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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4월호 | 작가 리뷰 ]

도예 시학 ceramic poetics
  • 편집부
  • 등록 2018-02-08 13:32:15
  • 수정 2018-02-08 13: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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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7~4.26 유의정 개인전 _갤러리 구, 「야누리우스Ianuarius」

 

 

21세기 썸네일
채도 높은 색과 복고적 장식, 반짝이는 것들과 명품 브랜드 로고들.(어쩌면 ‘그 브랜드’의 도자기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의정 작가가 선택하고 기록한 21세기 이미지에 별다른 이견은 없을 것 같다. 이 시대에 가장‘인기 있는’ 것들이 가득한 도자작업을 하는 그는 「2014동시대문화형태연구」를 통해 21세기 자본주의 일상을 섬세하게 기록한다. 현란한 장식들의 혼재는 보이는 그대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든다. 가치판단의 기준이 모호하고 나라와 지역 간 문화의 경계가 사라져가는 ‘혼돈’그 자체가 2000년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2014년의 기록(1위 부터~100위 까지)」은 Apple, Google, Coca-Cola,McDonald´s, Mercedes-Benz, BMW, Disney…등 인터브랜드가 전세계 주요 브랜드의 가치 평가를 통해 선정한 1위부터 100위까지의 글로벌 브랜드의 로고를 순위별 크기를 차등 배열해 제작됐다. 그는 “도자기는 색과 형태, 문양등을 통해 당대의 사상과 유행 등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욕구를 반영합니다. 시간성 및 지역성이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중요한 기호이자, 정신을 물질화하여 보전시킬 수 있는 주된 매체죠.”라며 동시대의 사회문화를 도자기에 기록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여러 기형을 혼합해 이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도자를 만들어 낸 것도 같은 의미의 연장이다. 각 시대와 지역별 양식의 도자 형태를 수집해 해체하고 조립함으로써 어느 시대에도볼 수 없던 ‘21세기’만의 도자형태를 만든 것이다. 이러한 도자형태 위에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우상’처럼 숭배하는 것들이 노골적으로 표현되고, 현대사회에 다양한 물신들이 포개지며 거대한 탑의 형상을 만든다.

YOO EUI JUNG 유의정
작가의 관심사는 한결같다. 기록됐거나 기록할 것의 가치를 되묻는 일, 그는 이 두가지에 대해 묻고 또 묻는다. 그의 작업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을 향한 도정에서 만들어진 상상의 결과물이다.화려한 형태의 완성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도자조형기법에 여러 장식 기법을 응용하는 것 뿐, 특별한 기법을 쓰는 것은아니다. 기존 유약에 광택을 더하기 위해 자동차 코팅에 사용되는 핸디 도장으로 표면처리를 하거나, 브론즈 장식을 부식시키고,사진, 네온 등의 매체를 혼합한다.“기성화된 유약과 물감을 사용하고, 누가 기법을 물어오면 알려주기도 해요. 언젠가는 작업과정도 다 메뉴얼화 되었으면 하고요.오직 나만 만들 수 있는 것보다 ‘무엇을’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이미 훌륭하게 잘 돼 있는 것을 어떻게 조합할지는 작가가 변주할 몫이에요. 누구나 같은 재료를 쓰지만 ‘나는 이렇게할 수 있다’라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지난 27일 오픈한 개인전 3.27~4.26,갤러리 구에는 기존의 화려한 형태를 지닌 작품을 거의 배제하고 현재 명품 도자기로 인정받는 청자 운학문 매병과 백자 달항아리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그는 “공예로서의 도자는 값어치가 높지않지만 미술품으로 둔갑되서 예술시장에 흡수되면 가격이 비싸집니다. 그 경계가 되는 게 뭘까, 그것을 건드려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한다. 작가는 현재 미술계에 불고 있는 달항아리 열풍을 예로 든다. 그 근원에 어떤 이미지가 소비자들을 매혹시키는지, ‘작가의 손’이 닿을수록 가치는 상승하는지, 가치를 측정하는 정체를 반문한다. 그에 대한 실험으로 이번 전시에 선보인 달항아리와대부분의 작업은 캐스팅 기법을 이용했다. 도자기가 갖는 ‘장인기술’에 가까운 공정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대량으로 양산된 항아리에는 캐스팅 기법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청자 운학문 매병 「야누리우스Ianuarius」는 물레성형으로 만들어진 매끄러운 표면의 절반과(공예) 투박한 손자국을 남겨 브론즈처럼 보이게 만든 절반(조각) 두 개의 얼굴이 공존한다. 의도된 양면을 동시에 보여 줌으로써 공예와 조각의 경계는 어디인지, 조각으로 명명될 때의 가격과 공예로 분류될 때의 가격차를 만드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흙 위에 상감과 유약이 씌어지면 도자기로서 완벽한 무엇이 되는 데, 미술품의 가격책정에서 사용된 재료가 얼만큼의 위치를 차지하는지가 의문이었어요. 하나의 예로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해골(「신의 사랑을 위하여」)은 원재료가 비싸니까 그 이상의값을 받아도 된다는 당위성을 획득하면서 최고의 가치를 가진 작품으로 홍보됐죠. 이번 전시에 금을 많이 사용한 이유중에 하나기도 해요. 비싼 재료와 작품가격의 관계가 궁금했죠.”공예로서의 태생을 지닌 도자기가 미술품으로 가치를 획득하는 순간에 대한 고찰이 담긴 의 ‘skin’은 여기서 만들어진 의미다. 청자매병은 ‘운학문’이라는 전통문양을 상감하고 청자유를 덧입힘으로써 가치있는 고미술품이 된다. 그러나작가는 그것이 단지 ‘껍질’일 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극단적인 표현을 전시한다. 불완전하게 채워진 상감이 반쯤 벗겨져 드러난 흙의 맨 살갗을 함께 보이게 만든 것이다.
“하나의 메시지라기 보다는, 동시대의 순간을 기록하려고 해요. 박물관에서 역사 속 유물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오래된 물건들을 통해 그 시대에 어떤 가치를 중요시했나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서 조선 시대 의복에 복福, 장수壽, 기쁨喜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것을 보면 그 시대에 중요했던 유교적 사상을 발견할 수 있고, 청자가유행했던 고려 시대를 통해 당시의 불교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우리 시대의 흔적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 특히 ‘내가살고 있는’ 현대 시대를 후손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하게됐어요. 저의 작품이 이 시대의 한 흔적으로서, 미래에 남겨질 이야기로서의 유물이 되었으면 하는 거죠.”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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