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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4월호 | 작가 리뷰 ]

실험정신 - 그 영원한 도전 이흥복 Lee Heungbok
  • 편집부
  • 등록 2018-01-30 00: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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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블랙」 흙(세라믹), 나무, 알루미늄, 95×130×10㎝, 2015년

 

맨하탄Manhattan의 이흥복
내가 이흥복을 만난 것은 20세기의 끝자락에서다. 그 후 17년간 교유하며 그의 작가로서의 활동과 인간적인 면모를 가까이서 지켜보게 되었다. 이러한 만남은 10여 년 전에 발간한 나의 산문집에서 <맨하탄Manhattan의 참기름 장수>라는 글로 이흥복을 소개한 적이 있다. 그것은 1999년 내가 뉴욕New York의 롱아일랜드Long Island 대학에 교환교수로 갔을 때 JFK공항에서 처음 만난 그의 전형적인 몽골리안 같은 인상에서부터, 그 후 1년간 생활하는 동안 자주 만나면서 보고 느낀, 그리고 함께 나눈 얘기를 담은 것이다.
그가 영남대를 졸업한 이후 천신만고 끝에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MFA과정을 마친 사연,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낮에는 밴Van이라는 큼지막한 차를 끌고 맨하탄Manhattan, 뉴저지New Jersey, 롱아일랜드Long Island 전역을 넘나들며 참기름 배달로 생활하던 고달픈 현실, 그런 중에도 밤에는 할렘 쪽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작업에 몰두했던 작가정신과 작업태도, 그리고 그의 삶의 진솔한 얘기에 나는 크나큰 감동을 받았다. 그가 했던 말 중에 “제트기도 뜨는 시간이 있지 않습니까!”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하며 작가로서의 포부와 꿈을 키워갔던 이흥복을 지금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나는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교류전을 했던 <East & West Clay Works Exhibition>을 통해, 그리고 통인화랑에서의 초대 개인전, <경기도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 심사 등에서 그의 작업의 지속적인 변화를 보았고, 끊임없는 탐색, 집요한 창작열의, 철저한 실험정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흥복의 이 같은 정신과 의식 저변에는 거대한 맨하탄Manhattan과 프랫Pratt의 교육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창작의지, 실험정신
도자의 궁극적인 예술적 지향은 흙과 불과 인간의 관계이며, 흙에 대한 조형적 해법을 어떻게 찾아가느냐에 대한 물음이며 해답이다. 그러나 이 원칙적인 틀을 깨고 도전하는 작가 이흥복은 끊임없는 실험 속에서 그의 조형세계를 구축해 왔으며 그 기저에는 창작에 대한 실험정신이 자리하고 있음을 본다. 이러한 그의 창작의지와 실험정신은 흙에 대한 폭넓은 해석에 의해 현대적 개념으로 확장시키고 있으며 타 재료의 혼용으로 미술적 가치를 새롭게 생성시키려 하고 있다. 그의 초기작업에서 보이는 투각된 기器의 공간감에서부터 근년의 그룹전, 개인전, 공모전 등에서 보이는 작업들은 흙에 대한, 흙에 관한 매체들의 혼합된 표현과 함께, 특히 단색조의 회화적 성향은 모두 다 조형적 경계와 재료적 한계를 초월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이와 같은 이흥복의 작업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흙을 재료로 하는 입체적 표현이며 또 다른 하나는 타 재료가 혼용된 회화적 표현으로서, 점토 슬립으로 캐스팅된 큐브의 작은 단위체들을 칼질하여 평면적으로 나열하거나 반복 전개한 작업과, 금속재나 종이재를 혼용하여 단색조의 미니멀리즘에 의해 회화적인 효과로 연출한 것이다.이는 마치 루치오 폰타나Lucio Fontana; 1899-1968의 칼로 찟겨진 캔버스 그림에서처럼 평면성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평면 너머로 공간을 확장하고 있는 공간개념의 변화를 보여주는 작의적 궤를 같이 하고 있음을 본다. 지극히 단순화된 전개 형식, 단색조의 색채, 이러한 추상적 성향에서 오는 무한한 상상력을 그는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의 작업에서 보이는 흙, 나무, 금속 알미늄의 매체적인 접목과 혼합은 흙의 제한적 표현에서 벗어나 조형적 영역을 확장하는 것으로서 현대도예가 지향하는 그 나름의 제
시이며 제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형적 변주- 흙의 경계를 넘어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근자에 시도되는 이흥복의 작업은 우리에게 자못 경이로운 감흥을 일으키게 한다. 그것은 평면과 입체,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어, 아울러 정통적인 도예의 한계를 벗어난 과감하고 자유로운 작의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흥복은 예술이 모든 재료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이유를 작품의 표현에 있어 재료에 경계를 두지않고 사용함으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적 목표나 가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작업에서 평면과 입체, 재료의 혼합적 사용은 예술의 숭고한 가치를 지향하는 작가의 관점이며 의식 체계로서 기하학적 요소와 과감한 색상의 도입은 극도의 긴장감과 편안함을 서로 맞물리게 하는 또 다른 조형질서를 만들고 있다.

그의 작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캐스팅된 큐브의 단위체들을 모듈에 의해 반복적으로 전개하거나 집적한 것들, 여기에 최소한의 장식적인 요소를 끌어들여 변화를 준 작업은 미니멀리즘적 표현이며 작은 개체들의 평면적 전개는 시각적으로는 회화적 효과로 나타나 보인다.
이흥복의 작업이 나에게 특히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큐브의 작은 단위체들을 마치 종이를 칼로 자르는 듯한 예리한 선과 면의 교차, 뚫린 점의 이동, 다양한 음영의 효과 등으로, 이는 내부공간과 주변공간 사이의 물리적 경계를 와해시키며 이러한 공간개념을 통해 흙이라는 물질을 초월하여 공간과 시간의 통합에 이르는 새로운 조형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도예의 일반적, 보편적, 통념적 관점에서 벗어나 추상성을 가미함으로서 도자예술에 국한되지 않는 것으로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그 공간은 자유로운 질서에서 긴장과 응축, 절제와 확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작의는 직관적, 즉흥적이기 보다는 철저히 계산된 공간개념의 확장이며 유희적 표현으로도 느껴지는 조형적 변주로서 특히 작업에서 나타난 기하학적인 요소들은 관념적이거나 추상적인 것, 이성적인 것의 메타포Metaphor로 여겨진다.
이흥복의 작업에서 표현되는 공간의 무한성과 시간의 영원성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그가 지향하는 예술적 가치를 더해 그의 삶속에 투영된 시간의 영속성, 그리고 기억의 흔적, 나아가 신앙적 세계로의 영원성과 합일성을 내포하는 예술적 도전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도예 작가 이흥복의 끊임없는 질문이며 대답으로서 풀어 가야할 그의 예술적 과제가 될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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