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김성연 도예전 2002. 4. 17 ~ 4. 23 한국공예문화진흥원4F
우리의 삶을 말하는 손
글 / 조현주 한국공예문화진흥원 전시부팀장
김성연은 지금까지의 작품에 꾸준하게 ‘손’을 이용해 왔다. 언제부터인지 많은 이들은 이 작가를 떠올릴 때면 하얀손을 연상하게됐다. ‘박스위에 붙여진 손’, ‘손의 유니트 몇 개가 반복되어 전시된 작품’, ‘아무 의미 없는 영어의 알파벳들이 써있는 박스위에 놓여진 손’, 이런 일련의 작품들에서 끊임없이 보여지는 형상인 ‘손’은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김성연, 그 자신에게 있어서 ‘손’은 어머니를 회상하게 하는 매개체이며 오브제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표현되는 ‘손’은 더 이상 신체의 한부분으로써 한정할 수 없으며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손’의 형태는 여성 혹은 다른 많은 의미들로 인식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세월에 따라 꾸준한 변모를 거듭하며 전시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표현된 손은 모노톤의 어두운 분위기였으나 근래의 작품에서 표현된 손은 더욱 밝고 희망에 가득 찬 분위기의 색조로 변해가고 있다. 개인적인 기억 속에서 작품들은 이제 더욱 편안한 존재로 각인 되었으며 언제든지 작가의 의도에 따라 변할 태도가 갖춰져 있다. 김성연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의 특성으로는 정확히 의미를 전달하지 않고 각자가 자유롭게 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모호성이다.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불규칙하게 나열된 알파벳들, 또 글자들의 화려한 색채, 그리고 무언가를 담는 박스라는 것과 이런 요소들의 결합되어 강렬한 의미나 개념을 전달했기를 기대하겠지만 작가는 이렇게 작품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우리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저 의미 없이 나열해 놓은 영어의 의미를 해독하기 위해 고민하는 우리에게 자신의 작품을 그저 편안한 이야기책을 대하듯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의 작품에서 개념성, 상징성을 찾기보다는 각자의 개인적인 기억 속의 ‘손’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기를 더 원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읽혀지기보다는 마치 해답이 없는 답안지처럼 의미찾기는 그들 자신의 몫으로 남겨두길 원한다. 그것은 보는 이의 몫이라고 한다. 대체로 우리는 무엇을 보면서 꼭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는 우리에게 고정된 사고나 사회적 인식에 반하는 견해에 대해 동등한 중요성을 갖게 함으로서 작품에 대한 이해에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규칙은 그의 작품에서는 철저히 무시되어 해체된다. 일반적인 해체주의의 특징은 분해되거나 비논리적이거나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재조립되는 듯한 요소를 강조한다.
또 다른 특성으로는 슬립캐스팅기법을 사용해 섬세하고 현대적인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더욱 더 자유로운 감성을 표현하고자 했으며 직접적인 표현처리 방법은 전사지의 패턴과 문양을 이용했다. 그의 작품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안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실용과 예술작품의 경계를 타파하고자 노력한다. 언젠가는 실용과 예술작품이라는 상대적인 개념이 그의 작품을 통해 승화돼 우리에게 자유를 음미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