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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월호 | 뉴스단신 ]

여행이란 이름의 사색의 시간
  • 편집부
  • 등록 2018-01-10 18:09:15
  • 수정 2018-01-10 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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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으로 만나는 도예가 한애규

「들여다보기」 (부분)

 

둥시렇고 풍만한 테라코타 인물상들은 저마다의 생을 달고 태어났다. ‘밤 허리를 베어 내어 봄바람 이불 밑에 서리서리 넣어’둔 것처럼 한애규는 자신의 삶의 순간순간을 베어 내어 작품 안에 불어넣는다. 하나하나의 사연이 궁금해지는 묘한 표정의 얼굴들은 넓은 전시장에 이리저리 부유한다. 작가란 누구이며 어떤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내는지, 또 작품이 품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작가 한애규의 작품인생 중 한허리를 베어 낸 책이 나왔다.

 

 

여행, 가슴을 치는 새로움
작가에게 여행이란 감정의 갈무리를 위한 안식이자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거울이다. 전에는 눈길이 닿지 않았던 사소한 것에서부터 나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까지, 여행은 일상의 틀에 좁아져있던 시야를 넓힌다. 새로운 시각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생각과 발상으로 이어진다. 작가에게 일생일대의 여행은 깊은 감정의 상처를 입고 떠났던 유럽이었다. 작품에 집중할 수 없을 만큼 큰 슬픔을 등에 지고 떠난 여행은 재충전이랄 것도, 딱히 영감을 받겠다 마음먹었던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던 여행은 한껏 예민한 감성으로 보는 것마다 그녀의 가슴을 치게 했다. 그때 남겼던 단어들과 메모들은 작품의 제목으로, 때로는 전시 타이틀로 계속해서 그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사색의 시간
책에는 작가가 가지고 있던 생각,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 영감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담겨있다. 수필이었다가, 일기였다가, 짧은 메모였다가, 때로는 시였다가. 다양한 글을 통해 그녀는 작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 작업을 위한 보조수단이었던 글은 차곡차곡 모아져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진행한 중견작가 작품집 발간사업을 통해 나오게 된 책은 작품집이라기보다 수필집에 가깝다. 다각도로 조명한 작품 사진들도 눈길을 끌지만 한 권의 책을 마치고 남는 것은 작가와 공감한 긴 사색의 시간이다. 아직은 화려한 작품집을 낼 때도 아닐뿐더러 스스로의 손으로 장황하게 만든다는 것에 부끄러움과 어색함을 느꼈던 작가는 대신 자신의 글로 대중과 소통하기를 바랐다. 현역 작가로서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작품집보다 얇고 가벼우면서 저렴한 책을 만들고 싶었다던 작가의 기획처럼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다가갈 만큼 익숙하고 부담스럽지 않다.
이방인
작가 한애규는 경계를 품고 산다. 도예와 조각의 세계 양쪽에 속하면서 또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어색한 기분이 든다는 작가는 경계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기보다, 그 경계를 품고 있다. 스스로가 어색하다 말하면서도 양쪽 모두를 포용하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처럼 넉넉하고 둥그렇다. 그 바탕에는 수많은 세상사 ‘이야기’가 깔려있다. 작가의 일상을 삼등분했을 때 가정주부로서의 생활, 작품 활동, 독서(때때로 여행)로 나뉠 만큼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책 읽기를 즐겨왔다. 책에서 작품의 모티프를 찾아내는 일도 빈번했다. 다른 경험에 비해 비교적 싼값에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은 그녀에게 세상과 자신을 잇는 충분히 매력적인 통로다. 동시에 이제는 자신의 책이 작가 한애규와 대중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길 꿈꾸고 있다.

인생 4막
굉장히 오래 살던 곳에서 이사를 나온 작가는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와 새로운 작업실을 기다리고 있다. 작가 스스로가 인생 4막이라 표현하는 지금, 여름에 있을 개인전 <여행이란 이름의 사색의 시간> 6.30~9.25 이상원 미술관과 단체전 준비로 계획이 가득하다. 천방지축이었던 젊은 시절을 지나, 개인전을 가질수록 작품을 대할 때 두려움과 불안감이 커진다는 작가는 대중과 컬렉터들의 의견에 늘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있다. 작업에 대한 욕심과 남다른 열정으로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작업을 이어온 그녀에게 후배 작가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고 그야말로 꾸준히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유행에 휘둘리는 것은 생명이 짧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기중심을 갖고 나아가는 일이 어쩔 때는 소외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뭘 하는지 정확하게 안다면 길은 분명 있다.”
Off the Records
책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말에 문득 궁금증이 일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무엇인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인지 등등 질문들을 쏟아냈다. 애서가愛書家답게 딱 한 가지만 고르지 못하는 작가에게 추천도서(소설) 7권을 꼽아 달라 부탁했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중견작가가 영감을 받은 책들은 무엇일까. 또, 그녀의 취향이 담긴 책들은 무엇일까. 이 7권의 책들을 보면 그녀의 책 『여행이란 이름의 사색의 시간』과 더불어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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