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림박물관의 다양한 국보급 소장품들을 만날 수 있는 <호림 명품 100선>전을 관람했다면, 바로 옆 호림아트센터 M층 전시실에서 열렸던 <해주요와 회령요의 재발견>전을 놓치지 않았기를 바란다. 고미술품의 중후한 매력을 만족스러운 메인에 비유한다면, 이 어리숙하고 친근함이 느껴지는 근대의 도자들은 독특한 개성의 기억에 남는 디저트가 될 것이다.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근대의 도자기들을 다시금 재조명 하고, 나아가 전통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전시는 2월 27일까지 이어졌다.
전시는 한 공간에서 해주백자와 회령도기를 적절하게 나누어 보여준다. 두 도자간의 공간을 획일적으로 구분하지 않는 대신 작품 사이사이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했다.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둘러보면 강렬하고 익살스러운 무늬의 해주백자와, 우주의 빛을 담고 있는 듯 오묘한 유색을 지닌 회령도기의 매력에 어느새 흠뻑 빠지게 된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왼편에서부터 차례로 해주백자와 만날 수 있다. 1917년에 제작된 「백자 청화운룡문 ‘대정6년’명 병」을 시작으로 청화로 화려한 문양들을 베푼 크고 탐스러운 준樽과 호壺를 지나 무늬 없이 다양한 유색을 볼 수 있는 해주백자까지 이어진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서부터 시작되는 회령도기의 검고, 붉은 빛깔들은 해주백자와 비교해 색다른 시각적 자극을 선사한다. 해주백자와 회령도기 모두 화려한 무늬 혹은 신비한 유색을 지닌 표면에 비해 그 쓰임은 옹기, 사발 등 매우 평범하다. 이러한 차이에서 순박하고 수수한 멋이 느껴진다.
우리 도자사에서 해주요나 회령요 등, 민요民窯에 대한 연구는 관요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특히 북한 황해도 해주와, 두만강 유역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가마터 연구의 큰 걸림돌이 되었다. 그런데도 전시는 해주백자와 회령도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호림박물관 서지민 학예연구사는 “지금까지 고려청자나 조선백자 등 시기적으로 오래된 고미술에 대해서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해주요나 회령요 같은 경우에는 민요였을 뿐 아니라 시기 자체가 근대였기 때문에 심도 깊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전시 또한 매우 드물었다. 전시를 통해 근대 도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새로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시의도를 밝혔다.
해주백자는 근대 분원이 민영화되면서 지방가마가 발달하던 시기에 부상했다. 조선시대 백자제작의 전통을 따르면서 도상 또한 풍속화와 민화에서 보이는 소나무, 파초, 석류, 쏘가리 등 19세기의 것을 따르고 있다. 함경북도 회령군 일대에서 제작된 회령도기는 짚의 잿물을 유약으로 사용해 균일하지 않은 회청색이 매력이다. 이러한 미감은 중국 송대 균요의 영향으로 시작되었다. 임진왜란 이후 이 지역 도공들이 일본으로 이주하며 일본 ‘카라츠 도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근대에 이르러 회령요는 고려 때부터 이어온 회령도기 재현을 위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학예연구사는 “전통 양식을 재현하는 복제품에 지나지 않았던 근대도자가 제작된지도 이제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21세기에서 보는 20세기의 도자기는 이제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새로운 전통’으로 읽힐 수 있지 않을까.”라고 한다. 또, “정확한 출토 지역을 알 수 없어 북한에서 나온 백자를 전반적으로 해주백자라 통칭하는 것이 현재의 연구 수준이다. 학술적으로 풀어나가려면 발굴조사가 기초인데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전세품만으로 그 변화와 흐름을 유추할 뿐”이라며 연구에 대한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근대도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학문적 호기심이 언젠가는 연구 성과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우리 도자기가 다양한 미감에서 풍부하게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전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