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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월호 | 전시리뷰 ]

상흔을 위로하는 나만의 인공정원
  • 편집부
  • 등록 2018-01-10 18: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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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정선 개인전
  • 2016.5.2~5.14 갤러리민

「The Shepherd Girl」 27,5 x 27.5 x 117.5, Ceramic, 2015

 

작가는 공간과 기억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성에 주목한다. 그것은 공간과 기억을 동시에 변모시킨다. 그녀는 자신만의 세상을 지휘하려 하는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표현한다. 도자 고유의 제작 방식에 따라 인물들을 제작하고 가마에서 나온 번조의 결과를 회화에 접목시킨다. 불의 흔적을 이미지로 재생산해 배경에 더하는 과정을 통해 2차원과 3차원 사이에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흙이란 다른 어떤 것보다 친숙하고 풍부한 표현 가능성을 지닌 물질이다. 작가는 흙의 따스한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난 뽀얀 살 속에 내비치는 조용한 떨림을 촉각적으로 표현한다. 순백의 백자토로 만들어진 여인과 그을음이 피부에 얼룩진 상처로 몸에 각인된 ‘상흔’ 같은 표정이지만 서로 다른 감각을 전한다. 때문에 순수하게 보이는 표정 안에서 많은 세상을 품고 상념하는 깊은 사색의 눈매를 읽을 수 있다. 여인의 피부에 남겨진 불의 자욱은 몽환적이고 회화적인 산화물의 흔적을 남기며 고고학의 과정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속살의 질감은 그녀의 감정과 기억을 시각화하고, 불길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은 회색빛 얼룩을 남기지만 다분히 촉각적이고 따뜻함이 전해온다. 작품은 인공의 붓질과는 다른 우연성과 회화적 감성을 드러낸다. 평면과 입체, 인물과 공간,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을 거쳐 공간 안에서 그녀의 세상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어린 동물과 열매가 여인의 품에 있다. 그녀가 품은 것은 반짝이는 금처럼 보인다. 글래머러스하고 화려한 흙덩어리를 품음으로써 그녀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고 믿었다. 금으로 치장한 오브제는 그녀의 피조물이자 어린 재물로, 생경한 색감과 질감은 여인의 사유를 꿈꾸게 한다. 그녀가 안은 어린 양과 열매는 금으로 치환되었지만 실은 진정한 자연과의 교감을 꿈꾸고 그 인공의 공간 속에서 그녀는 영혼의 교감을 나누려 한다.
그녀는 정원사다. 답답한 현실에서 의식의 흐름을 이어가려 하는, 스스로를 치유하려는 행위로 인공정원을 만들고 증식시키려는 몸짓에서 그녀만의 세상을 연출해내는 것이다. 이는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행복을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고 싶기 때문이다. 정원을 만든다는 것은 잃어버린 낙원을 되찾기 위한 시도이고 행위이며 기억을 인위적으로 각인하고 영혼의 상처를 치유받는 일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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