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날레. 2년에 한 번 이루어지는 만남은 어딘지 모르게 더 반갑고 아쉬운 기분이 든다. 그렇기에 더더욱 후회 없이 모든 것을 쏟아 내리라. 지난 4월, 한국도자재단은 <2017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전시감독 선임을 공표했다. 비엔날레 구성에 있어 가장 중심을 이루는 전시는 비엔날레 전체의 성격을 정의하기도 한다. 차기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전시감독에 선임된 우관호 홍익대 도예유리과 교수는 벌써부터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그가 들려주는 스포일러spoiler는 비엔날레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전시기획자로서, 한 사람의 교육자로서 그가 바라보는 비엔날레와 한국도예계를 향한 묵직한 제언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질문1
<2017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전시감독 임명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지난 4월경 <2017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전시감독 제의가 들어왔을 때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결국 전시감독을 수락했는데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세계 도자계에서 ‘권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무슨 뜻이냐면, 지난 10년간 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뭐가 남았습니까? 지금까지도 무엇을 해보려면 사정을 해야 하고, 부탁을 해야 합니다. 이는 아직도 문화 사대주의가 발동한다는 의미입니다. 작가들은 비엔날레의 학술대회나 전시에 초대받는 것이 영광이어야 합니다. 작가 활동을 하는데 있어 큰 뒷받침이 될 수 있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도자재단이 세계 도자계에서 권력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비엔날레는 좋은 아카이브와 경험을 가진 내부 인력이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굳이 감독을 두지 않더라도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상주해 있다면 비엔날레의 규모는 충분히 내부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재단의 존립 또한 그들이 지켜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비엔날레 기간이 끝나면 전혀 다른 사업을 시작하게 됩니다. 경험이 사라지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외부 인력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감독 임명 이후 저 외에 외부 인력을 3명을 추가 선발했는데 그중 2명이 도예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전시 전문 인력 2명과 학술회의 담당 1명이 있는데, 한사람 말고는 모두 도자예술의 문외한인 겁니다. 물론 어찌 보면 더 잘 된 것 일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다만 아쉬운 점은 비엔날레를 준비하면서 외부 인력을 1년간 함께 가르치고 일을 추진해왔는데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업무 종료가 되면 또 내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회 이렇게 반복적으로 모이고 흩어지는 거죠. 아직도 이 조직에 전문성을 지닌 인재가 부족하다는 건 문제입니다. 전시감독에 임명된 저로서는 주어진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지만 인력 낭비 문제들을 직면하면 답답합니다. 조직이 커서 그런지 행정적 절차도 복잡하고요.
질문2
개최 1년여를 앞둔 현재 어떤 구상으로 활동하고 계신가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기획 전시 기반을 탄탄히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 중입니다. 이달 안에는 비엔날레 전시와 학술회의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을 완성할 예정입니다. 기획 수립 후 그에 적합한 전문가와 연결해 구성을 잡고, 감독과 큐레이터들은 과연 전시에 적합한 작품인지 주제, 내용에 잘 들어맞는지 검토하고 따져봐야 합니다. 최소한 2~3번은 반복적으로 구성 작업을 해야 원활한 전시의 틀을 다질 수 있다고 봅니다. ‘학술회의’ 역시 최대한 미리 발제자들에게 주제를 알려주고 강연 자료를 준비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줄 예정입니다. 만약 학술회의 준비가 늦어지면 발표의 내용이 달라지고, 통역과 번역도 엉망이 되기 때문이죠. 최하 6개월 전에는 학술 내용들이 취합 돼야 합니다. 현재 이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준비 중이고 서두르고 있습니다. 발제자들의 원고 내용을 미리 받고 검수한 다음 제대로 대우해주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그것이 권력입니다. 주제에 맞는 학술회의, 발제자들의 전문성을 위해 기본적으로 6월까지는 전시, 학술 기획을 마치고 작품과 학술회의 내용을 확인하고 정리하고, 계속 반복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작가 섭외도 끝낼 예정입니다.
질문3
비엔날레 주제 ‘서사敍事, narrate’의 의미와 기획전시의 방향과 의도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서사敍事, narrate>라는 개념의 기원은 빌렌도르프의 비너스Venus of Willendorf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토우를 통해 시대의 인물상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서사는 『The Ceramic narrative』와 judith S. Schwartz의 저서 『Confrontational Ceramics』에 개념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어떻게 서사 구조로 착안할 수 있는지 연구한 내용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사회, 역사, 정치, 개인, 집단이라는 5개의 큰 분야로 나눈 후 그언어에 적합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모을 예정입니다. 본 전시 주제는 <기억과 기록, 기념>으로 나눴습니다. 광주는 과거에 대한 기억을 조명한다는 의미로, 《기억, 삶을 돌아보다》로 정했습니다. 과거에서 현대까지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왔던 토우, 하니와埴輪, 그리스 암포라 도기Amphore grecque의 표면에는 기억을 회상하는 내용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채도彩陶, 러스크 역시 기록의 의미이고요. 이 작품들 위주로 전시를 기획할 예정입니다. 이천은 《동시대의 기록, 삶을 말하다》입니다. 기존 비엔날레에 소개되지 않은 작가들 중심으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지요. 여주는 《기념》입니다. 작가들이 골호骨壺를 만들어 전시하게 될 것입니다. 죽음이라는 문제를 축제처럼 생각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웰빙Well-being을 웰 다이Well-die라 바꾸면 무겁고 어두운 주제라 하더라도 밝은 기운을 줄 수 있겠죠. 관객은 골호를 보고 상반된 감정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작품을 보는 동안 가슴속에 울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을 보고 의문을 갖기보다 죽음이라는 단어라도 유머러스한 표현이 나올 수도 있고, 감정에 호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결국 우리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