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만 2천여명의 팔로워가 있는 페이스북페이지 ‘세라믹 빌리지’는 2012년 오픈마켓형식의 홈페이지로 처음 시작했다. Etsy, Artfire, Dawanda 등 해외의 공예품 오픈마켓을 참고해 만들어진 이 공간은 오직 ‘도자’에 한정해 작가들이 상품을 직접 등록하고 매매를 관리하는 곳이었다. 순수예술에 비해 폐쇄적인 정보 구조를 지닌 도자 작가들과 소비자들에게 지역적인 한계를 극복하고자 만들어 낸 가상의 ‘빌리지’였던 것이다. 당시 학부 졸업을 앞둔 4학년이었던 박태원 씨의 꿈과 열정으로 오롯이 밭을 갈고, 터를 세워 만들어진 이 작은 빌리지는 몇사람의 조력자를 거쳐 지금은 같은 과 후배인 유승협 씨와 함께 운영중이다.
“현실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좋아해서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Q. 처음 세라믹 빌리지 홈페이지는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됐었죠. 지금은 ‘아카이빙’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이유가 있나요
박태원(이하 박) 처음 자료조사를 할 때 공방들의 공통적인 요청이 상품을 온라인으로 팔고 싶은데,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쉽게 작품을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거죠. 근데 막상 공간을 만들고 나니 ‘여길 내가 왜 이용해야 하지?’ ‘연예인 섭외해서 홍보도 해주나요?’ 이런 식으로 되묻는 곳들이 있더라고요. 그때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작가들 사이에도 벽이 높다고 느꼈어요. 외국은 우리나라보다 핸드메이드에 대한 가치인식이 높고 사려는 문화가 있어요. 이렇게 소비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시장문화가 만들어져 있어야 홈페이지가 운영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도자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수준이 낮은 편인 게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공장제 물품만 보고 써왔던 사람들이 어떻게 수공예품(도자기)이 갖고있는 가치를 알겠어요. 그래서 초기의 오픈마켓 쇼핑몰에서 지금은 전세계 도자 작가들의 정보와 전시 및 도자관련 예술영상 등을 소개하는 아카이빙 형태가 됐어요. 궁극적으로는 일반인들의 도자기에 대한 호감과 관심을 유도하는,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거죠. 일단 도자문화 전반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 그 뒤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테니까요. 그것을 위한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Q.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했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박 처음에는 순수한 희망만 가지고 시작했었어요. 초기의 세라믹 빌리지는 온라인 오픈마켓 형태의 쇼핑몰이었는데 도예계에 꼭 필요한 시설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상은 했지만 사람들의 참여가 생각보다 더 저조했죠. 지금같은 아카이빙의 형태를 제안한 것은 승협이었어요. 쇼핑몰의 소식을 전달할 때 사용했던 페이스북 페이지를 도자의 정보를 전달하는 용도로 사용하자고 했던 거에요. 그리고 도자문화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주로 현역 작가들과의 협업을 시도했었는데 저희가 ‘듣보’듣지도 보지도 못한였기도 했었고 이미 다른 그룹들도 많았기 때문에 믿음을 얻기 힘들었죠.
유승협(이하 유) “당신들 누구에요?”라고 물을 때,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특히 3~4천명의 팔로워가 있을 당시에는 더더욱 힘들었어요. 저희가 세라믹 빌리지라는 페이지를 운영하는 운영자라고 소개해도 인지도가 낮아서 신뢰성이 없는데다가, 기업체의 형태가 아닌 페이스북 페이지만 있었기 때문에 3자의 입장에서 보는 저희의 정체성은 굉장히 애매했죠. 그래도 페이스북 페이지를 계속 운영했던 이유는 뉴스, 아카이빙, 커뮤니케이션이 부담스럽지 않게 이용가능하면서 사용자들의 접근성도 편리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컸기 때문이에요. 주변에 아트페이지를 먼저 운영하던 친구에게 도움도 많이 받았었죠. 페이지를 잘 운영한다면 우리 도자기 씬scene도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박 도자는 힙합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힙합이 메이저로 올라왔는데 도자가 앞으로 나가야할 부분도 비슷할 것 같아요. 힙합 음악도 클럽 근처에서 언더 랩퍼들이 모여서 활동하고 서로 힘을 합쳐 음반을 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 빛을 보게 되기도 하잖아요. 도자도 사실상 언더에 속하기 때문에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끼리 모이다 보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고 지금보다 씬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음악과는 달리 도자는 그렇게 모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너희들이 먼저 판을 잘 짜놓으면 도와줄게”라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는 개인의 이익보다는 도자기 씬 안에서 꼭 필요한 변화와 시도라고 생각해서 시작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태도를 볼 때마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희가 하는 일이 실질적으로 돈이 되지는 않잖아요.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벌면서 매주 회의하고 이 일을 하는 건데 저희가 너무 잘 해내고 있어서 그런지 잘 모르더라고요.
유 최근엔 보일러 동파방지 공사까지 참여 했었어요. 아르바이트 후에 지친 모습을 페이지에다 간간히 셀카로 올려야 하나봐요. (웃음) 사실 이해는 돼요. 도예를 전공했더라도 결국 도예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작가로 생활을 연명하려면 활발하게 움직이는 예술시장이 다양하게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누군가는 (씬을 활성화 시키기 위한 뭔가를) 위험을 무릅쓰고 해야 하는 건 맞는데 그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현실을 신경쓰지 않을 정도로 좋아해서 밀고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적거든요. 가치보다 성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Q. 어떤 방식으로 운영중인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박 글을 올리기 전에 Google과 Vimeo, Youtube 등에서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도자 작가들의 활동과 문화정보를 검색해요. 도자 전공교수님이나 현역작가들도 모르는 재밌는 자료들이 인터넷에 굉장히 많아요. 저희는 그것을 조사해서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거죠. 도자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되려는 노력이에요.
유 각자 좋다고 생각되는 수백가지의 자료들을 서로 모아온 후에 회의 때 게시할 자료들을 평가하며 엄선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소개하기로 합의된 자료들을 정리 후 저작권자에게 메시지나 이메일을 보내요. ‘우리는 도자 문화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운영 중인데 당신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고 말이죠.
박 이후엔 콘텐츠로 만들어질 작가 노트나 인터뷰 자료를 모아놓고 번역 작업을 시작해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좀 더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를 엄선하려고 하는 편인데 그런 내용들이 국내보다 국외사람들에게 더 호감으로 다가갔던 것 같아요. 도자기로 애니메이션의 한 기법인 ‘조에트로프zoetrope’1) 를 사용했던 RAMP ceramics의 영상을 올렸을 때 수천여 명의 외국인 팔로워가 대거 유입됐어요.
유 현재는 Today’s artist, inspiration, video, exhibition, news 등으로 섹션을 구성해 정보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몇가지 프로젝트도 동시에 기획하고 있어요. 그중에 ‘Today’s masterpiece’는 대중적이지 않지만 뛰어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들을 섭외해서 페이지에 소개하고, 장차 외국 갤러리에까지 연결하자고 기획했던 이벤트였어요.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