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열정과 포부가 전해지는 젊은 청년도예가 전상근. 폐쇄적인 정보 구조를 가진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도자기에 대한 꿈과 열정으로 지금의 식기 도자 브랜드 ‘식탐쟁이’를 런칭했다.
돈보다는 ‘꿈’과 ‘열정’을 향해 달려가니 어느새 자신의 꿈에 근접해가고 있다는 청년도예가의 이야기에 어쩌면 당신이 꿈꾸는 미래의 해답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Interview
‘식탐쟁이’
대표 전상근
Q 브랜드 명이 귀엽고 발랄한 느낌입니다. ‘식탐쟁이’의 뜻은 무엇인가요?
전상근(이하 전) ‘식기를 탐하는 人’이란 뜻입니다. 보통 공방들은 요장의 이름이나 공방 그릇가게를 총칭하는 뜻의 이름을 쓰는데 저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 이름이 아닌 그릇을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브랜드명을 짓고 싶었어요. 식탐쟁이라는 상호가 재미있고 실제로 뜻하는 바가 전혀 다르지만 거기에서 오는 독특함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Q 식탐쟁이 그릇에 대한 소개를 부탁합니다.
전 식탐쟁이 그릇은 백자 소재의 밀양 실크 태토를 사용해 작업합니다. 대부분 100% 물레 성형을 통해 형태를 만들고, 블루 계열의 백자, 청자, 코발트 색유로 이중시유를 해요.
식탐쟁이 백자 작품의 큰 특징은 분청사기 표면 장식기법 중 하나인 귀얄 기법을 백자에 접목한다는 점이에요. 모던하면서도 깔끔한 백자는 기존에 양산되는 제품이 워낙 많기 때문에 식탐쟁이만의 핸드메이드의 느낌을 극대화하고자 초벌 기물 표면에 귀얄 장식을 하고 블루계열의 유약을 발랐습니다. 여러 박람회나 페어를 다니며 시장조사를 했고 제품의 디자인을 구체화했어요. 쓸데없이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기보단 실용적인 쓰임이 많고 편리한 디자인을 선택했습니다. 대중들은 블루 계열의 그릇에 음식을 담아 놓았을 때 예쁘지 않다는 편견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었지만 어느 날 우연히 블루 계열의 그릇에 음식이 담겨 있는 푸드 스타일링 포스팅과 SNS를 보고 매력을 느끼게 됐던 것 같습니다.
코발트 계열의 유약은 도자기에서 가장 다양하고 풍부한 색감을 낼 수 있으며, 익숙하지만 새로운 컬러로 발전 가능하고 대중성도 있기 때문에 주로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시판되는 대부분의 코발트 계열의 유약들은 색감이 강하지만 식탐쟁이에서 사용하고 있는 유약의 경우 직접 제작하고 있습니다. 은은한 컬러를 내기 때문에 사용할 때 음식의 플레이팅을 돋보이게 하고 사람들의 시각과 미각을 자극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핸드메이드 도자기에 대한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팁이 있나요? 식탐쟁이만의 마케팅 전략을 알려주세요.
전 홍보와 마케팅은 모든 공예가라면 약한 부분일 수도 있어요. 저 역시 작업실을 운영하고 1년 동안 SNS나 기본적인 브랜드 홍보를 하지 않았어요. 지방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것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서울 전시, 박람회 등을 경험하면서 작품을 알릴 수 있는 SNS나 홍보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전시 2달 전 인스타그램Instagram을 통해 작업에 대한 일상적 사진이나 메이킹 동영상 포스팅을 SNS상으로 홍보한 후 참여하는 방식이 주요했습니다. 현재는 블로그, 네이버 등 다양한 SNS매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는 개인 작업물에 대한 메이킹 영상 등을 올리고 블로그엔 일상적인 모습이나 그릇의 쓰임을 올리죠. SNS를 본 고객들은 식탐쟁이 그릇에 관심을 갖게 되고,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Q 취업이 힘들어지는 요즘 청년창업을 권장하고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도자 브랜드로 창업을 한 것에는 많은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나요?
전 저 역시 가끔 생각합니다. 회사원들이 그저 부럽기만 해요. 당장 다음 달이 걱정되는 것은 도자기를 업으로 하는 작가들뿐만 아니라 개인 사업을 하는 이들도 역시 똑같이 생각할 것 같습니다. 도자분야가 아닌 다른 청년창업을 시도하는 분들의 경우는 개인적 성향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 같아요. 자신의 성향이 취업하는 것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취업을 하고 창업이 맞으면 창업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 사회의 경제성을 봤을 때 창업과 취업은 똑같이 힘든 것 같습니다. 공예가로서 1인 창업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지요. 선배가 운영하는 공방에서 직원으로 일은 할 수 있지만 결국은 내 작업을 하고 싶어지거든요. 예술을 창작하는 공예가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경우는 스스로 ‘도자기 덕후’라고 생각해요. ‘덕후’라고 표현할 만큼 도자기 작업이 좋으면 창업을 해도 희망적일 것 같습니다. 1인 창업자로서 두려움과 어려움은 당연히 있어요. “도자기 하면 뭐먹고 살아? 요즘 트렌드랑 안 맞는 일 아냐?”하며 걱정스레 묻는 이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내가 지금 도자기로 먹고살고 있잖아요”라고 반문합니다. 식탐쟁이 제품을 보고 좋아하고 만족하는 고객들과 늘 응원해주는 가족들을 보면 조급한 마음이 없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로 인해 제가 이 길을 걸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도예전공 학창시절 스스로 어떤 학생이었다고 생각하나요?
전 수업에는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어요. 군을 제대하고 난 후에는 1학년 때 속해있던 도자기 동아리에 다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여러 학생들처럼 조형작업과 물레 작업을 했어요. 저학년 때는 큰 작업 위주로 다양한 소재의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었고, 고학년 때는 물레작업과 작품성을 평가받기 위해 공모전 위주로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고 그에 따른 결과도 나쁘지 않았죠. 이후 물레작업에 대한 매력을 느꼈고 본격적으로 물레작업을 한 것은 5년 정도 됐습니다. 학교 행사나 플리마켓을 통해서 기본적인 생활비를 벌고, 공예품 대전이나 지역 내 관광기념품 공모전 등에 나가 상을 받고 제품 주문을 받기도 했어요. 학부 시절 유독 재밌어했던 도자기를 통해 경제활동을 함으로써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기에 전업 도예가의 길을 선택했고 도자 브랜드 만들기도 가능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Q 도예를 전공하는 학생들과 비슷한 길을 걷기 위해 준비하는 후배 도예가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전 도예를 전공하는 학생들보다는 공예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습니다. 공예를 하는 학생들이 자기가 공예를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고 의미 있는지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특히 지방에 있는 도예 관련 학과는 폐지되고 통합되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로 인해 더욱 자신이 공예인이라는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습니다. 간혹 서울에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한 사람들을 보면 학교끼리의 경쟁도 있고 서로의 시너지가 발생해 흙 작업에 열정을 갖게 된다는 점이 부러워요. 학교를 처음에 입학할 때에는 1인 공방을 하는 것이 주 목적인 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막상 졸업할 때에는 전공과 관련 없는 곳에 취업을 합니다. 정말 소질이 있는 동기들도 막연히 공예를 하면 힘들 것이라는 주변의 의견이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꿈을 접고 다른 일을 해요. 모두들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Q ‘식탐쟁이’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전 ‘식탐쟁이’라는 도자 브랜드를 더욱 적극적으로 알리고 싶어요. 홈테이블데코페어, g-세라믹라이프페어 등 올 한 해도 5~6번 정도의 페어를 나가서 식탐쟁이 그릇을 알리는 데에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서울에서는 인지도가 전혀 없기 때문에 바로 구매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좋은 반응이 있었고, 손님들에게 문제점에 대한 피드백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제품을 많이 보완하고 좀 더 실용적이고 좋은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샘플 및 디자인 작업을 계속할 것입니다. 현재는 물레 작업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추후에는 핸드 빌딩 작업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브랜딩 해놓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색감과 이미지를 다양화할 예정이에요. 올해 계획은 식탐쟁이 그릇과 도예가 전상근이 이런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모습을 많은 기회를 통해서 알리고 싶어요. 지금은 식탐쟁이를 시작하고 공방을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릇만 만드는 사람이기보다는 흙 작업을 통해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는 도예가로서의 나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