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철은 화가이면서 도예가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도예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색다른 경력은 자신이 빚은 도자기에 남다른 그림을 그리게 만들었다. 도자기 그림은 여느 회화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도자기의 살갗이 그리는 화재의 몸으로 변용되는데 따른 맛과 매력이 특별하다. 세상의 어떤 조형 매체가 도자기의 질감과 색감을 쫓아 오겠는가. 도자기에 그려지는 그림만큼은 붓질이 아니라 불질에서 마감된다. 흙을 조물하여 숨결을 불어넣는 조물주의 창조행위에 버금갈 도예는 불의 끝에 닿아 완성되는 불의 예술이다. 가마 속 불은 흙과 유약과 안료의 분자 구조를 도자기의 그것으로 소성하여 도예가에게 태초의 창조 기쁨까지 안겨준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거듭하면서 오만철은 선배 화가나 도예가들이 겪어보지 않은 갈등에 번민한다. 그것은 기존의 전통 도자화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도공이기 이전에 화가인 그로서는 도자기 조형작업 못지않은 열정을 도자기 그림에 쏟아왔다. 그 장르에서는 독보적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문득 그 도자기 자체의 이미지와 거기에 그려진 그림의 이미지가 서로를 받쳐주며 조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제하며 충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자기의 조형이 빼어나면 빼어날수록, 또한 그림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사로잡으면 사로잡을수록 이미지 충돌에 의한 반발감은 더 커졌다. 도자기보다 그림에 태생적인 애정을 가졌기에 도자기 그림에서는 그림보다 도자기가 상위 개념이라는 것이 불만스러웠을법하다. 이는 그에게 그림을 도자기보다 상위개념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방법론을 모색케 했다. 그리하여 도자기의 형태를 해체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도자기는 작업의 목적이 아니라 방법, 다시 말해 수단의 자리로 내려온다. 도자화를 도자기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 모색은 도판을 캔버스로 쓰는 결론에 이른다. 어떤 조형적 선입견을 주는 초벌구이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화선지처럼 평평하게 펴진 도판에다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도자화의 새 지평을 열게 된다.
<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라는 주제로 백자도판 위에 소담스런 한국화를 그렸다. 진한 묵향이 좋아 동양화에 빠지고, 흙의 촉감을 사랑해 도자기를 굽는 화가 오만철은 신작중심의 철화작품 수십여 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통인갤러리에서 3월 2일(수) ~ 20일(일)까지 갖는다. 평면 백자도판에 매화, 소나무, 대나무, 산수山水 등 한국적 정서 가득 담긴 소재들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아늑하고 고요한 멋이 풍기는 작품들은 관람객을 매료시키고 도자화의 새로운 장르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도자기와 고미술 감정을 전공한 화가 오만철은 도전과 실험정신 가득한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킨다. 캔버스가 되어줄 백자도판을 만들고 철 성분이 함유된 안료를 사용해 문인화와 산수화를 중심으로 농담 및 필력을 표현할 수 있는 철화작품을 탄생시켰다.
가마 속 온도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는 작품은 실패와 좌절 속에 얻은 노력의 결정체이다. 20년 전부터 도판작업을 진행한 화가 오만철은 좋은 백자토를 얻을 수 있는 중국 경덕진 고령산에서 채취한 흙으로 도자기와 도판을 만들고, 일필휘지一筆揮之의 농담 및 필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도자화가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 공개되는 작품 「반추反芻」는 국보급 도자기를 평면적인 도판에 그림으로 그려 이색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171×64cm의 크기로 흰색바탕의 푸른빛 그림이 신비스런 장면을 연출한다. 조선화가들과 도공들의 합작품인 철화도자기는 순수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품이다. 이들에 대한 존경심을 바탕으로 평면 백자도판에 조선 예술가들의 작품을 옮겨 놓았다.
지난해 12월 16일 한국신지식인협회에서 도자화 장르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어 선구자적 역할과 후배양성이라는 책임감으로 미술 발전에 더욱 노력하기로 하였다. 또한 오는 6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14회 국제차문화대전에 작품 제작 시연과 전시를 초대 받아 도자화를 소개하는 기회를 갖는다. 오만철 작가는 “도자화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작업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장르 개척을 하였고, 실패와 좌절 속에 탄생된 철화자기 작품이 관람객들의 가슴속에 전통의 가치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고 도자화의 매력을 감상하는 힐링의 시간이 되길 희망 한다”고 전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