, 테라코타 위에 아크릴채색, 111x85x6cm, 2015
작가는 전통 책가도를 테라코타 기법으로 펼쳐내는 작품을 통해 소소한 일상 속에서의 행복 기운을 은유하며, 지극히 전통적 소재와현대적 미감 속에 절묘한 하모니를 뿜어내는 작품의 아우라가 매우 강하게 느껴진다.
작품을 맞닥뜨리는 순간, 그에 대한 높은 완성도를 느낄 수 있으며작업 기법은 테라코타 부조작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테라코타 표면위에 아크릴 물감으로 채색된 색채의 미감은 마치 전통 동양화 기법 중 하나인 진채화 같이 사물 표면의 실물적 질감과 그것이 머금고 있는 색의 깊이감을 그대로 간직한 듯 하다. ‘책가도’라는 것은 본래 예로부터 귀한 것, 혹은 상서로운 것을 상징하는 소재들을 모든시점과 구도를 배제하고 자유로운 조형성으로 재해석하는 전통회화방식의 한 가지이다. 그렇기에 그 속에는 우리 삶의 많은 부분들이내재되어 있으며, 특히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 부귀영화와 수명장수,행복을 상징하는 사물들이 주로 선보이게 된다.
학부에서 공예를 전공한 작가는 졸업 이후 지속적으로 약 이십 여년간 작업을 해오고 있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소재를 기반으로 시리즈를 구축해오고 있다. 그 중 이번 전시 타이틀인 ‘부귀영화富貴榮華’는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항상 꿈꾸며 염원하는 것. 사전적 의미로 직역하면, 재산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귀하게 되어 세상에 드러나 온갖 영광을 누림을 뜻한다. 작업 자체가 작가를 지탱하는 힘이듯, 작업 속에 켜켜이 묻어나는 의미와 각 소재들이 우리의 소소한일상을 빛내주는 주역임을 반추하고 있다.
그에게 있어 테라코타 작업 과정은 삶을 임하는 태도와도 같다. 즉중도에서 멈추는 법이 없으며, 최선을 다해 하고자 했던, 만들고자했던 작업의 완성을 위해 갈고 메우고 덧붙이고 채색해 나아간다.그러한 과정 속에 휘거나 갈라짐, 흙이 불에 들어가는 소성의 과정이 때로는 어려움을 주지만 작가는 그것에 개의치 아니하고 작업이든 그의 삶이든 처음의 감흥대로 마지막을 향해 정진해 나아갈 뿐이며, 이는 결국 작품 속에 깊숙이 내재된 ‘행복’ 이라는 주제에 대한더욱 깊은 간절함을 표출하는 것이리라.
“흙으로 (보통은 청자토나 분청토를 사용) 부조작업을 하는데 스케치는 없다. 그려내고자 하는 사물들을 골라 자료를 두고 대강의 구도만으로 흙작업을 시작한다. 흙판을 밀고 다져서 한 점 한 점 흙을 덧붙이고 파내어 형태를 만든다. 흙이라는 재료는 뚜렷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아도 작업을시작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막연하지만 손으로 움켜쥔 흙이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작업이 작업을 부르는데 흙만한 재료가 없다는이야기이기도 하다. 작업과정 중 덧붙이고 잘라내는 즉흥적인 감흥을 그대로 품어낼 수 있는 재료이다. 결과물로 나오는 작품이 매우 정적인데 비해작업과정에서 만나는 흙이라는 재료는 매우 자유로운 매체라 할 수 있다.”_ 작가노트 중.
행복과 아름다움은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것이며 동시에 매우 상대적 개념이기도 하다.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부귀영화富貴榮華’ 란 현대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삶 속에 존재하는, 소소한 일상.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든든한 버팀목으로서의 상징적 결정체이며 소망이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탐구하는 작가의 작업 기조방식이 매우 흥미로우며, 앞으로 풀어 나아갈 그만의 무한한 작업 스토리에 기대가 앞서는 바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